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다가온 이별의 징조, 그 가슴아픈 상황에의 직면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건 무척 설레는 일이다.
기분좋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
나는 너와 처음 만난 뒤로
너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아가는 그 순간들이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언젠가 너와 함께하는 미래를 자꾸만 그려보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들이 내게는 가슴 시리도록 좋아서
오래도록 너와 함께하고 싶었다.
우리가 함께 할 미래가 없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얼이었다.
그런데
이별은
어느 순간,
내 앞에 불쑥 다가왔다.
전혀 예기치 못했다.
그 전에 네가 아주 조그마한 낌새라도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마도 무척 속이 깊고 배려심이 많았던 너는
내 앞에선 차마 내색하지 못한 채
속으로만 홀로 끙끙 앓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게는 속앳말을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주 단단할 거라 믿었던
우리의 사이는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굳건한 땅 위에 세운 건축물같다고 여겼던 우리의 사이는
이제 와서 보니
단단하게 굳어있는 얼음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서 있는
이글루같은 관계였다.
그리고 날이 서서히 따뜻해짐에 따라
어느새
미세한 금이 쩍쩍 가 있었다.
조금만 발을 잘못 디디면
금방이라도
균열이 커져서
그대로 얼음이 분리되어 버릴 것 같은
그래서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물에
내 온 몸이 흠뻑 젖어들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제야
아주 가깝게 여겼던 너를
다시금 쳐다보았다.
어느새 너는
나와 같은 땅을 딛고 있는 게 아니라
저만치
멀리 떨어진 얼음 위에
덩그러니 선 채로
나를 슬픈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아...!
언제 이렇게나 멀어져버린 것일까.
어째서 우리의 사이는
이토록
다시 회복할 길 없는
안타까운 결별의 수순을 향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일까.
다시금
서로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떨어져나간 얼음덩이를
한 데 모아 붙일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그런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채
안타까운 시선으로
너를,
분명 내 곁에 머물러주었던
너를
응시했다.
우리 두 사람 사이로
차갑고도 시린 바람 한 줄기가
매섭게 스치고 지나간다.
균열과 간극.
허무와 실존 사이에서
나는
둥둥 뜬 채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고 헤매이고 있다.
내 눈앞에
하얀 눈발이 흩날린다.
서서히
눈앞이 뿌얘진다.
너를 잃은 겨울은
미치도록
차갑고 외로운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