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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05. 2022

그래 삼겹살엔 냉면이지

잊고 있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오늘 저녁 고기 먹을까?

아내와 난 10여 년 전 연애할 때 육삼냉면집을 종종 가곤 했다.


고기에 냉면의 조합이 참 좋다고 생각해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체력이 늘 부족한 아내의 최애 음식은 '고기'가 됐다.


내가 사주는 '소고기'를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삼겹살'과 '항정살', '양념갈비' 등도 내가 사주는 거라면 너무 좋아한다.


나의 최애 '양념갈비'와 '항정살'맛집은
여기다.


여기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알차게 꾸며져 있어서 아들이 참 좋아한다. 게다가 무엇보다 고기가 참 맛있다. 양념갈비도 맛있지만, 내겐 여기서 먹는 항정살이 너무도 부드럽고 고소해 애정이 간다.


게다가 여기는 무제한 고깃집이니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사실 나와 아내는 많이 먹지 않는다. 그래서 무제한 뷔페를 가는 것이 손해다. 그럼에도 여길 가는 이유는 정말 맛있어서다. 아들도 여기 '양념갈비'를 참 좋아한다.


우리가 고기를 편히 먹는 동안 아들은 양념갈비와 떡을 구워 먹으며 놀이공간에서 뛰어 논다. 그리고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집으로 와서 스르르 잠들곤 한다.


나의 삼겹살 맛집은 여기다

사실 싹쓰리솥뚜껑김치삽겹살집은 꽤 많이 있다. 중계동, 공릉동, 상계역점, 구의점 등 엄청나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푸짐함 그 자체다

사실 아내와 난 많이 먹지 않기에 삼겹살 2인분이면 우리 가족 3명은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오늘도 난 과식했다.......


"그런데... 이 비주얼.... 이 푸짐함에.... 과식하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비겁한 변명이 아니다...


아내와 아들은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팔거나 제공해주는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고깃집을 찾을 때 중요한 선택 기준 중에 하나는 '된장찌개가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된장찌개가 맛있다'는 건 우리 입맛에 근거한 기준이다. 이곳의 된장찌개 국물을 넣어 비비고 여기에 아들은 참기름을 살짝 넣어 그만의 레시피로 된장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오늘도 아들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벼 먹으며 내게 외쳤다.


"아빠 나 너무 배불러!"

그래.... 그랬지...
이 조합....

오늘은 메뉴판을 보다 열무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아직 이번 한 주간 마셔댄 와인 15병이 내 몸속에 흐르고 있는 탓일 것이다.


시원한 열무냉면이 내 입안으로 들어가 온몸을 휘젓고 다니며 와인에 푹 담가져 절여진 내 세포를 깨워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삼겹살이 맛있게 구워지자, 열무냉면이 내 앞으로 찾아왔다.


살얼음이 육수 위를 덮고 있는 열무냉면을 보자 갈증이 났다. 너무도 마시고 그런 목마름이랄까.


그래 너의 맛을 보여주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숟가락에 칡냉면을 올리고 열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올렸다. 그리고 그 숟가락을 냉면그릇에 살짝 담가 육수를 머금도록 했다.


그리고 한 입 가득 넣었다.


'그래..... 냉면엔 삼겹살이었지...'


10여 년 전 아내와 연애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내와 난 종종 육삼냉면집을 일부러 찾아가 냉면과 고기의 조합을 즐겼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러면서 우리는 언젠가부터 고기와 된장찌개를 먹거나, 냉면만을 즐기고 있었다. 고깃집에서는 어디에서나 냉면을 파는데 시켜먹을 생각을 하진 못했다. 그저 육삼냉면집에 가야 그렇게 먹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동안 이 맛을 참 오랫동안 잊고 살았구나...'

이제 오늘처럼 먹어야겠다

다짐했다. 고기를 먹을 땐 냉면을 시켜서 함께 맛보겠다고 말이다.


늘 고기를 먹을 때 사이다나 콜라를 함께 먹곤 했는데... 오늘 맛본 열무냉면에 삼겹살 조합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이제 우리 동네에 나를 보러 오는 이들을 여기서 대접해야겠다'


근사한 집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열무냉면과 삼겹살의 감동을 함께하고 싶어서다. 게다가 이곳은 콩나물과 김치에 두부, 무절이 등 너무도 푸짐해서 쌈 싸 먹는 감동이 있다.


이곳에 자주 가야겠다. 어쩌면 사장님께는 우리 가족이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 우리가 먹은 건 삼겹살 2인분 + 열무냉면 + 공깃밥 2 + 된장찌개가 전부였다. 가격은 총 3만 9천 원! 우린 오늘 너무도 즐거웠고 너무도 배불리 잘 먹고 나왔다.


너무도 감동적인 한 끼 식사였기에 기록하고 싶었다. 지금 내 마음속에 든 이 울림을 말이다.


'냉면과 삼겹살'을 보면 10여 년 전 육삼냉면을 먹던 그때와 오늘이 이제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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