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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Mar 02. 2024

#13. [다시 봄.] 다시 보니 새롭다. 나도, 너도

-추억을 함께 한 상대와 우연히 마주친다면, 부디 편하게 웃을 수 있기를

이제 새로이 시작한 만남,

계속해서 꾸준히 이어가는 만남에 둘러싸인 사람들은

언젠가는

그 만남이 결별이라는 수순을 향해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미처 잊고 지내는 것 같다.


마치

인간이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죽겠지만

자신이 죽는 순간에 대해서

굳이 떠올리지 않는 것처럼.




끝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해야 할까.


따스함과 설렘으로 내게 다가왔던 너는

격졍의 파도와

가슴 가득 차오르는 뜨거운 감정들을

내게 가득 남긴 채,

예기치 못한 어느 날

홀연히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내게 그렇게 이별을 고하고는

너의 세계로 떠나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하루를 맞이할 때마다

가슴이 욱씬거린다.

매일같이 먹던 밥

늘 반복하던 일상이지만

그것들에는

뿌연 안개가 잔뜩 끼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그저

네 한 사람이 

내 곁을 떠났을 뿐인데.


그런데 그 사실이 뭐기에

이토록 

나를

미치게 만드는 걸까.


누군가 말했다.

그 상대가 소중한지를 알아보려면

상대가 내 곁에서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면 된다고.


애석하게도

나는

너와 만나

소중한 추억들을 켜켜이 쌓을 때마다

너와의 이별은

단 한 번도 떠올린 적이 없었기에

네가 없는 내 모습을 

짐작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네가 없는 시간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처럼

우울한 구름이 잔뜩 낀

내 마음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너와 함께 했던 그 순간들을

계속 상기하게 됐다.


잊으려고 애를 써봐도

절로 떠오르는 너의 흔적들을

완전히 씻어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에

그저

그리움 한 수저

눈물 한 방울을 무쳐

날마다

괴로운 밥상을 받아들고

억지로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넣었다.


그렇게 

너를 잊으려 애를 썼다.



우연이었다.


날 발견한 네가

내게 문자를 보내온 건.


내 안부를 물으면서

어디가 아픈 거냐며

걱정어린 말투로 물어봐주는 너의 다정함에

잠시 

내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그러나

거기까지일 뿐.


너와 함께 했던 봄은

그 순간이라서 좋았다.


하지만

이젠 안다.


다시는 

그때와 똑같은 봄이 돌아오지는 못할 것임을.


그것을 알기에

나는

아주 잠깐

네가 보낸 문자에 담긴

너의 다정한 호의를

조심스레 받아들이고는


조용히

너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문득

내 시야에 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렇게 다시 보니 새롭다.

나도, 너도.


우리는

각자 새로운 길에 서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나고

또 여러 모습들을 내보이며

그렇게 살아가겠지.

그러겠지.


부디

그 길에

작은 한 줌의 따스함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안녕.

아디오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리즈물이었던 이번 브런치북은 이번 글에서 마무리짓고

저는 3월, 다가오는 봄을 맞이해

새로운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마음에도 어느덧 따스한 봄의 기운이

성큼 다가왔기를 바랍니다. 


김재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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