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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Feb 27. 2024

#9. [가을] 익숙해짐과 설렘, 그 경계 사이에서

-어느덧 너와 나를 구별하는 게 무의미해졌다. 네가 곧 나니까.

모든 곡식이 다 무르익어가는 가을이다.

나는 푸르른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면서

문득 나와 너와 관계는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내 곁에 있는 너는

늘 다정하고

따스하며

나를 편안하게 배려해준다.

그래서 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 좋다.

이렇게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다.


너와 함께 함으로 인해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무척 많다.

너와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함께한 흔적들이

머리와 가슴에 서서히 새겨졌다.


나는

너와 헤어진 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그간 너와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그 추억들을 차분히 곱씹어본다.


마치 우려내면 낼수록

몸에 더 좋은 성분이 나오는 한약재인 것마냥

나는 너와 나의 추억을

찬찬히 돌이켜본다.

그 순간에 내가 느꼈던 감정들과

소중한 추억들

그리고 너를 통해서 알게 된

수많은 깨달음과 감정들의 파노라마에 둘러싸인 채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처음에 너는

설렘으로 내게 다가왔지만

어느새

너만의 따스함으로 내 가슴을 온통 너의 색으로 

색색들이 물들여버렸다.

내 가슴에 완전히 배어버린 너의 색깔은

저 단풍처럼 무척 곱고도 화려해서

내 눈길을 자꾸만 잡아끈다.


언젠가

너와 내 앞에 추운 겨울같은 시련이 다가올지도 모르지.

그때가 되면

우리가 서로 함께했던 그 소중한 순간들이

완전히 흰 눈처럼 표백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정말 그런 순간에 처한다 하더라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 속 깊이 아로새겨진

너의 목소리와 꽃내음,

단아한 눈빛과

우리가 함께 하며 즐거웠던

그 순간의 가슴 몽글한 기분을

떠올리며

다시금 

너를 생생히 떠올리려 한다.


네가 보고 싶은 날이면

저 고운 단풍잎 한 장을 주워서

거기에 내 마음을 적은 뒤

그걸 들고

곧장 네 집을 향해 뛰어가고 싶다.


언제나처럼

나를 반갑게 맞이해줄 너를 기다리며

뛰어가는 내 심장은

오로지 너만을 위해 

두근두근 터질 듯이 맥동한다.


살아간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을

살면서 생생하게 느낀 게 언제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

모든 계절이 아름다웠노라고

그 중에서도

내게 몰래 입을 맞추고는

서서히 얼굴을 붉히던

단풍잎처럼 곱던 너의 얼굴을 닮은

가을이 기억난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을은

참 멋진 계절이다.

너와의 낭만을 떠올리며

떨어지는 낙엽 한 잎에도

미소지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까.


쌀쌀하게 스치는 바람덕분에

너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서로의 존재를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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