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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Feb 29. 2024

#11. [겨울] 우리 사이에 발생한 거대한 균열

-소리없이 다가온 이별의 징조, 그 가슴아픈 상황에의 직면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건 무척 설레는 일이다.

기분좋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


나는 너와 처음 만난 뒤로 

너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아가는 그 순간들이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언젠가 너와 함께하는 미래를 자꾸만 그려보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들이 내게는 가슴 시리도록 좋아서

오래도록 너와 함께하고 싶었다.


우리가 함께 할 미래가 없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얼이었다.


그런데

이별은

어느 순간, 

내 앞에 불쑥 다가왔다.



전혀 예기치 못했다.

그 전에 네가 아주 조그마한 낌새라도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마도 무척 속이 깊고 배려심이 많았던 너는

내 앞에선 차마 내색하지 못한 채

속으로만 홀로 끙끙 앓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게는 속앳말을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주 단단할 거라 믿었던

우리의 사이는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굳건한 땅 위에 세운 건축물같다고 여겼던 우리의 사이는

이제 와서 보니

단단하게 굳어있는 얼음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서 있는

이글루같은 관계였다.


그리고 날이 서서히 따뜻해짐에 따라

어느새 

미세한 금이 쩍쩍 가 있었다.


조금만 발을 잘못 디디면

금방이라도 

균열이 커져서

그대로 얼음이 분리되어 버릴 것 같은


그래서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물에

내 온 몸이 흠뻑 젖어들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제야

아주 가깝게 여겼던 너를

다시금 쳐다보았다.


어느새 너는

나와 같은 땅을 딛고 있는 게 아니라

저만치

멀리 떨어진 얼음 위에

덩그러니 선 채로

나를 슬픈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아...!

언제 이렇게나 멀어져버린 것일까.

어째서 우리의 사이는

이토록

다시 회복할 길 없는 

안타까운 결별의 수순을 향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일까.


다시금 

서로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떨어져나간 얼음덩이를

한 데 모아 붙일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그런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채

안타까운 시선으로

너를,

분명 내 곁에 머물러주었던 

너를

응시했다.


우리 두 사람 사이로

차갑고도 시린 바람 한 줄기가

매섭게 스치고 지나간다.


균열과 간극.

허무와 실존 사이에서

나는

둥둥 뜬 채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고 헤매이고 있다.


내 눈앞에

하얀 눈발이 흩날린다.


서서히

눈앞이 뿌얘진다.


너를 잃은 겨울은

미치도록

차갑고 외로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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