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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Oct 14. 2021

오!늘 사진 [29] 숨은 그림 찾기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웃기는 [2021 수능 예상 문제]

아래 사진에서 사람을 찾아보시오.

그 사람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숨은 그림 찾기 '청소하는 사람' : 사진 by연홍
싸락 싸락 싸르락
어릴 때 이불속 잠결에 듣던
누군가 대 빗자루로 마당 쓸던 소리...


잔뜩 날이 흐려

별도 달도 구름 이불속에 잠든 새벽.

가로등 불빛도 닿지 않아 칠흑같이 캄캄한 길을

누군가 어둠 부스러기를 쓸어내고 있었다.

이른 아침 길거리를 청소하는 어르신 : 사진 by연홍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는
하늘이 잔뜩 흐리고 몇 차례 빗줄기가 퍼붓는다는 걸...

아니나 다를까 지난 며칠 비가 오더니
가을이 성큼 발아래까지 내려왔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간밤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제법 발 길에 차인다.


그런데 아! 저분은... 캄캄해서 보이진 않았지만

며칠 전 싸르락 싸락 어둠을 쓸고 계셨던 분이 틀림없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다가가 아는 척을 했다.

마스크를 썼지만 이웃집 어매같이 둥글둥글 수더분한 인상의 그분은

비질을 쉬지 않고, 눈으로 웃으신다.


"내가 무릎 수술을 했단 말이오.

그러니 다른 분들 일 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있어야지."

일 하시느라 긴 말은 나누지 못했지만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이신 듯하다.

아픈 다리 이끌고 새벽부터 당신의 몫을 감당하고 계셨던 것이다.

어릴 땐 몰랐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또 봄...
그렇게 둥글게 둥글게 순환하는 사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철이 드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날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구나!


위에 올라온 밥과 반찬 어느 하나도

그저 공으로 올라온 것이 없었다.


밥이 된 쌀과 벼와 벼꽃과 어린 모를 새벽같이 진흙 논 물에 빠져가며 모내기를 했을 농부님들!

김치가 된 배추, 고추와 된장, 생선과 고기...

내 생명 살리자고 식물과 동물의 목숨들이
또 그 누군가의 단잠을 깨워 땀과 수고를 거쳐
밥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희생 제물을 올린 제단처럼.


어릴 땐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 길을 걷다 보니... 알게 됐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이 

"내 몸은 종합병원이여!"

라고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그저 엄살이나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노인사회활동 지원사업 어르신들 : 사진 by연홍
버스 정류소를 일일이 물걸레로 청소하는 어르신들 : 사진 by연홍
이른 아침 청소하는 어르신들 : 사진 by연홍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받은 '주민참여와 화합의 벽' (2004년 조성) : 사진 by연홍
집에 가는 길에 만난 [주민참여와 화합의 벽]
'가족사랑'을 주제로 공모에 응모한 30명의 동네 어린이들의 그림을
도자기 타일에 인쇄하여 구워낸 후 벽면에 부착했다.


17년째 햇빛과 바람과 비와 눈을 맞아서인지 타일 그림이 많이 희미해졌지만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절로 엄마 미소를 짓게 한다.

타일 벽 그림 중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쓸고 청소하는 모습도 보인다.

창가엔 방금 잠에서 깬 철부지인 나도 보이는구나!

그림 타일 벽의 일부  '청소하는 모습' : 사진 by연홍
그림 타일 벽의 일부 '빗자루 타go' : 사진 by연홍

일하던 빗자루에 대한 생각을 바꿔 놀이동산 기구를 타듯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어린이의 그림을 보며 기도한다.


생명을 살리는 세상의 모든 일이 본래 신성할 텐데...

일의 성과를 따지되

그것이 사람의 목숨을 짓누르는 지경에까지는 가지 않기를

노동이 '노역'이 아니라 부디 '놀이'로 마칠 수 있기를...


열심히 일한 당신,

빗자루 열차 타go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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