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ㅇㅈ! 내 욕망 우쭈쭈

퇴사하고 읽는 책 -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꼐 잠을 잔다

by 김애니

https://youtu.be/_rT_zmNn9cg


‘관종이야’라고 말하는 이를 마주하거나 경험했을 때, 마음속으로 '뭥미'하는 마음이 있었다. 반성한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를 읽고 가장 끌렸던 여성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알았다. 나 역시 관종임을! 관심을 끊지 말아요! 저는 관종입니다.

김은주 작가는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사건을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됐다. 남성 작가 위주가 아닌 6명의 여성철학자. 한국 철학 작가도 있었으면 싶은데 그건 좀 아쉽다. 서양철학 위주니까 한국작가가 있을 수 없었던 것 같기도.


나는 주디스 버틀러에게 끌렸다. 버틀러는 다독가로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은 질문이 몰아치는 경험을 했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사고를 하는 편이다. 버틀러의 관심인 ‘어떠한 조건이 나를 나로서 살게 하고 삶을 견딜 힘을 주는가’에 있다는 문장에 공감이 됐다. 미혼일 때는 빨리 결혼하라고 해서 그것만 하면 홀가분해질 줄 알았다. 경험해보니 이건 나 원 참. 내 이름은 하나인데 역할은 나이와 시간에 비례하는 만큼 계속 더해진다. 역할에 맞게 살라는 무게의 강요. 사실 역할을 빼고 내 이름으로 사는 삶, 그닥 볼 건 없다.


역할이 많아질수록 나로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한다. 역할에 맞게 사는 건 나답게 사는 게 아닌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전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들 때마다 아집 같다. 엄마로 사는 삶에 행복한 타인을 만나면 내가 이상한 사람 같다. 아웃사이더 같다. 문득 죽으면 다르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나답게 사는 삶, 진짜로 원하는 것과 같은 질문은 처음부터 답없는 수수께기 아닐까.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고민을 당장 풀려고 괜한 짓을 하는 듯 싶을 때도 있다.


버틀러에게 중요한 주제였던 ‘인정’.

"인정은 욕망을 인식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욕망을 승인하도록 하는 활동이다...나의 욕망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때, 사람은 욕망을 표현할 수 있고 펼칠 수 있다."


욕망의 다른 단어가 인정으로 풀어지니 신선했다. 다른 삶을 살려고 버둥거리며 시도했던 여러 일이 생각났다. 내 욕망을 타인이 인정해주길 바라는 마음. 보여주기식으로 종류를 바꿔가며 애쓰며 살고 있구나 싶었다.

동시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언제부터 페미니즘, 젠더라는 이슈에 주목했는지 생각해봤다. 어렸을 때 아들을 낳기 위해 4남매가 된 (흑)역사가 있는 집안의 장녀로 태어났다. 언제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깊은 욕구. 남자처럼 살아야 세상에서 험한 꼴을 당하지 않고 잘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19년을 보내고 자유와 사랑이 꽃피는 예술학교에서 권김현영 선생님(지금은 무척 유명...)의 수업이 약간의 불씨가 되어주었다.

나는 선생님이 늘 위아래 검은 옷을 입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블랙패션을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있다. 결국 수업 마지막에 커밍아웃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밝히셨다. 그떄가 2004년이었던 것 같은데...그래서 선생님의 옷 스타일에 대해 품었던 의문을 한큐에 해소했던 기억이 있다.

예술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신실한) 크리스천이었다.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선생님 수업을 들었다고 엄청난 영향을 받진 않았다.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버는 곳이 종교계여서 나는 소수자를 만날 기회 역시 거의 없었다. 기독교에서는 좋지 않게 판단하니까 말이다.

갑자기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이야기를 꺼낸 건,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에서 커밍아웃하는 성소수자 여성철학자가 6명 중에 절반은 넘은 듯하다.

나는 성경의 창세기를 믿는데, 책에서 그건 아니라고 명확한 목소리가 마치 정답처럼 박혀 있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도 돈내고 수업듣는 과제니까. 책은 책일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테니. 하면서 마음 넓게 체킷아웃!

결혼하고 주부가 되니 여성주의에 더 관심이 간다. 잘 모르지만 제도 안에 들어오니 온통 가부장제 천국이다. 웹툰 며느라기 보면서 통쾌했던 적나라함이 여전히 2018년을 사는 현실에서도 진행형이니 가슴이 답답하다. 내 딸이 사는 세상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마무리는 클리셰로 ㅠㅠ


밑줄 그은 문장


- 책을 읽을수록 더 많은 질문이 그에게 몰아쳤다.

- 인정은 욕망을 인식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욕망을 승인하도록 하는 활동이다...나의 욕망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때, 사람은 욕망을 표현할 수 있고 펼칠 수 있다.

- 무엇이 나 자신의 삶을 견딜 만하게 하는가. 버틀러는 계속 자신의 욕망에 대해 질문한다.

버틀러의 관심은 ‘어떠한 조건이 나를 나로서 살게 하고 삶을 견딜 힘을 주는가’에 있다. 어떠한 인간 조건이 나를 보편적 인간의 영역에서 몰아내고, 나로 하여금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가?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인사이트

- 버틀러 : 수행성. 사회적 약자의 말하기

- 누구나 타인의 돌봄이 필요하다

- 타인에게 내 삶을 빚지고 있었구나

- 상황적 지식 : 절대 진리가 없고 각자 위치와 입장에 따라

- 겸손한 목격자

- 질병은 관계맺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질병 : 일어난 일이 일어났다, 그것뿐

- 한나 아렌트의 ‘사유’는 세상을 이해하기와 같은 말. 사유는 함께 존재하기 위한 열정이라지

- 스피박 : 사회적 약자, 그러니까 자기 언어가 없는 사람. 재현되지 못한 타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글쓰기는

-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없다.

- 나를 이해하는 것이 타인을 이해함과 맞닿아 있다.

- 내가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하는 행위

- 내 생각과 의견을 만드는 일

- 언제, 어떤 조건에서 무엇이 좋고 싫은지 생각할 기회

- 은유가 이야기한 ‘글쓴이가 보이는가’에 관한 의미 : 어떤 조건, 어떤 경험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가

- 사유하기 그리고 의심하기

- 표현되지 않는 것을 하는 행위

- 불가능한 지점을 시도하는 일

- 하나의 문제를 풀어쓰고 화해하며 다른 지점을 나아가게 한다.


참 좋았던 말 by 은유

- “의심하는 건 중요해”

- “공부는 확고함이 아니라 해체하려고 하는 거지”

- 상황의 교차성(강남순)

- 싫은 사람과 살아가기

- “내 생각은 늘 변할 수 있어”

- "말은 해야 늘어요"

- "빨리 찾아지는 건 문제가 아니에요.

삶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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