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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Feb 24. 2024

#6.[여름] 파도는 예측할 수 없다. 마치 너처럼

-너와의 관계는 마치 바다와 같다. 잔잔했다가도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너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와의 만남의 기간이 꽤 됐으니까.

자연스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해서

나는

너의 취향과 특성에 대해 

내 나름대로는 잘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연애는

늘 잔잔한 호수와도 같아서

겉으로 보기엔 제법 평화로웠다.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면

그 빛을 받아 윤슬이 반짝이듯

너와 나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평소보다

더욱

빛을 받는 것처럼 반짝였다.


그래서 

그 누구도 명확히 단언할 수 없는 미래에도

나는 

너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했던 걸까.


인간 사이의 모든 관계에 있어서

완벽하게 정해진 건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잠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그냥 그 사실을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 들었다.

지금 이대로

딱 좋았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만큼

너도 나와 함께 하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고 있을 거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내 안일함은

어느날

한 순간에


박살이 

다.




나는

너에 대해서

제대로 다 알지 못했고

네게는 

아직 내게 다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우리 사이가 

마치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폭풍우에 휩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넌 네 눈을 바라보면서

싱그럽게 웃어주었고

내가 하는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여주었건만.

갑작스레 돌변해버린

너의 모습에

나는 

완전히

무방비상태로

분노의 폭풍우에 흠뻑 젖어버렸다.


널 진정시킬 방법을 찾느라

아등바등하던 순간,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음을.


나를 배려해서

그간

너의 본성을 숨죽이며

내게 맞춰줬었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순간

내 온 몸을

시리도록 차가운 바닷물이

다시금 덮쳤다.


사랑을 한다면

이 정도의 시련쯤은

가뿐히

견뎌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저 멀리서 밀려드는

격정의 파도를 바라보면서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과연

너를

감당할 수 있을까.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무척 친숙했던 너였건만.


오늘은

부쩍

내 곁의 네가

낯설다.


날 바라보는

네 눈동자가

전에는 속이 다 내비치는

투명한 에메랄드빛이었다면

지금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푸르름을 띠고 있다.


그 속내를

알 길이 없는

너의 바닷속

심해 밑바닥에는

과연 어떤 감정이 자리잡고 있을까.


그리고

과연

나는

어디까지 가 닿을 수 있을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나는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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