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

- 2025년 7월 16일 수요일 -

by 최용수

♡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샤콘느' BWV1004/Chaconne, Partita No.2 BWV1004>


https://youtu.be/kJUAkJkty94


어제 오후 집근처 병원에서 회전근개 파열 수술을 했다. 좀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완전히 끊어진 힘줄은 오래 두면 녹아버려 나중에는 치료가 더 힘들다는 의사 선생님의 의견을 존중해 급하게 수술을 해버렸다. 마침 입원해야 하는 날과 남은 휴가기간이 딱 맞기도 했고, 어차피 할 거면 빨리 하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마취가 깨고 난 후 어깨로 시작돼 온몸으로 퍼지는 통증에 거의 정신줄을 다 놓을 뻔했다. 간호사님이 많이 아플 거라며 수술 전부터 진통액을 링거와 함께 맞힐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고통이 뒤따를 줄 몰랐다.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아직도 턱근육이 얼얼하다. 통증은 새벽 2시까지 멈추지 않았다. 나이 때문일까? 예전에는 그렇게 크게 느끼지 못했을 고통도 이젠 그 강도가 사뭇 다르다. 다행히 열감도 통증도 새벽 2시를 고비로 한 풀 꺾였다. 통증이 줄자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온몸의 근육이 통증에 맞서 긴장했다가 갑자기 풀어진 모양이다. 눈을 뜨니 6시다. 창문너머 세상은 어느새 아침이다.


사실 수술 후 통증이 이렇게까지 심할지 몰랐었어서 오늘 아침 브런치 발행에 대해서는 정말 별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 걸, 어젯밤에는 브런치든 뭐든 수술 후 통증에 아예 경황이 없었다. 다행히 새벽 2시부터 통증이 조금 줄어들기 시작하자 불현듯 아침 브런치글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은 물론 이번 주 내내 브런치 연재를 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술한 왼쪽 어깨에 충격이 가는 걸 막기 위해 왼쪽 팔에 채워진 보호대 때문에 타이핑이 힘들거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깜박 잠을 자고 일어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어제 내 정신줄을 쥐락펴락했던 통증은 여전히 몸 근육을 긴장시켜 우리한 감은 남기고 있지만 확실히 견딜만해졌고, 왼쪽팔의 보호대도 좀 느슨하게 끈을 조절하니 타이핑도 할 만하다. 마침 노트북은 챙겨 온 터라...

사실 이 글은 브런치 연재 이전에 카톡 메시지로 2년 넘게 약 250여 분께 전하고 있었다. 가까운 지인들이라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개인톡은 보내기가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매일 안부를 확인하는 음악과 시톡 덕분에 갑작스러운 연락도 훨씬 수월해졌다.(이건 정말 놀라운 부수효과였다!) 더러는 내가 카톡 메시지를 늦게 보내거나 하면 일부러 안부전화나 톡을 주시는 분들도 생겨났다. 처음에는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보내다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분들에게도 보내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이자 방송출연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주신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그렇게 3년 차가 되는 시점에 마침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이 있어 좀 더 편하게 아침의 의식(儀式) 같은 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오늘 아침이 브런치스토리 연재 딱 한 달째다.(30회) 1년을 채우면 '나의 클래식 음악일기 2025'라는 제목으로 책도 내 볼 생각이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웹북으로 아주 싸게 발행할 생각이다. 이유는 딱 하나다. 아침에 단 10분 만이라도 유튜브 링크로 전해지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작곡자나 작곡과 관련된 사연과 시를 찾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쳇바퀴같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감과 함께 다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여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 해방감과 하루를 새롭게 리뉴얼할 수 있는 여유를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래서 아직 수술 후 통증이 아직 좀 남아있고 노트북 자판도 조금 불편하지만 기어이 이 글을 쓰고 있다.




'파르티타(Partita)'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음악 용어로, 원래 "나누어진 부분"을 의미하는 "partire"에서 파생되었다. 초기 바로크 시대(15~16세기)에는 주로 변주곡들의 모음이란 뜻으로 사용되었고( 특히 다양한 무곡형식이 포함된 변주곡 작품들과 함께) 류트, 테오르보, 하프시코드, 오르간 등 독주 악기를 위한 음악 장르를 지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16세기 후반부터는 몇 개의 마디로 구성된 저음 선율(바소 오스티나토-지속하는 저음低音) 위에 만들어진 일련의 변주곡들을 가리키다가 17세기 말 요한 쿤아우(Johann Kuhnau)와 같은 독일 작곡가들, 특히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에 이르러 파르티타를 모음곡(suite)과 동의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대에는 파르티타를 여러 개의 춤곡으로 구성된 바로크 시대의 기악 모음곡이라는 의미로 굳어졌다.

전형적인 바로크 파르티타는 알레망드(Allemande, 4/4박자의 중간 템포, 흐르는 듯한 춤곡)로 시작해, 쿠란테(Courante, 3박자의 활발하고 빠른 춤곡), 사라방드(Sarabande, 3박자의 느리고 장중한 춤곡), 지그(Gigue, 경쾌하고 활기찬 춤곡, 보통 마지막 악장)의 4악장으로 구성되지만, 바흐의 파르티타는 이 기본 구조에 미뉴에트, 가보트, 부레 등의 추가적인 춤곡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파르티타를 독주 악기를 위한 모음곡으로 완성시킨 대표적인 작곡가로, 그가 남긴 <건반을 위한 6개 파르티타 (BWV 825-830) - 작품번호 1로 출간>,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3개 파르티타 (BWV 1002, 1004, 1006)>, <무반주 플루트를 위한 파르티타 (BWV 1013)>는 파르티타 장르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오늘 소개하는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D단조(BWV 1004)는 바흐가 쾨텐 시기(1717-1723)에 작곡한 기악음악의 걸작으로, 무반주 바이올린 음악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탐구한 작품이다. 특히 5악장 샤콘느는 예후디 메뉴인이 "단독 바이올린을 위한 가장 위대한 구조물"이라고 평가했으며, 요하네스 브람스는 "작은 악기를 위한 한 줄의 악보에 한 사람이 가장 깊은 사상과 가장 강력한 감정의 온 세계를 써놓았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 작품이다.

바흐의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중 네 번째 곡으로, 총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장은 1악장 알레망드(Allemande 4/4박자, 독일에서 유래한 중간 템포 춤곡), 2악장 쿠란테(Courante, 3박자, 프랑스에서 유래한 활발한 춤곡), 3악장 사라방드(Sarabande, 3박자, 스페인에서 유래한 느리고 장중한 춤곡), 4악장 지그(Gigue, 영국에서 유래한 경쾌한 복합박자의 춤곡), 5악장 샤콘느(Chaconne, 스페인과 남부 프랑스에 유래한 춤곡에서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변주곡 양식)이다.


전체 파르티타의 연주 시간은 26분에서 32분 사이로, 연주자마다 차이 좀 큰 편인데, 특히 마지막 악장인 샤콘느는 앞의 4개 악장을 합친 것과 거의 길이(12~13분)가 같을 정도로 이 악장은 파르티타 제2번의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

샤콘느는 d단조 - D장조 - d단조의 3부의 대칭적 구조로 되어있는데, 모두 256마디로 구성된 변주곡 형식으로 첫 번째 부분: 33개 변주 (d단조), 두 번째 부분: 19개 변주 (D장조), 세 번째 부분: 12개 변주 (d단조)로 이루어져 있다.

바흐는 이 곡에서 폴리포니(다성음악)의 대가답게 한 대의 바이올린으로 마치 여러 성부가 동시에 연주하는 듯한 효과를 창조해내고 있는데, 바이올린의 네 줄을 모두 활용하여 저음부터 고음까지 넓은 음역을 아우르며, 선율과 화성, 리듬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어낸다. 이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것으로, 이후 모든 바이올린 중음주법의 기준이 되었다. 특히 5악장 샤콘느는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독주 바이올린 외에 반주악기가 함께 연주되는 듯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의 가장 놀라운 연주는 바이올린의 여제라 불렸던 정경화 씨의 명동성당에서의 이 연주를 빼놓을 수 없다.)

- https://youtu.be/1F7c8zIhBGg?si=MIhwbUZviNbfBjeV


이 곡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모든 가능성을 탐구한 음악적 건축물로서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최고 도전곡이자 청중들에게는 숭고한 감동을 선사하는 불멸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곡이 원체 유명세를 타다보니 이 곡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극적인 일화도 전해져 온다. 1720년 바흐가 쾨텐 공작과 함께 카를스바트 온천 여행을 다녀온 사이, 그의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첫번째 부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바흐는 여행에서 돌아와서야 아내의 죽음을 알았고, 이미 장례까지 치러진 상태였다. 그래서 많은 음악학자들은 오늘 소개한 바흐의 샤콘느가 사랑하는 아내를 추모하며 작곡된 진혼곡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곡 전체에 흐르는 숭고한 슬픔과 초월적 아름다움은 단순한 기교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영혼의 울림을 담고있기도 하다.(하지만 현재는 이 곡이 바흐의 아내 바르바라의 죽음 이전에 작곡되었다는 유력한 자료가 나오면서 이 에피소드는 이 곡이 가진 위대함을 한층 더 부각시키는 사례로 이해되고 있다).


■ 이 곡이 지닌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악기로의 편곡 가능성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페루치오 부조니(Ferruccio Busoni)**는 1893년 이 곡을 피아노용으로 편곡했는데, 화려하고 독창적인 표현을 구사하며 피아노의 최저음부터 최고음까지를 거의 다 쓸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부조니는 화려한 피아노 테크닉과 심오한 음악적 깊이를 통해 피아노의 본질과 개성을 담아내 샤콘느가 가진 음악적 상상력을 더욱 확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조니가 편곡한 피아노 버전을 엘렌 그리모의 감성 깊은 연주로 감상해보자.

- https://youtu.be/sw9DlMNnpPM


■ 또한 안드레아스 세고비아(Andrés Segovia)가 1934년에 발표한 기타 편곡은 클래식 음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세고비아는 "샤콘느는 기타와 완벽하게 들어맞는 곡이며 기타연주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성이다. 변주의 하모닉 패턴 역시 안달루시아의 민속 음악과 닮았다"고 말했다. 이 편곡을 들은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세고비아에게 "자네가 친게 바이올린보다 낫구나"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편곡작품이다.

세고비아의 기타 편곡을 작곡자 자신의 1959년 녹음으로 들어보며 현악기의 다양한 매력을 느껴보자.
- https://youtu.be/zcGt9AFlIPY



7월


- 정연복


시작이 반이라는 말

딱 맞는다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7월


눈 깜짝할 새

두툼하던 달력이 얄팍해졌다


하지만 덧없는 세월이라

슬퍼하지 말자


잎새들 더욱 푸르고

꽃들 지천에 널린 아름다운 세상


두 눈 활짝 뜨고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


작력하는 태양 아래

몸 드러내는 정직한 시간


마음의 빗장 스르르 풀리고

사랑하기에도 참 좋은


7월이 지금

우리 앞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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