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만남, 그 의미에 대한 고찰
어느새 나뭇잎들이 주황빛, 노랑빛, 붉은 빛으로 색색들이 물들었다.
마치 무척 즐거워서 화려한 단장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봄에 꽃망울을 틔우던 것과는 또 다르게
지금은
마치
자신의 온 기력을 다 끌어모아
있는 힘껏 붉게 타오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해질 녘
서서히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는 태양이
온통 이글거리면서
자신이 선사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빛을
마음껏 뿜어내는 것처럼
가을은 온통 불타오른다
바야흐로
너와 나의 계절도 불타오른다.
이제 제법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된 우리는
만날 때마다
더욱 깊이있는 눈빛과 몸짓을 주고받는다.
아직 우리의 사이가
결실을 맺을 만한
그런 진지한 관계인지
아니면
언젠가는
이별을 하게 될 사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어둔 채
나는
그저 지금 내 곁에 있는
너를
온전히 느껴 본다.
그리고
너를 만나게 돼서
내가 새롭게 경험하고
얻게 된
많은 것들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이 연애에서 무엇을 얻은 걸까.
문득
그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내가
연인과의 만남에서조차도
이득을 따지고 있다는 사실에
그만
놀라고 말았다.
굳이
내가 꼭 무엇을 얻어야만
그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되는 걸까.
그건 아니지 않을까.
그저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을 뿐인데.
너라는 존재는
내가 힘겹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음놓고 기댈 수 있는
안식처일 뿐인데.
그런 너와의 관계를
어째서 관계의 득실을 따져가면서
곱씹어봤던 걸까.
어쩌면 나는
너와의 관계에서도
내가 얻는 게 있어야 한다고
은연중에 그렇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런 계산적인 태도로
너를 대해선 안 된다는 걸.
적어도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서로의 감정을 충실하게 주고받는 사이에선
그런 계산일랑
무의미하다는 걸.
너에게 무엇을 얻었는지를
헤아리기보다
내가 무엇을 더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의 자세라는 걸
이제는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언젠가
화려한 단풍잎들이
하나 둘씩
가지에서 떨어지겠지만
너와 나의 만남에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올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너를 만나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불타오르고 싶다.
저 화려한 단풍잎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