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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Feb 28. 2024

#10. [겨울] 외롭고 힘들어서 자꾸만 의지하게 돼

-연인이라고 해서 모든 걸 너에게 다 의지할 순 없겠지.

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내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겨울이 다가왔다

내 시리던 가슴을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줬던 너였기에

나는 늘 너와 함께라면 기분이 좋고 들떴다.


그리고 내게 다가온 힘든 일들이 

더는 괴롭거나 슬프게만 여겨지지 않았다.


그 일들쯤이야

내겐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


신기하게도

이전에는 그렇게도 나를 스트레스받게 했던 그 모든 일들이

널 알게 된 뒤로는

별 게 아닌 것처럼 여겨지더라.


내 모든 감각과 생각과 정신의 초점이

온통 너에게로 다 향해있어서 그랬나 보다.


그래서

지독히도 힘들고 괴로웠던 어느 날도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너에게 기대서

네가 내게 주는 다정함과 따뜻한 위로로

그것들을 풀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너는

그런 내가

슬슬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아마 겉으로 내색할 순 없었겠지만

너도 

나에게 맞춰주면서

일관된 다정함을 유지하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진작 눈치챘어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타성에 젖어서

그동안

네가 내게 준 그 모든 다정함들이

언제나 내가 원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다.

자꾸만 나는 너를 의지하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내 스스로의 감정을 홀로 다독이려는

일말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널 통해서만 위안을 받고 힘을 얻으려 들었다.


그런 내 태도가 너무 버겁게 느껴졌던 걸까.


너는 

언제부턴가

내게 지친 눈빛을 보내왔고

나는 그것이 못내 서운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와는

네가 달라졌다면서

네게 속상함을 표현했고

자꾸만 너를

내 식대로 맞추려 들었다.


내가 그러면 그럴수록

너는 내게서 더욱 벗어나려 들었다.


언제부턴가

내게서 멀어져가는 널 느낀 순간,


내 얼어붙은 가슴에

차가운

눈송이가

하나 둘 씩

떨어졌다.


우리가 함께 쌓았던

소중한 추억들 위에

종말을 고하듯

나풀

나풀

떨어져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던 나는

절로 

눈시울을 붉혔다.


다시금


내 마음에 

겨울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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