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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Oct 20. 2021

오!늘 사진 [32] 금빛 욕망이 종교와 만났을 때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2>

금은 공기나 물에 오래 노출되어도 썩거나 변하지 않는다.
시간을 거슬러 반짝이는 노란빛 덕분에 수천 년 동안 귀금속과 장식품으로 활용되었다.
금은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화폐의 주축이 되어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통한다.

금 1돈가량을 얻기 위해서는 10여 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금을 뽑아내기 위해 사용된 독성물질로 인해
2011년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금광업과 금속광업을 주요 국토 오염원으로 규정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금 매장량의 80%는 이미 채굴되었으며,
20여 년 후에는 지구 상에 채굴할 수 있는 금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거라는 비극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은...
때때로 신의 뜻으로 해석되어 선전된다.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 주제단과 제단화 : 사진 by연홍

과거 잘 나가던 시절...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릴 정도로 강성했던 스페인

남부 세비야에 위치한 세비야 대성당...

건축 당시에는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을 이은 세계에서 두 번째 크기를 자랑했다.  

대항해 시대의 자부심을 상징하며 콜럼버스의 유해가 묻혀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4개 왕국으로 분열되었던 스페인을 통일시킨 이사벨 1세 여왕은

신하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값비싼 보석들까지 팔아서 콜럼버스를 지원했다.

이사벨 1세와 콜럼버스 : tistory 오색채운

그에 힘입은 콜럼버스는 세비야항에서 신대륙을 향한 첫 항해를 출발했다.

그렇게 신대륙을 정복한 결과 엄청난 양의 금이 스페인 제국으로 들어왔고,

그 덕분에 새로운 왕궁과 대성당이 건축되었다.  

세비야 대성당의 주제단은 금과 은을 부어 만든 장식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뒤의 벽은 높이 27m 폭 18m로 9층 건물 높이쯤 되는 세계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는 목재 제단화이다.

성서의 인물 1,000명을 소환하여 45개의 성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무를 조각하여 만들었다.

그 하이라이트는 신대륙에서 탈취해 온 금 1,500kg을
조각목에 입혀 황금 제단으로 완성한 것.


오늘 금 시세로 따져보니 자그마치 1,000억이 넘는 돈이다(골드바 1kg = 약 6,700만 원).

예배를 드리지 않을 때는
도난 방지를 위해  
거대한 철창문으로 가두어 두는 웃픈 모습이 벌어진다.  
(이스라엘 마지막 사사이자 하나님의 예언자인 사무엘이 이스라엘 첫 왕 사울에게 말했다.)
하나님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하나님의 목소리를 청종하는 것 같이 좋아하시겠습니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하나님 말씀을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습니다. [사무엘상 15:22]


왕관을 쓴 베드로의 머리를 상징하는 '성 베드로 대성당' 정면 : 사진 by연홍

바티칸 시국

여의도 1/6 크기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 계에서 가장 큰 가톨릭 성당이 있다.

반구의 돔을 왕관처럼 쓴 베드로의 머리에 해당되는 성 베드로 성당120년에 걸쳐 완공되었다.

최대 6만 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로마 가톨릭 건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인류사에 빛나는 하나의 건축 예술품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 사진 중앙에 '하늘 덮개(발다키노)' 아래에 베드로의 무덤이 있다. : 사진 by연홍
성 베드로 대성당은
'가장 아름다운 장식의 땅'이라는 에머슨의 표현처럼
온갖 예술품과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궁전이면서 보물창고이고
예배당과 미술관, 박물관을 겸한 교황들의 무덤이었다.  


성 베드로 성당 좌우로 대리석 기둥들이 4열로 둥근 회랑(복도)을 형성하면서

최대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 베드로 광장을 이룬다.

광장 가운데 위치한 성 베드로 대성당 : 사진 by연홍
교황 알렉산데르 7세는
설계자 베르니니에게 성 베드로 광장의 용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교황이 사도궁전에서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강복할 때,
교황의 모습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만드시오."
그는 성 베드로 광장을 통해 대성당과 교황청, 나아가 가톨릭과 교황권의 위세를 떨치고 싶어 했다.
[나무위키] 참조.
성 베드로 광장 가운데에 서 있는 오벨리스크. 그 꼭대기에는 이교도에 대한 승리를 나타내는 청동 십자가가 올려졌다. : 사진 by연홍

큰 부자 가톨릭교회 vs 굶주린 백성들

당시 일용직 근로자의 월급은 약 6 스쿠디였는데 

성 베드로 광장 공사에 필요한 돈이 100만 스쿠디를 넘게 책정됐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은...
전임 교황들의 사치와 비리로 인해 적자에 시달리던 교황청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교황 알렉산데르 7세는 오히려 성 베드로 광장 공사로 인해

로마 빈민과 노동자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로마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거라면서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프라하 '틴 성당' 두 첨탑 사이에 얀 후스 동상. 체코의 종교 개혁가 얀 후스는 루터보다 100년 앞서 가톨릭 교회의 타락을 비판하다 화형에 처해졌다. : 사진 by연홍
결국 무리하게 추진된 성 베드로 성당의 공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천국과 지옥 사이에 성서에도 없는 '연옥'을 상상하여 교리로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서 가톨릭교회는 거액의 헌금을 거뒀고,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구원을 결정하는 결정권자로서 권한을 행사했다.

"헌금 바구니에 쨍그랑 돈이 떨어지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 연옥에서 천국으로 옮겨진다."
라는 두려움과 죄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거짓교리에 선동된 가난한 이들은
없는 돈까지 끌어모아 면죄부(면벌부)를 사야했다.
거대한 부자교회(Big Church)와 굶주린 백성들(Hungry People)로
요약할 수 있는 중세 시대...
금빛 욕망에 눈이 먼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타락은
결국 종교개혁의 불씨를 댕겼고, 천 년 암흑기의 끝을 맞게 되었다.


성 베드로 광장 한 복판에는

이집트에서 가져온 높이 25m가 넘는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 

이교도를 상징하는 오벨리스크 꼭대기에 '승리'를 상징하는 청동 십자가를 세워 

만방에 '가톨릭교회의 승리'를 공표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금빛 욕망에 취해 하나님의 뜻과 멀어짐으로써 '실패'의 쓴 맛을 보아야 했다.

(제자들이 예수께 예루살렘 성전의 크고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제자들이 성전 건물들을 가리켜 보이려고 나아오니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가 이 모든 것을 보지 못하느냐?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마태복음 24:1-2]
고 조용기 목사 영정 : 국민일보

얼마 전, 교인 70만이 넘는 세계 최대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던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개척했던 조용기 목사가 향년 8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중세 가톨릭교회의 타락을 개혁하고자 나왔던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개신 교회가 극동의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져서,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나오기까지
그 과정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기도와 목숨 값이 있었다.


타계와 함께 본격적으로 고 조용기 목사에 대한 평가들이 나오겠지만

'하나님의 종'으로 자처했던 그가 주인 앞에 불려 가서 하나님께 어떤 말을 들었을지...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않고, 그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는 

분명 세상의 성공 기준으로만 보지는 않으셨을 듯하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세상에 왔으면 언젠가는 돌아가는 법...

부디 고인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빈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예수님과 제자들 : 다음 블로그 샬롬
한 때 교인 수 1,200만까지 육박했던 한국 교회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이 현저하게 둔화되어 위기에 봉착했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양극화 속에 한국 교회의 위상은 더욱 졸아들었다

교회들 사이의 양극화도 심해서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보고(2020)에 의하면
교인 수 50명 이하의 매우 열악한 교회가 전체 교회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예장 통합 교단).
복음의 정신인 믿음, 소망, 사랑.
사회를 향한 생명, 평화, 정의, 그리고 오직 예수!

작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살려고 몸부림치는
작은 예수 같은 목사님과 교인들을 많이 보아왔다.


1만 명 이상 초 대형교회는 전체 교회의 0.2%에 불과하지만 그 영향력이 크기에

사람들은 대형교회와 대형교회 목사를 보고서 전체 교회를 평가하기 쉽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 만난 부활하신 예수님 : 다음 블로그 샬롬
흔히들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욕하는 그 마음 깊은 곳에서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교회의 역할을 똑바로 해주기를 바라는 기대치가 있음을 느낀다.

교회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불린 예언자의 전통에 따라 권력과 야합하지 않고,
하나님의 시선으로 권력을 견제하여 비판적 지지를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명백한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회개와

회개에 합당한 열매는 내놓지 않고,

오히려 '목사'로 신분 세탁을 하여 교회를 이용한다든지,

권력을 얻기 위해 평소 읽지도 않던 성경책을 어색하게 손에 들고

초 대형교회를 찾아서 기도 퍼포먼스를 하는 뉴스를 접할 때면...


이 모든 것이 예수님의 이름은 믿으면서도

정작 예수님의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지 못하는 교회의 책임이리라.


하나님을 만난 이후,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지체로 살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부끄러움은 왜 오롯이 몫인가?"

라고 외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고자

오늘도 몸부림치는 수많은 교인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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