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너와 나를 구별하는 게 무의미해졌다. 네가 곧 나니까.
모든 곡식이 다 무르익어가는 가을이다.
나는 푸르른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면서
문득 나와 너와 관계는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내 곁에 있는 너는
늘 다정하고
따스하며
나를 편안하게 배려해준다.
그래서 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 좋다.
이렇게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다.
너와 함께 함으로 인해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무척 많다.
너와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함께한 흔적들이
머리와 가슴에 서서히 새겨졌다.
나는
너와 헤어진 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그간 너와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그 추억들을 차분히 곱씹어본다.
마치 우려내면 낼수록
몸에 더 좋은 성분이 나오는 한약재인 것마냥
나는 너와 나의 추억을
찬찬히 돌이켜본다.
그 순간에 내가 느꼈던 감정들과
소중한 추억들
그리고 너를 통해서 알게 된
수많은 깨달음과 감정들의 파노라마에 둘러싸인 채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처음에 너는
설렘으로 내게 다가왔지만
어느새
너만의 따스함으로 내 가슴을 온통 너의 색으로
색색들이 물들여버렸다.
내 가슴에 완전히 배어버린 너의 색깔은
저 단풍처럼 무척 곱고도 화려해서
내 눈길을 자꾸만 잡아끈다.
언젠가
너와 내 앞에 추운 겨울같은 시련이 다가올지도 모르지.
그때가 되면
우리가 서로 함께했던 그 소중한 순간들이
완전히 흰 눈처럼 표백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정말 그런 순간에 처한다 하더라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 속 깊이 아로새겨진
너의 목소리와 꽃내음,
단아한 눈빛과
우리가 함께 하며 즐거웠던
그 순간의 가슴 몽글한 기분을
떠올리며
다시금
너를 생생히 떠올리려 한다.
네가 보고 싶은 날이면
저 고운 단풍잎 한 장을 주워서
거기에 내 마음을 적은 뒤
그걸 들고
곧장 네 집을 향해 뛰어가고 싶다.
언제나처럼
나를 반갑게 맞이해줄 너를 기다리며
뛰어가는 내 심장은
오로지 너만을 위해
두근두근 터질 듯이 맥동한다.
살아간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을
살면서 생생하게 느낀 게 언제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
모든 계절이 아름다웠노라고
그 중에서도
내게 몰래 입을 맞추고는
서서히 얼굴을 붉히던
단풍잎처럼 곱던 너의 얼굴을 닮은
가을이 기억난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을은
참 멋진 계절이다.
너와의 낭만을 떠올리며
떨어지는 낙엽 한 잎에도
미소지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까.
쌀쌀하게 스치는 바람덕분에
너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서로의 존재를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