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을 그리는 행위는
모든 상처와 고통으로 점철된 트라우마를 물방울 속에 용해시켜,
불안도 분노도 공포도 모든 것을 투명하게 허(虛)로 되돌려 보내는 행위다. [김창열]
한적한 담벼락에서 만난 빗방울 그림 : 사진 by연홍 빗방울 화가
간밤에는 선득하여 처음으로 불을 넣고 잤다.
연이틀 내리는 빗줄기에 옷을 한 겹 어깨에 더 두르고,
우산을 쓰고 나서는데...
한적한 담벼락에
빗방울들이 흘러내려 그림을 그린다.
모양도 닮은 듯 제각각...
물이 고인 양에 따라 크고 작은 빗방울들이
가는 것은 가는 것대로 기죽지 않고 섬세하게
굵은 것은 굵은 것대로 힘차게
속도를 즐기며 길고 짧은 선을 거침없이 벽에 그렸다.
거침없이 그려 내려간 빗방울 : 사진 by연홍 시간이 멈춘 듯 콩나물 머리 음표로 선 빗방울 : 사진 by연홍 자유낙하의 율동을 펼치던 빗방울들이
시간이 멈춘 듯...
그림을 그리다 말고 리듬감 있게
오선지에 들쭉날쭉 콩나물 머리 음표로 서 있다.
영롱한 빗방울 음표들을 왼쪽부터 주욱 훑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개가 위아래 위아래 리듬을 타며
랄라라 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오선지에 음표 같은 영롱한 빗방울 "어떤 노래가 들리나요?" : 사진 by연홍 물방울 화가 김창열
파리 인근 팔레조,
허름한 마구간 같은 곳에 살던
가난한 화가는 캔버스 하나 사는 돈도 아껴야 했다.
그렇게 밤새 그린 그림이 마음에 차지 않자
유화 물감을 떼어내고 캔버스를 재활용하고자
캔버스 뒷면에 물을 뿌려 놓았다.
그때 마침 파리의 아침 해가 떠올랐다.
온기를 품은 한 줌 햇살은
가난한 화가가 캔버스에 뿌려 놓은
물방울을 만나 영롱하게 빛났다.
화가의 눈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존재의 충일감에 휩싸여
온 몸이 전율했다.
그 순간 물방울을 만났다!"
김창열 화백이 '물방울 화가'로 태어난 순간이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시리즈 그 후, 화가의 입을 빌자면
'미친놈'처럼 캔버스를 마주하고 앉아
50년을 물방울만 그렸다.
작은 물방울 속에서
존재의 탄생과 소멸, 빛과 그림자, 충만과 비움,
만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회귀 : 回歸)
그 모든 우주의 섭리를 보았기에
김창열의 물방울은 작지만... 결코 작지 않다.
김창열 화백 : 네이버 블로그 백구 #오늘 #빗방울 #물방울화가 #김창열 #파리 #회귀 #우주의섭리 #캔버스 #일상 #콧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