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라스베이거스가 떠올랐을까...
인간은 놀이 본능을 가진 존재(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이다.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한다. [요한 하위징아]
전 세계 유명 랜드마크를 화려한 조명과 돈을 쏟아부어 구현한
세계의 축소판이자 지상낙원이었다.
호텔 입구에서는 깔끔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호객꾼들이
카지노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우리 돈 3만 원 정도의 미끼용 무료 쿠폰을 나눠줬다.
카지노로 연결된 통로의 넓은 규모와 현대적인 시설은 압도적이어서
도박장으로 간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돈을 아낌없이 처바른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예술품을 능가하는 장식들이 도열된 통로를 걷다 보니...
거대한 궁전의 놀이에 초대되어 가는
돈 많은 귀족이 된 듯한 착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 기분 대로라면... 없는 돈까지 주머니를 털고 싶을 정도였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는 치밀하게 계산된
마케팅 전략으로 운영된다.
아무리 웅장한 규모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카지노라 할지라도
딱 3가지만큼은 없다.
바로 창문, 거울, 시계.
바깥세상과 연결된 창문을 없애므로 세상 일은 물론
근심과 걱정까지 다 잊어버리고
밀폐된 공간에서 도박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한다.
눈부신 자연 햇빛을 차단하고,
붉은색 위주의 낮은 조도의 인공조명으로 뇌를 흥분시키면서,
낮인지 밤인지 현실 감각을 무디게 한다.
도박에 빠져 흥분된 상태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외모가 흐트러진다.
추레해진 모습을 거울 보며 정리하는 시간마저 아깝다.
거울의 가장 큰 속성은 자신의 꼬락서니를 깨닫는 도구라는 것!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성찰의 도구를 없애므로써
욕망으로 번들거리다 퀭하게 꺼진 눈, 부스스해진 피부, 승부에 목 맨
초조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봐선 안 된다.
오직 게임!에 열중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도박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카지노장 어디에도 시계를 걸지 않는다.
카지노 전용 조명으로 조도를 낮춘 실내에 시계마저 없으니 시간 개념이 있을리 없다.
누군가와 했을 약속도 인간 관계도 게임엔 걸리적 거리는 방해요소다.
시간이 사라진 순간... 가족과 친구도 잊는다.
돈을 걸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심장이 쫄깃쫄깃하고 짜릿한 그 불확실성이야말로
도박의 가장 강력한 쾌감중독이라니...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미국내에서 7번째로 노숙자가 많다는 라스베이거스...
밤새 불야성을 이루며
지상낙원 같았던 라스베이거스는
아침 해가 뜨는 순간 화려했던 조명이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