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함께 한 상대와 우연히 마주친다면, 부디 편하게 웃을 수 있기를
이제 새로이 시작한 만남,
계속해서 꾸준히 이어가는 만남에 둘러싸인 사람들은
언젠가는
그 만남이 결별이라는 수순을 향해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미처 잊고 지내는 것 같다.
마치
인간이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죽겠지만
자신이 죽는 순간에 대해서
굳이 떠올리지 않는 것처럼.
끝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해야 할까.
따스함과 설렘으로 내게 다가왔던 너는
격졍의 파도와
가슴 가득 차오르는 뜨거운 감정들을
내게 가득 남긴 채,
예기치 못한 어느 날
홀연히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내게 그렇게 이별을 고하고는
너의 세계로 떠나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하루를 맞이할 때마다
가슴이 욱씬거린다.
매일같이 먹던 밥
늘 반복하던 일상이지만
그것들에는
뿌연 안개가 잔뜩 끼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그저
네 한 사람이
내 곁을 떠났을 뿐인데.
그런데 그 사실이 뭐기에
이토록
나를
미치게 만드는 걸까.
누군가 말했다.
그 상대가 소중한지를 알아보려면
상대가 내 곁에서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면 된다고.
애석하게도
나는
너와 만나
소중한 추억들을 켜켜이 쌓을 때마다
너와의 이별은
단 한 번도 떠올린 적이 없었기에
네가 없는 내 모습을
짐작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네가 없는 시간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처럼
우울한 구름이 잔뜩 낀
내 마음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너와 함께 했던 그 순간들을
계속 상기하게 됐다.
잊으려고 애를 써봐도
절로 떠오르는 너의 흔적들을
완전히 씻어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에
그저
그리움 한 수저
눈물 한 방울을 무쳐
날마다
괴로운 밥상을 받아들고
억지로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넣었다.
그렇게
너를 잊으려 애를 썼다.
우연이었다.
날 발견한 네가
내게 문자를 보내온 건.
내 안부를 물으면서
어디가 아픈 거냐며
걱정어린 말투로 물어봐주는 너의 다정함에
잠시
내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그러나
거기까지일 뿐.
너와 함께 했던 봄은
그 순간이라서 좋았다.
하지만
이젠 안다.
다시는
그때와 똑같은 봄이 돌아오지는 못할 것임을.
그것을 알기에
나는
아주 잠깐
네가 보낸 문자에 담긴
너의 다정한 호의를
조심스레 받아들이고는
조용히
너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문득
내 시야에 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렇게 다시 보니 새롭다.
나도, 너도.
우리는
각자 새로운 길에 서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나고
또 여러 모습들을 내보이며
그렇게 살아가겠지.
그러겠지.
부디
그 길에
작은 한 줌의 따스함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안녕.
아디오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리즈물이었던 이번 브런치북은 이번 글에서 마무리짓고
저는 3월, 다가오는 봄을 맞이해
새로운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마음에도 어느덧 따스한 봄의 기운이
성큼 다가왔기를 바랍니다.
김재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