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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Oct 07. 2021

오!늘 사진 [26] 오징어 게임? <2>

누가 '놀이'를 '생존게임'으로 바꿨는가?

쫓기듯 살아가다 보면...
자신들이 '말'이라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옆에 있는 '말'을 이기기에 바쁘다.

- 왜 우리가 치열한 경쟁 사회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나?
- 게임의 규칙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경쟁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황동혁]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이미 전 지구적인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며 투자를 거절당했다는데

그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오늘 전 세계인들은 <오징어 게임> 속 세상이
단순히 드라마의 허구가 아니라, 자신이 지금 발을 딛고 선 땅의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것인지...


아니, 어쩌면 그동안에는 게임 같은 현실에 살면서도

보아도 보지 못 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던 사람들이

이제야 집단적으로 눈이 열리고, 귀가 트여 각성이라도 했단 말인가.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와 시온 사람들처럼.

네이버 블로그 희망의 영토

나는 얼마짜리 사람인가?

455명의 목숨 값으로 마지막 생존자가 갖게 될 돈이 456억이니

<오징어 게임> 속 한 사람의 목숨 값은 1억이다.  

거기에 동의하는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할 때면
자신의 가치를 생각해보도록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나의 가치를 돈으로 매긴다면 얼마나 될까요?"

집단의 크기는 보통 한 개 반으로 20명 안팎인데, 집단마다 대부분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한 두 명 정도가 최하로 수십억을 적어내지만,
대부분은 기본이 수백억은 훨씬 넘는다.

- 나의 가치는 무한대다!
라고 적어낸 학생들도 집단마다 꽤 많이 나온다. 그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자기를 돈으로 매길 수 있느냐?"
라며 얼굴 가득 의기에 차서 진행자인 내게 따지듯 항의를 하곤 했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은 빚에 쪼들려 신용불량자로 벼랑 끝에 몰린 신세들이라 그랬을까.

눈앞에서 대롱거리는 456억에 눈이 멀었는지...

"내 목숨 값이 겨우 1억밖에 안 되냐?"

라고 따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게 매우 씁쓸했다.

그렇게 처음부터 부당함을 부당함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순간,
그들은 생존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말'로 소비되다 버려지는 것이다.


누가 '놀이'를 '생존게임'으로 바꿨는가?

뒤돌아보니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며...

풍성한 놀이문화 속에서 컸던 우린 정말 복 받은 세대다.

꼭 형제자매가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동네 또래들끼리 무리를 이루어 놀았다.

해가 뜨면 또래들과 어울려 산과 들, 강으로 쏘다니고...
팽나무 아래 공터와 아랫동네 윗동네의 골목길,
마을회관의 널찍한 모정(쉼터 정자)과 그 아래 넓은 뜰은
우리들에게 늘 열려있는 놀이공간이었다.  

그리고 집집마다 있었던 흙마당...
우리 집 마당과 미O이 영O이 O숙이네 마당을 놀이터 삼아
해가 지도록 마음껏 뛰어놀았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 다음 카페 롤로리야

또래 칭구들과 동네 언니 오빠들과 어울려 놀았던 놀이도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종류도 다양했다.

[특별한 도구나 물건 없이 아이들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었던 놀이]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꼬리잡기, 쎄쎄쎄, 동동동대문아열어라, 우리집에왜왔니?, 말뚝박기(등말타기)...


[땅바닥에 금을 긋고 모양을 그리거나, 주변에 흔한 물건을 이용해서 했던 놀이]

팔방놀이, 오징어놀이, 달팽이감기, 땅따먹기, 소꿉놀이, 딱지치기, 비석치기, 술래잡기, 윷놀이, 감씨따먹기, 두껍아두껍아, 실뜨기, 자치기,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동전치기, 제기차기, 연날리기, 성냥개비 산가지놀이, 공놀이, 콩주머니놀이, 긴줄넘기 꼬마야꼬마야...

비료포대 눈썰매 : 중앙일보 김기현 기자(2014)

[계절과 절기에 따라, 아침 저녁 시간에 따라 달리했던 놀이]

동진강 수로에서 여름에 했던 수영과 물놀이, 조개잡이, 비 그친 후 강낚시, 뜰망이나 맨 손으로 물고기 잡기.

겨울에 물이 얼면 강썰매와 얼음지치기, 눈 쌓인 언덕에서 비료푸대 눈썰매타기, 겨울 논에서 하는 야구.

보름날밤 망우리 돌리기, 집집마다 다니며 보름나물 얻어와 큰 양푼에 넣고 비벼먹기.

저녁 먹고 캄캄할 때 해야 제맛인 숨바꼭질, 탐정놀이, 강강술래 

그리고 겨울밤이면 동네 사랑방에 모여 이불 밑으로 빙 둘러앉아 놀기 등등.

긴줄넘기 : 네이버 블로그 건강한두피
어른과 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긴줄넘기 : 다음 카페 기쁨

동네 꼬맹이들은 온갖 놀이를 '함께' 어울려 '온몸'으로 놀면서

키가 자라고 등치도 커지면서 나이를 먹었다.


부모님과 동네 어른들은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공부하거라!"

라는 잔소리도 하지 않으셨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셨다.

농사가 쉬는 겨울과 이른 봄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아 주기도 하셨다.

물론 모내기와 수확철같이 어린아이 손도 빌려야 할 만큼 바쁠 땐 예외였지만.

불과 몇 십년 차이인데 요즘 시골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뛰놀기보다는
컴퓨터 게임과 핸드폰으로 노는 걸 더 좋아한다.


우리 때는 오징어 '놀이'라고 불렀지 오징어 '게임'이라고 하지 않았다.

같은 뜻의 우리말과 영어이지만 어감의 차이가 다르게 다가온다.

'놀이'는 말 그대로 승부는 있을 수 있지만 승부 역시 재미를 위해서 임시로 설정한 것이다.

놀이에서 졌다해도 잠깐 기분은 상할 수 있어도 곧 툭툭 털어버리고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다.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라고 하면 단순히 놀이가 아니라 승부에 더 방점이 찍힌다. 

이기고 지는 것에 눈에 불을 쓰고 전력질주하게 한다.

승리가 중요하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게임은 그냥 놀이라기보다는 생존을 다투는 전쟁판을 떠올리게 한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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