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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07. 2022

아들에게 강남역이란 신세계

버스에서 지하철 환승 도 모자라 돈가스 먹으려 2km 걸어야 했던 곳

아빠 이번 주 토요일엔
레고 팝업 스토어 가야 해

사실 아들이 이렇게 주말에 가고 싶은 곳을 정해주면 내 입장에서는 참 고맙다. 매주 어디를 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다.


이번 주 아들이 내게 건넨 데이트 장소는 '레고 90주년 플레이그라운드'였다.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메가박스 시티 영화관 바로 다음 건물이다.


멀리서 보면 자그마한 레고 로고가 건물에 붙어있어 찾기 쉬웠다.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해보니 이곳은 LG유플러스가 2020년 9월 오픈한 공간이었다.


LG유플러스가 MZ세대와의 소통 브랜드로 '일상비일상틈'이란 문화공간을 마련했고, 2~3주 간격으로 새로운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기획해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픈하고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방문한다고 하는데.... 난 아들을 통해 이제야 알게 됐다는 게.... 나도 어쩔 수 없는 이제... 40대....이구나....'


LG유플러스는
정말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통신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이 바로 19세에서 20세로 넘어가는 이들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부모님이 선택해주는 통신사에 가입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자기 주도적으로 통신사를 선택하게 되고, 결국 기존 시장 점유율을 깰 수 있는 기회는 이들을 얼마나 사로잡는가로부터 비롯되어서다.


통신사들이 청소년 요금제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내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잠재적 주요 고객이 될 귀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LG유플러스의 이런 시도는 주목할 만한 시도인 듯싶다.


그동안 어떤 행사를 기획해서 진행했나 찾아보니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색다른 일상의 틈을 여는 여행' △안테나와 '전시형 콘서트' △레고랜드와 '드라이빙 스쿨' △부산 해운대를 홍보하고 도심 속 바다여행 경험을 위해 '선샛 샌드 트립 팝업스토어' 등이 열렸다.


LG유플러스가 쌓고 있는 데이터탑

이날 찾은 '레고90주년 플레이그라운드'가 기대했던 것만큼 그렇게 아주 의미 있고 특별한 곳은 아니었다. 1층에는 3가지 간단한 정말 아주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고 레고 토큰으로 뽑기를 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게 전부였다. 그냥 레고가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1층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게다가 무료로 레고까지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니 연인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로 인산인해였다.


수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그리고 이들은 체험하기 위해 '일상비일상의틈'이란 앱에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LG유플러스는 이들의 데이터를 통해 MZ세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낼 수 있다. 그 원천은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 신사업을 하는 내게 이러한 오프라인 복합문화공간이 주는 느낌은 더 특별하다.


실제로 LG유플러스가 언론사에 제공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얼마나 이러한 시도가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일상비일상의틈은 전용 앱을 통해서도 MZ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전용 앱에서는 틈에서 진행 중인 각종 프로모션과 캠페인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고 진행 중인 전시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디즈니플러스 팝업 진행 당시 앱을 통해 관련 굿즈를 더 보고 싶다는 의견을 반영, 디즈니 굿즈 판매를 연장한 사례도 있다.

MZ세대가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도록 통신사 제한을 두지 않은 만큼 틈 방문객 중 LG유플러스가 아닌 타사 가입 고객은 70% 이상으로 조사됐다. 틈이 통신사에 관계없이 MZ세대가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틈을 계속 방문하는 고객을 일컫는 '틈트미'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이는 공간 운영자인 '유플러'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로 고객이 투표해 선정됐다.

전체 방문객 중 여성 방문객 비중은 약 67%, 남성 방문객은 약 33%로 각각 집계됐다. 방문객은 토요일에 가장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요일은 평균적으로 일주일 기준 약 23%의 고객이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객이 가장 적은 요일은 화요일로 일주일 기준 약 11%의 고객이 방문했다.
[ 출처: 전자신문 22년 1월 25일 자 조간 ]


2층을 올라가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LG유플러스 고객이 되면'
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곳에서 아들은 떠나지 못했다.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백 투 더 퓨쳐' 타임머신 드로리안 박스를 요리조리 살펴보며 자기만의 시간을 가졌다.

사실 여기까지가 전부인 줄 알고 너무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것을 목격하고 우린 그들을 따라 5층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레고 행사는 아니었지만, tvN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의 체험형 팝업 전시를 하고 있었다. 우린 키링 만들기를 체험하며 사뭇 진지한 시간을 보냈다.


집에 와서 아내의 코멘트 덕택에 안 사실이지만... 난 키링 도안을 뒤집어서 그려 작업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됐다..... 당연히 아들은 제대로 잘... 만들었다.... 아흑;;;;

지하에 숨겨진 레고 마을(?)

5층 키링 만들기 체험을 마치고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뭔가 아쉬웠다. 속상했다. 허무했다.


이 더운 날씨에 이거 하나 보자고 쏟아지는 뚫고 지하철 타고 버스로 환승해가며 여기까지 왔나 싶었다.


그러다 엘리베이터에 그려진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점선이 보였다. 생각해보니 1층 입구 옆에 작은 출입문이 있었고 거기서 나오는 이들이 있었다.


"아들 여기 지하 1층에도 레고 전시장이 있나 봐 거기로 가보자"


지하로 내려가니 레고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레고로 만들기를 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있었다.


아들은 여기서 레고를 가지고 놀았다. 그렇게 우리의 이날 레고 팝업스토어 체험은 마무리됐다.

아빠 배 아파

레고 놀이를 다하고 나니 아들이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들 뭐 먹을래?"


"돈가스"


"그래? 그럼 여기 근처 돈가스 가게를 찾아볼게!"


사실 내가 강남역을 찾은 것이 수년만이다. 결혼하고 나서 강남역을 간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남은 내게 거리가 먼 동네였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이곳 근처 돈가스 집에 대한 정보가 있을지 만무했다.


네이버에서 돈가스를 검색하니 주변 가게들의 위치가 보였다. 아들에게 돈가스 후기 사진을 보여주며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자고 하니 너무 배가 고파서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아들이랑 나름 추억을 새겨둘 곳인데 아들이 나중에라도 기억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곳을 선택할 수 없었다.


아들은 배고픔이 지나 배아픔으로 가는 길목에서 허기짐을 느끼고 있어서다.

하필이면 브레이크 타임이구나...
아들... 배고파도 걸어야 해... 미안...

문제는 강남역 근처 돈가스집들이 브레이크 타임 시간이 됐고, 우린 힘겹게 찾아갔지만 다른 돈가스 가게를 찾아서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 아들과 난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1번 출구를 지나 5번 출구 쪽까지 걷고 또 걸어 2km가량을 걸어서야 '한성돈까스' 식당에 오후 3시 30분쯤이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다행히 오후 4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라 우리는 이곳에서 드디어 아들이 먹고 싶다던 돈가스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사장님은 무척 친절하게 우릴 대해주셨고, 아들은 다소 투박하지만 고기가 실하게 들어간 돈가스를 맛있고 야무지게 먹어치웠다. 3조각 만을 남기고 다 먹었으니, 아들이 한성돈까스의 맛에 만족했다는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것보다 더 확신할 증거가 어디있으랴.


아들은 돈가스를 먹으면서 "여기 장국이 맛있네"라며 밥을 장국과 함께 흡입했다.


내겐 이곳 깍두기와 겨자와 고추냉이(와사비)로 버무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란 소스가 매력적이었다. 


깍두기는 매운 것을 거의 먹지 못하는 아들의 입맛에도 맞을 정도로 달콤하면서도 아삭아삭해 좋았다. 겨자와 고추냉이 맛이 강하게 난 노란 소스는 보기와 달리 돈가스와 함께 먹으니 톡 하고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내 경우 회전초밥집에 가면 꼭 시켜먹는 것이 타코와사비군함인데 돈가스를 먹으면서 타코와사비군함의 정수리가 아파오는 그런 알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감격했다.

아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다

아침 10시에 집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하고 나서야 도착한 레고 팝업스토어다. 그 안에서도 1층에서 2층으로 거기서 5층으로 그리고 다시 지하1층으로 돌아다녔다. 지하 1층에서 앉아서 레고 창작물을 만들고 다시 나와 배고픔에서 오는 복통을 참아내며 부지런히 걸어 다녔으니, 레고랜드에 간 것만큼 피곤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생각했다. 


'레고 팝업스토어만 들렀다가 왔다면 굉장히 아쉬웠을 텐데... 그래도 감사한 하루다. 돈가스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강남역을 같이 돌아다닌 것이 고생스러웠지만 아들과의 또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됐구나'


아들은 태어나서 강남역에 직접 와본 것은 처음이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란 노래를 즐겨듣곤 했지만, 직접 와본 것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오늘 많이 놀랐을 수도 있다. 이렇게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봤으니 말이다.


<부록>
애견동반 스토브키친9505
사장님 번창하세요

아들이 여름방학 캠프에 들여보내고 오랜만에 아내와 우리의 또 다른 아들인 반려견 이렇게 셋만의 시간이 왔다.


아내에게 별내 '애견동반' 카페를 찾아 모처럼만의 나들이 시간을 갖자고 졸랐다. 푹푹 찌는 듯한 폭염으로 집에 있으면 너무 더우니 시원한 카페에 가서 같이 힐링하고 오자는 취지에서다.


사실 늘 육아에 몰입하다보니, 둘이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데이트한 것이 너무도 오래되었기에 그런 오붓한 시간을 기대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검색을 잘 못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애견카페가 아닌 애견동반 카페를 찾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내가 찾았던 마지노선은 남양주 별내까지였다. 이 정도면 차를 타고 30분 이내여서 가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색 결과 대부분이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곳이 많았다. 그나마 블로그 등에 '애견동반 가능'이란 후기를 보고 전화해서 물어보면 어찌 된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애견동반 불가'였다.


고생고생한 끝에
드디어 찾아낸 곳!!!

전화해서 문의해보니 친절하게 '애견 동반'이 가능하다고 답해주신 그곳!!! 바로 여기다. '스토브키친9505'

별내 카페거리에 있다 보니 주차에 대한 고민은 좀 있지만, 다행히 운이 좋아서 잘 주차할 수 있었다. 사진 속에 캠핑 웨건 안에는 사장님의 반려견이 사장님의 가게 운영을 돕고(?) 있다.


매콤한 맛이 일품인 음식들
그리고 나를 유혹하는 장 발몽 까쇼!!!

식당은 웨스턴 식당 같은 느낌이었다. 서부영화에 나올 법한 인테리어라고 할까. 무엇보다 가게 테이블마다 강아지 한 마리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또 다른 아들인 반려견 역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또한 이곳에는 반려견 밥그릇(?)도 제공해주고 있어 필요하면 물을 마실 수도, 간식을 먹을 수도 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매력적인 매콤함에 반했어요

할라피뇨햄 피자와 해물파스타를, 그리고 카페인이 부족하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할라피뇨와 햄 그리고 그 위에 듬뿍 뿌려져 있는 치즈가 환상궁합임을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씹을 때마다 치즈와 함께 톡톡 쏘아대는 할라피뇨의 매콤함이 참 매력적이다.


피자를 금세 먹어치우고 해물파스타로 넘어갔다. 하지만 해물파스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매콤함이 내 미각을 마비시킬 정도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응급 처지를 해보았지만, 술..... 이 땡기는 그 맛이다...


와....인.... 그것도 아주 드라이한.... 레드 와...인...이 필요한.... 그 맛이다....

반갑다 장 발몽!!!!
너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와인을 팔고 계신가 메뉴판을 펼쳐봤다. 역시나.... 그랬다.... 롱반 멀롯(메를로)과 장 발몽 까쇼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 발몽을 맛볼 수 있다는 설렘을 준 것만으로도 내게 이 식당은 이제 특별한 곳이 됐다.


'비록 차가 없으면 올 수 없는 별내이지만... 언젠가는 특별한 사람들과 이곳에 와서 같이 와인에 이 매콤한 해물파스타와 할라피뇨햄 피자를 맛보며 '우리가 잘 살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며 삶을 논하고 싶다'

이제 11살이 된 나의 반려견도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미안하구나...

더 잘...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해서....

아프지 말고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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