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더 너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이 그립다.
어느덧 너와 나의 관계도 안정되어갔다.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지가 어언 두 계절이 지났다.
나는 너와 내가 이토록 잘 맞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고
너와 함께 한 순간들이 내 마음을 무척 풍요롭게 만든다는 걸 새삼 느꼈다.
누군가가 내가 연애를 한다고 하니 그랬다.
사람을 알아보려면 사계절은 사귀어봐야 한다고.
그래야 그나마 그 사람에 대해서 파악이 가능하다고.
그런데 왠지 난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한 시간만으로
그 사람의 면면을 속속들이 다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으니까.
왜 오랫동안 사귀었던 커플임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안타깝게 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 않던가.
그런가 하면
만나지 채 몇 개월 되지 않았음에도
서로 상대에 대한 굳건한 확신이 생겨서
결혼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나는 그건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적절한
케미와 '신뢰'가 구축되었느냐의 차이라고 본다.
난 지금 만나는 네가
나와 가치관도 성향도 사고방식도 비슷하다는 걸 매우 잘 안다.
그래서
우리가 같이 살다가
삶의 어느 한 순간,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하거나
크게 싸울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지혜롭게 그 문제들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속 마음을
100% 온전히 다 알 길은 없기에
너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느낀 감정대로
너를 오래오래
아주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다.
제법 쌀쌀해지는 가을 바람이
내 곁을 스칠 때마다
나는
네 곁에 듬직하게 서 있는
네게 슬며시 팔짱을 껴본다.
그리고 네 너른 등에
가만히 기대어본다.
그러면
너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더욱
나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그리고
나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봐준다.
하나둘
떨어지는 낙엽비를 맞으며
나는
내게 다가오는
풍요의 계절을
그리고
너로 인해 넉넉해진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고맙다,
나의 가을을
이렇게 따뜻하게 채워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