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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07. 2021

#10. 책으로 만든 숲...'파주'

파주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에서의 하루

요즘 가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다. 오늘 새벽도 그랬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는 새벽 꿈속 이야기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왜 그토록 펑펑 울었는지...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꿈속에서 무언가에 마음이 너무 아파 펑펑 울었고, 눈을 뜨고 베개에 눈물이 배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눈을 뜨고 난 뒤 여전히 나는 슬픔에 잠겨 있었고, 다시 눈을 감고 꿈속으로 들어간 뒤에도 감정은 현실 속처럼 이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꿈속의 나였는지, 눈을 감고 다시 잠들길 바라던 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나는 나일까? 아니면 지금 내가 현실이라고 믿는 이곳 역시 꿈속은 아닐까? 나는 아직 잠들어 있는 것 아닐까?"


예전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은 것 같다.


뇌사판정을 받았다가 갑자기 정신이 돌아온 이가 갑자기 병실 창문으로 뛰어내렸던 일이 있었다.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그에게 왜 창문으로 뛰어내렸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이 뜻밖에도...


"나는 내 인생을 리셋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여긴 정말 현실이었다"라고...


그러면서 오랫동안 뇌사로 누워있던 그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가 사고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이 알던 그의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그의 몸은 뇌사판정을 받아 병원에 누워있었지만) 하지만 그는 마치 오래전부터 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았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다 사고가 났고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또다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영혼 떠돌이(?)의 삶을 살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으면 일부러 현재 자신이 들어가 있는 육체를 죽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눈을 떴는데 자신의 모습이 병실에 누워있는 처참한 신세라 다시 삶을 리셋하고 다른 모습으로 살기 위해 병원 창문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 글을 어디서 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릴 적(1989-1993)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재미로 봤던 sbs외화시리즈 '광속 인간 샘(QUANTUM LEAP)'이 비슷한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목숨을 던지는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교차되며 나는 다시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오전 7시 30분이 넘었다. 창밖으로는 이미 해가 떠올라있었다.


그렇게 내게 또 다른 하루가 주어졌다.


지금 눈을 뜬 지금이 꿈속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또렷하게 생생한 감각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감사할 일이다. 새로운 하루를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음은 축복 그 자체이니 말이다.


오늘은 토요일!

오늘도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이클이와 함께 말이다.


오늘은 파주 출판단지로 갈 예정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이란 곳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다.

여기서 잠깐

본격적인 이번 주말여행에 앞서 오늘 오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아들 미용을 시켜야 한다. 그동안 아들이 익숙해서 끊지 못해 예전 살던 동네까지 가서 머리카락을 자르곤 했는데, 오늘은 과감히 동네 미용실을 새롭게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게 된 하계동 헤라헤어! 너무 이른 시간이라 이제 막 가게 오픈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아이와 함께 들어가자 반갑게 맞아주시며 바로 시술(?)에 들어가셨다.


학생 커트가 9천 원이어서 굉장히 저렴하여 살짝 긴장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미용실 선생님의 과감한 가위질 한방에 이내 진정됐다. 가게 오픈을 하면서 찾아올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시는 간식(요구르트와 사탕 등)을 보며 동네 인심이란 부분을 한 번쯤 더 생각하며 나 혼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30여 년 전 산동네에서 다녔던 이발소 아저씨가 생각이 나서 이기도 하다.


이날 아들도 굉장히 만족했고, 나 역시도 미용실 선생님의 가위 놀림에 그리고 9천 원의 가치가 아닌 아이에게 집중하시면서 꼼꼼하게 다듬고 마무리해주시며 신경 써주시는 모습에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어린아이 커트 가격을 생각하면 깔끔하게 잘라만 주셔도 감사한데, 정말 꼼꼼하게 신경 써주시고 세심하게 다듬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이곳에서 아이 머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들도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사실 굳이 이렇게까지 '헤라헤어' 미용실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곳 운영하시는 분들은 내가 오늘 아침에 본 바로는 3분이셨는데 헤라헤어 학생 커트 가격을 검색하기 위해 찾아봤는데 검색이 그 흔한 블로그 검색하나가 안되어서였다. 아들 머리를 잘 잘라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후기로 마음을 전하려 한다.
[출처: 구글 맵 헤라헤어 김RaynDad님의 리뷰사진]
금강산도 식후경

아들 미용실 커트하고 나니 시간이 좀 애매해졌다. 그렇지! 일단 배고픈 건 채우고 봐야지!


그리하여 우리가 달려간 오늘의 점심 장소는 바로 '심학산 도토리국수'.

이곳은 정말 인기가 많았다. 식당 앞에 그리고 식당을 둘러싸고 놓여있는 주차선에는 도저히 차를 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인근 심학산 둘레길을 찾아온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주차장이다.


당연히 우리는 심학산도토리국수에서 식사를 하고 배를 꺼트릴겸하여 둘레길을 돌 예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12시 20분쯤... 그리고 우리는 꼬박 1시간 1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그만큼 이곳은 정말 오래 기다림을 각오하고 가야 한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고 평일은 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여니 참고하길 바란다.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도토리 쟁반국수와 도토리 사골 들깨수제비를 주문했다. 그리고 금방 우리가 주문한 요리가 우리의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언제 또 와보겠냐는 심정으로 한 젓가락 한 스푼 맛볼 때마다 내 입안을 파고드는 이야기를 기록했다.

◆ 도토리 쟁반국수
- 도토리묵으로 만들어서 식감이 색다름. 양념에 무친 배(과일)지만 배의 과즙이 무척 달콤하다.
- 면의 식감을 기록하고 싶은데 뭐랄까... 씹으면 둔탁한데 그 안에서 쫄깃함이 느껴진다.
- 쟁반국수 양념은 달달한데, 빨간 비주얼과 달리 매운맛이 강하지 않다.
- 파인애플 둥근 조각이 있어 궁금해졌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함일까. 국수와 같이 한 젓가락 입에 물으니 조합이 굉장히 잘 맞는 느낌이다. 쟁반 국수가 맵지 않고 달달함이 느껴지는 맛이 있는데, 배나 파인애플이랑 같이 먹으면 달콤 달달함이 어우러져 더 즐거운 맛이 된다.
- 쟁반국수의 양념은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신선한 야채도 아삭아삭해 식감도 좋고 전반적으로 건강한 맛이다.
- 매콤함이 그리울 때면 배추김치와 먹으면 된다.
 * 배추김치는 맛이 꽤 강하다. 맵고 짜고 마늘맛도 강하게 느껴진다.
 * 백김치와 열무김치는 달달하면서 씹으면 입안 가득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입안이 개운하고 깔끔해진다고 할까. 게다가 속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도토리 사골 들깨수제비
- 수제비 국물이 깊은 맛이 난다. 매우 고소하다. 얇게 썬 감자와 버섯이 듬뿍 들어가 있다.
- 주인공 수제비는 얇게 펴서 들어가 있는데 젤리를 씹는 것처럼 식감이 쫄깃쫄깃하다.
- 들깨가 듬뿍 들어가 있어 걸쭉하고 고소해서 국물도 마시면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열심히 기록하며 맛보기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아들이 수수부꾸미를 시켜달라 했고 나는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사실 지금 난 먹방 유투버처럼 빙의가 됐다. 오른손으로는 열심히 먹고 왼손으로는 스마트폰 속 메모장을 켜놓고 열심히 맛본 느낌을 적고 있었으니 말이다.

◆ 수수부꾸미
- 개당 3천 원인데 1개는 주문이 안된다. 2개부터 주문할 수 있다.
- 단팥이 큼직하게 듬뿍 들어가 있어 매력적이다. 씹을수록 고소한데 이 고소함은 우리가 설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그런 고소함과는 다르다. 단팥이 주는 건강한 고소함이랄까.


식사를 마치고 창문 너머로 대기석이 보였다. 정말 이곳은 쉴 새 없이 사람이 모여들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넘었지만,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로 식당 주변은 북적였다.


사실 대기줄이 길면 식당 안에서 먹을 때 신경이 쓰여 맛을 느끼기보다는 급히 먹어치우고 떠나야 한다는 부담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반감이 생길 때도 있었는데, 이곳은 1시간 10분을 기다리고 들어가 보니 부산하지 않았다. 어수선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오랜 기다림이었지만 먹는 동안만큼은 맘 편히 내 식사 속도대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도토리 쟁반국수와 도토리 사골 들깨수제비 여기에 수수부꾸미 2개를 주문하고 4만 1천 원이 나왔다.
밥을 먹었으니 잠깐 걸어야지

우린 식당을 나와 심학초등학교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걸어가며 마주한 꽃들이 있어 한 컷 찍었다.

밥을 먹고 나니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서였을까.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카페가 다 예뻐 보였다.

조금 걸어가다 마주하게 된 절... 그리고 너무도 웅장하게 서 있는 불상... 내가 정말 죄지은 게 많긴 한가보다. 절만 오면 무섭다...

그래도 산속에 있는 절이라서 경치는 정말 감탄사를 자아냈다. 수능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많은 분들이 절을 하고 계셨다.

자 이제 배도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책과 하루나기를 시작해볼까
북스테이?!
라이브러리스테이!?

심학산 식당에서 파주 출판단지까지는 멀지 않은 거리였다. 2.7km 정도...

사실 '라이브러리스테이'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는데, 재미나지만 잘 지은 신조어 같다. 템플스테이 같은 개념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며 쉴 수 있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라이브러리스테이라는 단어가 뭔가 좀 더 고급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내게 입에 촥하고 붙는 건 북스테이긴 하다... 요건 그냥 오지랖...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

주말이라 파주 출판단지 전체가 한적했다.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휴양지 같다고 할까.


'정말 이런 정도 건물이 다 카페라고?'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넓고 크게 마련된 카페들이 많아서 너무도 부러웠다. 파주 출판단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커피도 저렇게 근사한 곳에서 우아하게 드실 수 있으셔서 부럽다... 뭐 그런 느낌...

물론.... 평일엔 저렇게 넓은 공간이지만.... 북적여서 힘드실 수도 있겠지만...


지지향에 도착해 어렵지 않게 주차했다. 주차장이 참 넓어서 좋았다.


우리는 트리플룸으로 잡았다. 아내님이 각자 책을 읽으며 하루를 힐링해보자며 그러한 취지로 모두 각자 침대에서 오늘은 지내기로 한 것이다.

나는 창가 옆에 마련된 이 책상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이사하면 꼭 내 방에 이렇게 꾸며보고 싶다.


TV 없는 방은 대찬성이다. 지금도 난 10년 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아들을 내려주셨을 때 아내가 제안해 실행으로 옮겼던 'TV와 소파를 없애기 프로젝트'가 아들의 인생에 우리의 삶에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아들은 그 덕택에 책과 그림과 악기와 친해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디 가서 팔불출처럼 자랑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아들은 어디를 가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집착하지 않아요.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어요"


 어딜 가든 책이 있는 호텔
지지향

책과 함께 쉼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지지향 인근 어딜 가든 책이 있다. 다만, 요새 내가 공부하고 있는 머신러닝 책은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컴퓨터 언어 관련 서적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나는 못 찾았다..

(왼쪽) 객실로 가는 통로, (오른쪽) 호텔 엘레베이터 앞

1층에 마련된 지지향 라운지에는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 벽면에도 책이 진열돼 있어 보고 싶은 것을 가져다 보면 된다.


더 많은 책을 보고 싶다면 지지향 라운지 문을 열고 나가서 우측으로 1분(?)만 걸으면 바로 지혜의 숲이라 명명된 거대한 책으로 둘러싸인 카페가 나온다.

우리는
이곳 지혜의 숲을 찾으면
방문하는 곳이 있다

바로 보물섬이다.

이곳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이다. 아들은 이곳에 들어가면 보물을 찾듯 읽고 싶은 책을 찾기 시작한다. 어쩌면 아들에게 이곳은 진짜 보물섬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아들은 9권의 책을 샀고, 객실로 돌아오자마자 책 읽기 삼매경이다.

배고파

이제 어느덧 저녁 식사 때가 다됐다. 아들의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했나 보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5시 30분이나 됐다.


아쉽게도 지지향 2층에 마련된 '지지향 테라스' 식당은 오늘 오후 5시에 마감했다....

아내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며 지혜의 숲으로 우릴 안내했다.

그럼 우리 지혜의 숲으로 가볼까!

지난번에도 와봤지만 내 기억 속에는 웅장했던 책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억은 늘 그러하듯 오래가지 못한다. 역시 글로 기록을 남겼어야 했는데...


아내와 아들이 앞장서고 난 사진을 찍으며 따라가느라 정신없다. 그러다 아내와 아들을 놓쳐버렸다. ㅠ_ㅠ


전화를 걸으니 '나인 블록'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나인 블록.. 나인 블록이라...'


지혜의 숲 안으로 들어가니 파스쿠찌 옆 테이블을 지나 쌍안경을 쓴 아저씨를 지나니 거대한 책벽 사이에 웅장한 문하나가 보였고 거기에는 '9 BLOCK'라고 적혀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문을 열기 전의 지혜의 숲은 밝고 깔끔하고 웅장한 도서관 느낌이었는데...


'9 BLOCK'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살짝 어두워지며 조명 속 감성이 더해지고 영화에 나오는 유럽 대저택에 온 느낌이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피자는 없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우리의 파주 출판단지 안에서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는 아들이 좋아하는 피자 파는 가게를 찾기 위해 주변을 걷고 또 걸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또 해보았지만... 주말이라 브런치 카페도 전부 다 문을 닫았다...

우측 사진은 길을 걸어가다가 예뻐서 찍은 사진

이곳도 상권이 직장인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주말에는 대부분 쉬시는 듯했다.

돌고 돌아 다시 들어온 '9 BLOCK'...

이번 여행의 일정을 짜 아내는 '9 BLOCK'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보물섬에서 사 온 책을 읽으며 쉬자고 했지만, 아들은 쉽사리 이에 응하지 않았다.


기필코 피자를 먹어야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관철시키려 애썼다.


어차피 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여서 무얼 먹든 모두 즐거운 여행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입장으로 이번엔 내가 중립국을 자처했다.

결국 중재에 나섰다

피자를 먹고 싶다는 아들의 의지와 계획된 일정이 틀어지는 것이 불편했던 아내의 이견 차는 좁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결국 난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중재에 나섰다.


"아들, 피자가 먹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어제도 먹었으니 이번엔 오늘은 다른 걸 먹는 건 어때? 그리고 엄마가 짠 일정을 보면 내일 오후에 헤이리 마을로 넘어가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던데 오늘도 피자 먹고 내일도 먹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아내에게)당신이 먹고 싶은 건 정확히 어떤 걸까?"


하지만 양쪽의 입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고 난 결국 파투를 외쳤다.


"아 몰라 몰라! 그냥 나 잘 거야! 난 굶을 테니 각자 알아서 먹어"


나의 깽판(?) 덕택(???)이었을까 아들과 아내는 당황했고, 결국 아내와 아들은 입장을 좁힐 기미를 보였다.


"(아들)아빠, 나 그냥 여기서 먹을게"


"(아내)뭐야? 진짜 굶는다고?"

올타쿠나~~~

이불을 뒤집어 쓴 나는 주변 맛집을 검색해 아내에게 톡으로 전달했다. 그리고 말했다.


"자 운전은 어차피 내가 하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나가서 먹고 오자. 아들 내일 피자 먹을 테니까 오늘 저녁은 엄마가 좋아하는 한식으로 먹도록 양보하자. 괜찮겠어?"


아들은 엄마, 아빠랑 같이 밥 먹는 게 좋다며 양보했고, 아내도 피자 대신 피자 모양의 떡갈비라면 괜찮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시간이 벌써 6시 30분이네 어서 출발하자!"

헤이리 마을 인근 시골밥상집

이곳은 아내와 내가 연애할 때 왔던 곳이고, 반찬이 참 많이 나와서 엄마와 아버지를 모시고 왔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좌식이었는데 이번에 방문해보니 테이블에 의자로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는 식사하려면 한참 걸렸어야 했는데 지금은 그에 비하면 금방 나오는 셈이었다. 물론 우리가 방문했을 때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늘 대기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대기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메뉴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우린 석쇠 소불고기 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지금 주문이 좀 밀려있어서 기다려주셔야 해요. 아이 먹을 밥 한 공기 더 드릴까요?"


주문받으시는 분께서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드디어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애피타이저로 호박 으깬 거, 샐러드(?), 전, 약밥, 미니 묵사발이 나왔다.


"아이 먹을 수 있게 묵사발 한 그릇 더 드릴까요?"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시는 분들이 무척 친절하셨다.


"넵 부탁드립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머지않아 떡갈비와 된장찌개 그리고 14가지 반찬이 테이블 위로 가득 놓여졌다. 아들이 정말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인정이 많은 아이이고, 맛있는 게 있으면 늘 엄마 아빠와 함께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데... 이날은 이 큼직한 떡갈비를 다 먹어치워 버렸다.


내가 조기 생선뼈를 발라 아내와 아들에게 나눠주는 찰나에 말이다.

사실 아들이 너무도 맛있게 먹고 있어 그저 바라만 봐도 너무 좋았다. 너무도 잘 먹는 모습이 뿌듯했기에 조기 살을 다 발라내고 나니 떡갈비가 조금 남았지만 일부러 먹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이 먹어보라고 했지만 난 괜찮다고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리 테이블 위의 음식들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웃으며 즐겁게 저녁식사를 마쳤다. 아내의 '고기 피자'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우리가 맛봤던 검증된 식당을 찾아내 준 덕택이다.

난 밥을 먹으며 오늘 엔딩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에게 공언했다.

"오늘 이야기의 마지막 엔딩 멘트 정했어"


"(아들 왈) 뭐로? 아빠 우리 오늘 식사 뭐 먹을지 가지고 있었던 일 쓸 거야?"


"응 그 이야기는 짧게 쓸 거야. 아빠 일기 같은 곳이잖아"


"(아내 왈) 엔딩은 뭐라고 쓰려고?"

아들! 나 오늘 떡갈비 못 먹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가 됐다. 지금 오늘 찍은 사진과 글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 시각은 밤 12시 42분...


아내와 아들은 싱글 침대 하나씩 차지하고 꿈속 여행 중이다.


나는 숙소 앞 GS25시 편의점에 가서 '써머스비'와 도리토스를 사 와서 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오늘 읽고 싶어 1층 라운지에서 찾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란 책을 앞에 두고!


사실 난 오늘은 머신러닝 책을 들고 와서 노트북으로 실습하면서 공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트북은 들고 왔는데... 책을 집에 두고 와버렸다... 그래서 머신러닝 책을 지혜의 숲에서 찾아봤지만... ㅠ_ㅠ


못 찾았다.... 그래서 뭐라도 읽어야지 이번 여행의 취지에 맞는데...라고 고민하며 면밀히 책이 놓여진 진열장을 살펴보던 차에 '꿈의 해석'을 발견하게 됐고 새벽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떠올라 이것 또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아직 1장도 읽지 못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2시간 여가 흘러버렸다. 이제 1시다. 자야 할 시간이다... 내일 아니 잠시 후에 일어나서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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