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16일 화요일 -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Fyodorovich Stravinsky, 1882~1971)
< 발레음악《불새》중 2장 6부 '카쉐이의 궁전과 피조물들이 사라지고, 기쁨이 넘치다' /
The Firebird, Tableau II Part: VI. The palace and creatures of Kashchei disappear, joy reigns>
■ https://youtu.be/wGSmb5GvSYI?si=TZeyOg30kMczVWFG
어제는 어디서 늦잠을 자고 있었는지 8월의 여름날이 갑자기 나타나 9월의 하루를 마치 제 날인 것처럼 맘대로 휘젓고 다니더니 오늘 아침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침 6시 현재 섭씨 21도.
아무리 여름이 몽니를 부려도 도도한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는 법이다.
날씨 기사를 살피다 보니 오후에는 비소식까지 있다.
가을비...
이 비가 지나고 나면 늦어버린 가을의 시간이 더 빨리 우리를 지나쳐 갈 것 같아 아쉽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삶의 밀도가 점점 더 높아지게 마련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많은 관계의 그물망들에 둘러싸이게 되고, 살아가면서 계속 새로운 연결을 통해 그 관계의 그물망을 넓혀가기 때문이다. '나'라는 실존은 또한 그 관계의 연결들 속에서 존재적 가치가 결정되다 보니 스스로 고립을 단절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나'는 끝없이 관계의 그물을 엮고 이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 관계의 그물망들이 50 중반을 넘기고 나니 끊어지기 시작한다. 나와 가장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고 늘 영원할 것 같았던 아버지부터 내가 가장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별하며 인연의 줄이 끊어진 채 늘어져 있다. 그렇게 촘촘하던 내 삶의 그물코들이 하나둘씩 비워져 가고, 그 빈자리를 허무(虛無)의 감정이 채우다 보니 그동안 내 삶을 팽팽하게 긴장을 유지해 오던 관계의 그물망들이 다 느슨해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 스스로 내 삶의 밀도와 긴장이 그렇게 느슨해진 걸 느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그물을 되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이고 다시 조심스럽게 연결해 보자. 오늘 아침은 매일 그렇게 새로움을 받아들일 각오를 한다.
모처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듣는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놀라움과 벅찬 기쁨이 새삼스럽게 다시 되살아났다.
"우리가 지금까지 상상해 본 것 중 소리와 움직임, 그리고 형태 사이의 가장 절묘한 균형의 경이로움 : 춤추는 교향곡" - 앙리 게옹(Henri Ghéon),『누벨 르뷔 프랑세즈(Nouvelle Revue française)』신문 평론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의 진정한 음악적 정신과 스타일을 발전시키려는 단순한 시도 이상을 성취한 유일한 작곡가" - 미셸-디미트리 칼보코레시(Michel-Dimitri Calvocoressi)
1910년 파리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가 초연되었을 때 당시 음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낭만주의와 서정적인 음악이 음악시장의 주류를 이루던 그때 파격적인 리듬과 강렬한 화성,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와 화려한 음색까지, 기존 낭만주의 음악이 주지 못했던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야만의 힘과 음악의 놀라운 표현력을 유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불새》는 1910년 6월 25일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에 의해 초연된 발레 음악으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첫 번째 발레 음악이었다. 당시 28세였던 스트라빈스키는 디아길레프의 의뢰로 이 음악을 작곡하였으며 발레의 안무는 미하일 포키네가 맡았다. 작품의 모티브는 러시아 민담으로 불멸의 마왕 카쉐이(코츠체이)의 성에서 벌어지는 이반 왕자와 불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음악적으로 《불새》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영향을 받은 후기 낭만주의와 프랑스 인상주의적 특징을 결합한 작품이다.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민속 선율과 인상주의적 화성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음색을 창출했으며,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색채감과 다채로운 리듬이 특징이다. 스트라빈스키는 대편성 관현악법을 사용하여 마법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특히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를 활용한 화려하고 섬세한 음향을 창조했다.
공연 이후 평론가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며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평론가들은 장식, 안무, 음악의 통일성을 특히 높이 평가했으며, 초연 첫날부터 "대성공, 센세이션, 도망칠 수 없는 히트작"으로 불렸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스트라빈스키는 하룻밤 사이에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러시아 5인조의 정당한 계승자로 인정받았다.
《불새》는 이 작품 이후 스트라빈스키가 추구하는 원시주의 작품과는 조금 결이 다른 여전히 전통적 화성구조를 유지한 작품으로, "라이트-하모니" 기법을 사용하여 인간 캐릭터는 온음계적 선율, 신화적 존재는 8음계를 활용했다. 이 작품은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과 함께 스트라빈스키의 '러시아 3부작'으로 불리며, 세 작품 중에서도 가장 듣기 편하고 낭만적 색채를 지닌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불새》는 전통과 혁신 사이의 균형 잡힌 작품으로서, 스트라빈스키의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 기술과 색채감이 돋보이는 20세기 발레 음악의 걸작이다. 이 작품은 후에 여러 차례 관현악 모음곡으로 편곡되어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으며, 스트라빈스키 자신도 말년에 대중 콘서트에서 주로 이 작품을 지휘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1882년 6월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 오라니엔바움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표도르 스트라빈스키는 당시 마린스키 극장의 유명한 베이스 성악가였고, 어머니 안나 스트라빈스카야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했고, 결국 스트라빈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법률 공부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법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친구였던 대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비공식적으로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곧바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문하에 정식으로 들어가 6년 동안 음악을 사사하며 작곡가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세계는 보통 그의 작품들에 따라 러시아 시대, 신고전주의 시대, 음률주의 시대로 분류하는데, 시기별로 그의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 시대 (1908-1917)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영향으로 이 시기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민족주의 색채가 짙은 작품들을 주로 작곡했다. 이때 유명한 발레 기획자 디아길레프를 만나 그의 무용단을 위한 발레 3부작, '불새'(1910), '페트루시카'(1911), 그리고 '봄의 제전'(1913)을 연달아 발표하며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특히 '봄의 제전' 초연 당시, 파격적인 음악과 안무로 인해 청중들이 격렬한 항의와 난투극을 벌인 사건은 음악사의 전설적인 에피소드로 남아있다.
신고전주의 시대 (1920-1951)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스트라빈스키는 과감하게 러시아적 요소를 버리고 바흐나 모차르트 같은 고전주의 시대의 형식과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신고전주의로 음악적 방향을 전환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주로 소규모 편성과 실내악 작품에 집중했다. 대표작으로는 발레곡 '풀치넬라'(1920)와 오페라 '난봉꾼의 인생역정'(1951) 등이 있다. 이 시기에 그는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하며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생활을 시작했다.
음렬주의 시대 (1951-1971)
쇤베르크의 사망 이후, 그는 12음 기법을 수용하며 음렬주의로 음악적 변신을 거듭하는데, 이 시기의 주요 작품으로는 종교 음악인 '설교, 설화 및 기도'(1961)와 '케네디의 추억을 위하여'(1965) 등이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오랜 세월 미국에서 활동하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깊은 친분을 쌓았는데, 케네디가 암살로 사망하자 너무 슬픈 나머지 그를 위해 추모곡을 써서 헌정하게 된 것이다.
스트라빈스키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대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라흐마니노프와는 정말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서로를 "시대에 뒤처진 노인"과 "엉터리 혁명가"라 평하며 교류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1971년 뉴욕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평생의 동료였던 디아길레프의 묘가 있는 베네치아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의 유해는 그곳에 안장되었다.
1장(Tableau I) : 마법의 정원 (불새와의 만남, + 공주와의 사랑)
어두운 밤,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이반 왕자가 마왕 카쉐이(코츠체이)의 마법 정원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황금사과나무가 자라고 있고, 불새가 나타나 황금사과를 따먹으려 한다. 이반 왕자는 불새를 붙잡지만, 불새의 애원에 마음이 움직여 놓아준다. 불새는 감사의 표시로 마법의 황금깃털 하나를 주며, 위험할 때 이 깃털을 흔들면 자신이 나타나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왕자가 기묘한 성 앞에 도착하자, 열두 명의 처녀들과 차레브나 공주가 나타나 황금사과를 던지며 놀고 있다. 이반 왕자와 차레브나 공주는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공주는 이반에게 이곳이 불사신 마법사 코츠체이(카쉐이)의 성이므로 빨리 떠나라고 경고한다. 새벽이 오자 공주와 처녀들은 슬퍼하며 성 안으로 사라진다.
2장(Tableau II) : 카쉐이의 궁전 (마왕과의 대결 + 해피엔딩)
왕자가 성문을 열자 종이 울리며, 코츠체이와 기괴한 요물들이 나타나 왕자를 괴롭힌다. 마법사가 이반을 돌로 만들려 하는 순간, 왕자가 불새의 깃털을 흔들자 불새가 나타난다. 불새는 마법의 춤을 춰서 코츠체이와 그의 무리를 지치게 만들어 잠들게 한다. 그 틈에 불새의 안내로 이반은 코츠체이의 생명이 봉인된 달걀을 찾아 깨뜨린다. 마법사가 죽자 마법이 풀리고, 사로잡혔던 사람들이 모두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마침내 이반 왕자와 차레브나 공주는 모든 이들의 축복 속에 결혼하며 왕위에 오른다.
■ 《불새》의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부분으로, 마왕 카쉐이와 그의 괴물들이 춤추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 '마왕 카쉐이의 지옥의 춤(Kashchei's Infernal Dance)'도 함께 감상해 보자.(레오폴드 스코토프스키 지휘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이 곡의 강렬한 오케스트라 짧은 총주는 신시사이저의 'Orchestra Hit' 사운드로 샘플링되어 마이클 잭슨부터 브루노 마스,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하여가」 등 다양한 팝 음악에서 널리 사용되어 더욱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다.
- https://youtu.be/Mtdq0SQTtYs?si=-hbUKxRKmSgI2CWf
■ 스트라빈스키의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 기법과 러시아적 색채가 잘 드러나는 '불새의 춤(Dance of the Firebird)'은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감상해 보자
- https://youtu.be/jmRU6cJeVDs?si=wtPFKGxpVlYv-p-E
♥ 희망가
-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