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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Feb 26. 2024

#8. [가을] 우린 서로에게서 과연 무엇을 얻은 걸까

-너와 나의 만남, 그 의미에 대한 고찰

어느새 나뭇잎들이 주황빛, 노랑빛, 붉은 빛으로 색색들이 물들었다.

마치 무척 즐거워서 화려한 단장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봄에 꽃망울을 틔우던 것과는 또 다르게

지금은 

마치

자신의 온 기력을 다 끌어모아 

있는 힘껏 붉게 타오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해질 녘

서서히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는 태양이

온통 이글거리면서

자신이 선사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빛을

마음껏 뿜어내는 것처럼

가을은 온통 불타오른다


바야흐로 

너와 나의 계절도 불타오른다.


이제 제법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된 우리는

만날 때마다

더욱 깊이있는 눈빛과 몸짓을 주고받는다.


아직 우리의 사이가

결실을 맺을 만한 

그런 진지한 관계인지

아니면 

언젠가는 

이별을 하게 될 사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어둔 채

나는 

그저 지금 내 곁에 있는

너를

온전히 느껴 본다.


그리고 

너를 만나게 돼서 

내가 새롭게 경험하고

얻게 된

많은 것들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이 연애에서 무엇을 얻은 걸까.



문득

그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내가 

연인과의 만남에서조차도

이득을 따지고 있다는 사실에

그만 

놀라고 말았다.


굳이

내가 꼭 무엇을 얻어야만 

그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되는 걸까.

그건 아니지 않을까.


그저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을 뿐인데.

너라는 존재는

내가 힘겹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음놓고 기댈 수 있는 

안식처일 뿐인데.


그런 너와의 관계를

어째서 관계의 득실을 따져가면서 

곱씹어봤던 걸까.


어쩌면 나는

너와의 관계에서도

내가 얻는 게 있어야 한다고 

은연중에 그렇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런 계산적인 태도로

너를 대해선 안 된다는 걸.


적어도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서로의 감정을 충실하게 주고받는 사이에선

그런 계산일랑

무의미하다는 걸.


너에게 무엇을 얻었는지를

헤아리기보다

내가 무엇을 더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의 자세라는 걸

이제는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언젠가

화려한 단풍잎들이

하나 둘씩

가지에서 떨어지겠지만


너와 나의 만남에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올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너를 만나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불타오르고 싶다.


저 화려한 단풍잎처럼.


이전 07화 #7. [가을] 저 감처럼 우리의 관계도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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