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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07. 2021

#11. 셋으로 만난 '헤이리마을'

근사한 테라스 '피자 스토어'... 아이 놀이터 '파크티이'

이번 글은 전편과 이어지는 글이에요!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운 숙소
지지향

눈을 잠시 감은 것 같았는데 어느덧 날이 밝았다.


눈을 뜨니 나를 맞이한 것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피어올라오는 오렌지빛 물결을 본 내 마음은 이제 막 꿈속에서 현실로 돌아온 정신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제처럼 멍 때리다가 해가 지는 장관을 놓치지 말고 어서 일어나서 카메라를 꺼내 지금 내가 마음이 느낀 이 감동을 어서 담으라고" 말이다.


'지지향은 이곳의 지리적 위치가 참 매력적이구나'


이곳은 아침에 일어나 해돋이를 보러 굳이 멀리 걸어갈 필요가 없다. 해가 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곳에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모두 담아낼 수 있다.

아내와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며 다시 생각에 잠긴다


파주 출판단지의 토요일 밤, 어제 모습을 눈을 감고 명상하듯 하나하나 떠올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파주 출판단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화 속 한 풍경이었.


조용한 거리,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우아한 조명 속 카페들, 로맨틱한 소설 속에 한 장면 같은 모습에 기분이 묘하게 설레기도 했지만, 어둠이 짙은 길목을 마주하게 되면 공포, 스릴러 소설 속 주인공이 될까 두려워 발걸음을 재촉하곤 했다.

쿵쿵

해 뜨는 광경이 너무도 묘한 매력이 있어 나 혼자만의 상상 속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이 침대 매트리스에서 떨어지는 소리였다... 다행히 침대 매트리스가 아들의 잠버릇으로 인해 원래 자리에서 밀려나 있었던 덕택(?)에 아들은 낮은 계단을 구르듯 침대 아래 바닥으로 내려와서 잠을 자고 있었다.


아들의 쿵하는 소리에 아내도 놀라 일어났다.

조식 먹으러 가야지

나는 호텔에 묵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조식 제공 여부다. 나는 호텔 조식이 너무도 좋다. 많이 제공되지 않아도 좋다. 토스트에 딸기잼만 줘도 너무 좋다.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있을 때야 비로소 난 여행 왔음을 온몸으로 느껴서다.


지지향에서도 조식이 제공된다. 난 너무도 설렌다. 이곳은 어떤 조식을 내게 보여줄까란 기대감이랄까.


1층 지지향 라운지가 바로 조식 제공 공간이다. 3타임으로 나눠서 진행되며 식사 제한 시간은 타임별로 40분이다.

소시지 맛집이네

토스트 기계 옆으로 식빵과 동그란 모닝빵이 준비돼 있다. 그 옆으로 딸기잼과 버터가 그리고 소시지와 삶은 달걀이 마련돼 있다. 머스터드소스와 계란을 찍어 먹을 수 있도록 소금통도 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기계가 있어 얼음통에서 얼음을 꺼내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맞은편에는 샐러드와 방울토마토가 있어 애피타이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소스는 발사믹, 참깨소스, 올리브 오일이 있어 기호에 맞게 뿌려 먹으면 된다. 그 옆으로 시리얼, 우, 오렌지 주스 통이 있었다.


나는 조식을 사랑하니 샐러드 듬뿍에 나만의 토스트를 만들어 먹어보려고 시도했다.

광화문덕표
지지향 토스트 레시피

혹시 이 글을 보시고 지지향에서 하루를 묵으시는 분이 있다면 조식을 드실 때 한 번 따라 만들어보시길 바라며 오늘 내가 먹은 레시피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1. 토스트 기계에 식빵을 굽는다.

2. 구운 식빵 위에 소시지 2개를 가운데 올려놓고 그 위로 케첩 한 봉지를 꾸욱 짜고, 그 위에 딸기잼을 또 꾸욱 눌러 뿌려준다.

3. 햄버거처럼 소시지와 양념을 식빵으로 잘 말아서 입안으로 쑤욱 넣어서 먹으면 된다.

* 달달하고 구운 식빵의 바삭함이 좋아 순식간에 4개를 먹어치웠다.

- 경고 -
욕심을 내서 이 조합에 머스터드소스를 더해서 만들어 먹어봤는데 비추다. 머스터드의 소스 조합이 케첩과 딸기잼의 궁합을 오히려 파괴하는 느낌이었다. 굳이 경험해보고자 한다면 말리진 않겠다. 이 또한 취향 차이일 수 있으니 말이다.
배가 꽉 찼으니 산책해야지

지지향 주변은 걸을 곳이 참 많다. 지혜의 숲으로 들어가 보면 이곳은 정말 미로 같다고 느낄 정도다. 문이 있나 싶은 곳에 잘 보면 문이 있다. 그 문을 열고 나오면 이런 멋진 비밀의 정원이 숨어있다. 이곳에서 아들과 난 우스꽝스러운 놀이를 하며 배를 꺼뜨렸다.

체크아웃은 11시
무료주차는 오후 2시까지

만족스러운 조식 시간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잠시 쉬다 체크아웃을 마쳤다. 오후 2시까지는 무료주차이니 우리는 이곳에서 좀 더 알찬 추억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우리가 찾은 곳은 책 만들기 체험이다. 이곳은 지혜의 숲 안으로 쭈욱 들어가 '9 BLOCK' 입구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오면 된다.

이 엘리베이터를 찾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닌 것은 안 비밀...

매 시간 진행하는데 입구에 계신 분이 직접 설명해주신다. 체험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다. 아내와 아들은 체험하러 들어간 시간 나는 체험센터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이렇게 브런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들의 데뷔작
'그땐 그랬었지'

책 만들기에 아들의 자작시를 넣어서 책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아들 책이니 아들에게 맡겨야 한다.


대신 이 브런치 공간은 내 일기장이니 이곳에 아들이 어제 읊어준 아들의 데뷔작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그땐 그랬었지>

먹고 자고 싸고
또 먹고 자고 싸고
그때가 너무도 그리웠다
바로 아기였을 때다
광화문덕의 비평 한 마디

길지 않지만 굉장히 함축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단어들의 조합이 강렬한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하는 느낌이다.


요새 초등학생이 되고 난 후 학교 숙제부터 배워나가야 할 것들, 그리고 이제 학교라는 공동체 공간에서 사회화를 경험하고 있는데 그 수많은 감정들이 이 짧은 4줄에 다 담겨있는 듯하다.


아들이 차근차근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낭독하듯 말할 때의 비장함이 귀여워 처음에는 웃었지만, 글을 되새기다 보면 현재 아들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이제 시작이고 이제 앞으로의 삶은 더욱더 난도가 높아질 것이란 걸 알기에, 아들이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근거리에서 응원하려고 한다. 맛있는 거 더 많이 사주고 좋은 것 많이 보여주면서 말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피자 먹으러 가자
헤이리 마을 피자 스토어

1시간 동안 책 만들기 체험을 마치고 아들이 나왔다. 체험료는 어른 아이 상관없이 모두 7천 원이다.


아내와 아들의 만족도는 무척 높았다.


이제 다음 코스로 이동할 시간이다. 아들이 너무도 기대하는 피자 먹으러!!!

헤이리 마을 오랜만이다. 연애할 때는 그래도 종종 왔었는데... 예전엔 아내와 둘이서 왔었는데 이젠 아들과 셋이 되어 만나게 됐다.


오랜만에 왔지만 옛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사람이 많은 곳인 만큼 조심조심 운전해서 피자 스토어로 이동했다.


운이 좋게도 피자 스토어 근처 주차장에 한 자리가 있어 안전하게 주차를 마쳤다.

테라스 자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 소풍 온 느낌이랄까. 내부 인테리어도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게 특징이다. 2층에는 건물 주위로 아기자기하게 테라스 자리가 마련돼 있어 운치 있는 곳이란 느낌이다.


역시나 그랬다. 피자 스토어가 있는 건물은 2008년도에 한국 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곳이었다. 어쩐지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있더라니!!!

피자가 나왔다

치즈가 도톰하다. 아들이 정말 좋아할 피자다. 나는 핫소스를 듬뿍 뿌려먹었지만 버겁다...


탄산이 필요하다...... 아내한테 허락을 얻어 사이다를 하나 사 와서 마셨다!!! 역시 피자엔 탄산이 최고다!


치즈피자 말고 다른 걸 먹고 싶다... 아들아 난 이제 치즈피자 말고 콤비네이션 불고기 피자 그런 거 먹고 싶어...

나와 달리 아들은 이 큰 조각 중 절반인 3조각을 먹었다. 보람은 있다. 이렇게 잘 먹는 걸 보면 난 배고파도 괜찮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니...


피자 스토어 치즈피자는 도우 끝까지 치즈가 구워져 있어 남김없이 아들은 피자 조각을 끝까지 다 먹었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배를 채우고 걷다 만난
아이들의 놀이동산(?)
'파크티이 카페'

오픈 한 지 얼마 안 된 듯했다. 사장님 지인분들이 많이 응원차 찾아온 느낌이랄까.

[브런치 장소 찾기에서 파크티이 카페가 검색이 되지 않아 네이버지도를 수작업으로 지도를 만들었다]

카페 콘셉트가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많이 느껴졌다. 트램펄린에 낙서 놀이터 테라스에는 모래놀이터까지!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부터 변기 시트까지 마련돼있다.

트램펄린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에 이끌려 들어가게 된 곳에서 아들이 너무 즐거워하니 음료를 사게 됐다. 이런 공간을 마련해 주신 사장님께 최소한의 자릿세는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아들 이제 신나게 놀아보자"


눈치 보지 않고 아들이 신나게 트램펄린에서 방방 뛴다. 어린 동생들이 들어오면 다칠까 하여 자리를 비워주는 매너남이다. 기다렸다가 다시 자리가 비면 방방 뛰기 시작한다. 착한 넘!!!

낙서가 하고 싶어요

낙서 놀이터에서 놀기 위해서는 분필과 지우개가 필요하다 1세트에 3천 원이다. 엄청 큰 분필이라 종일 낙서해도 남을 것 같은 크기다.


아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신나게 그린다. 그러다 나를 부른다. 오징어 게임을 그렸다고 하면서 말이다.


참 신기하다. 오징어 게임을 본 적이 없음에도 아들은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가게 입구에는 SNS에 글 써주면 만주 10개를 주는 거라고 하셨는데 커피와 음료를 주문하니 만주를 그냥 주셨다.


만주 10개가 아니어도 이 카페가 오픈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한 것 같고 그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있다. 헤이리 마을 아이들의 성지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카페 자리가 참 오묘하게도 뒤편에는 공원 같은 곳으로 이어져 있는데 거대한 의자가 놓여있어 이곳 카페의 분위기를 더욱 재미난 공간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1시간 동안 아들은 쉼 없이 놀았다. 커피 값이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들은 아쉬워했지만 우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광화문덕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시는 소상공인 분들을 늘 응원한다.

카페 사장님! 잘 놀다 갑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대박 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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