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쪼개어 쉬기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난 사라진다.
점심시간이니 당연히 밥 먹으러 가는 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난 낮잠을 자러 간다.
그렇다고 점심밥을 포기한 건 아니다.
행정복지센터와 주차 협약을 한 인근 아파트에 주차해 둔 차 안에서
나 홀로 샐러드를 먹고
그대로 의자를 재껴 쪽잠을 잔다.
오전 내내
가을 햇볕을 가득 머금은 차 안은 따스하고 포근하다.
창문을 살짝 열어 바람을 통하게 하면
딱 좋을 정도이다.
아침부터 민원에 치여 녹초가 된 몸을 싣고
샐러드를 먹으며 유튜브를 보고 웃었다가
배가 불러 무거워진 눈꺼풀을 잠시 닫아준다.
대략 20~25분
쪽잠 같은 낮잠을 잔다.
차가 다소 좁고, 잠잘 시간도 길지 않아
정말 잠깐 눈을 붙이는 거지만
이 정도만 쉬어줘도 오후의 컨디션이 한결 다른 걸 느낄 수 있다.
어느새부턴가 주말부터 시작된 오른쪽 눈의 지속적인 떨림이
주중에도 계속 이어지는 걸 느끼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이러다 피곤해 죽을 것 같아
나 홀로 차 안에서의 식사와 낮잠을 택했다.
선택의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
더 이상 오후 내내 졸린 눈을 하고 버티지 않아도 되고,
오전에도 곧 밥 먹고 잠시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즐겁다.
비록 점심시간 이후
동료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을 견디기만 한다면 말이다.
탕비실에서 매일 점심 도시락을 같이 먹던 동료가
어느 새부터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
당최 갈 곳 없는 우리 행정복지센터에서
홀로 어디서 맛있는 걸 먹고 오나 매우 궁금한가 보다.
왠지 조금은 창피한 마음에
차마 혼자 차에서 샐러드를 먹고 낮잠을 잔다
라는 말을 할 수 없어 매번 실없이 웃으며 넘기는 중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
퇴근 후 타 지역에 있는 야간 대학을 가려니
하루 중 잠깐의 쉬는 시간이라도 없다면
체력이 버티질 못한다.
그러므로 이건
정말 생존을 위한 낮잠이다.
짧지만 강한 낮잠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