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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19. 2022

아들, 봄맞이 이불빨래 어때?

빨래방을 찾다 우연히 만난 아늑한 공간 상봉역 '손맵시카페'

봄이 찾아오면 이불빨래를 해야지

자상하고 자상하신 팀장님께서 내게 조언을 해 주신다. 아내와 더 잘 지내보려고 애쓰는 내게 득점 찬스를 알려주시듯.


'아... 생각해보니 이불빨래가 쉽지 않아 소홀했던 건 사실이었구나...


그랬다. 결혼하고 이불빨래를 내가 해본 적이 없었다. 한두 번 기억이 날락 말락 하지만, 결국 이 무거운 이불속 진드기와 먼지들이 우리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데 난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방치해왔었다. 부끄럽지만 고백한다. 그리고 회개하고자 한다.


인터넷을 검색했다. 팀장님은 내게 강조하셨다.


"무조건 대형 세탁기랑 건조기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해"


팀장님의 조언대로 열심히 검색했다. 그리고 갈 곳을 찾았다. 조금 멀긴 했지만, 아들과 함께 가서 추억을 쌓을 수 있다면 40분이면 어떠랴. 물론 기름값이 치솟아 2000원을 넘고 있지만... ㅠ_ㅠ

그렇게 도착한 상봉역 근처에 위치한
크린토피아 중랑상봉2호점

세탁기 3대와 대형건조기 4대가 마련돼 있었고, 무엇보다 친절한 사장님이 상주하고 계셔서 초보라서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는 우리의 이불빨래를 프로세스에 맞춰 처리해주셨다.


내가 가져간 이불은 꽤 부피가 있었지만, 세탁기 2대와 건조기 2대만 사용하면 된다고 하셨고 2만 5천 원으로 사장님께서 건조까지 일사천리로 살펴봐주신다고 하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들, 세탁기에 이렇게 이불을 넣고
키오스크를 통해 이렇게 이렇게 하면 돼요.

아들과 이불 빨래 추억 쌓기 하러 왔다고 말씀드리고, 아들이 대형 세탁기에서 이불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씀드리자,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 앞으로 아들을 부르셨고,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다.


"아들, 여기서 계속 빨래 돌아가는 거 볼 거야? 아니면 요기 앞에 카페 있는데 거기 가서 책 읽으면서 뭣좀 마실까?"


아들은 잠시 세탁기에서 이불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난 후 카페로 이동하자고 내게 제안했다.


감성 감성 해 나만의 아지트이고 싶은 느낌
'손맵시카페'

이곳의 위치는 상봉역에서 걸어올 수 있는 곳이다. 주차공간이 따로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카페 안으로 들어오니 잔뜩, 한껏 부풀어 오른 원두 위로 물줄기를 내리시는 사장님이 우리를 환하게 반겨주셨다.


커피를 내리시는 모습, 원두가 한껏 부풀어 오른 모습에서 사장님의 내공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직접 만든 베이커리도 있다. 그야말로 커피와 베이커리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가게 분위기 삼박자를 모두 갖춘 나만 알고 싶은 그런 공간이다.


동네 사랑방 느낌도 든다. 운이 좋게도 한 테이블이 남아 있어 아들과 나는 자리를 잡고 '아들은 브런치로 햄치즈 샌드위치와 애플주스를 그리고 나는 나의 사랑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에 애플주스 그리고 푸짐하게 나오는 햄치즈 샌드위치를 시켰음에도 가격은 1만 5백원 정도다.


우리 옆 테이블과  테이블에 동네분들인 듯 보이는 분들이 담소를 나누신다.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다. 소소한 일상의 공유. 그리고 그들의 사는 애환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한다. 즐거운 일 속상한 일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웃음소리가 카페 가득 울려 퍼진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곳은 저녁에는 와인도 마실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매력적이다. 어쩌면 광화문덕으로 내가 꿈꾸는 공간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공간의 모습을 하고 있 더욱 애정이 가는 것 같다.

나중에 오ㅏ인식당을 상봉역 근처에서 하게 된다면 이 공간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려주신 아메리카노도 아주 맛있었고, 아들을 위해 손수 만들어주신 치즈파이도 너무도 맛있었고, 재료비를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까지 든 샌드위치도 아들이 너무도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현실 속 삶은 팍팍하고 힘겨운 나날들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살만한 이유는.... 작은 공간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골목골목에... 우리의 주변 그 어딘가에...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그만의 감성으로 가득 채워 찾아오는 이들에게 그들의 사랑과 애정이 듬뿍 담긴 먹을거리와 공간을 제공해주는 이들이 있어 그 안에서 치유받으며 힘을 얻을 수 있어서 아닐까...

 

사장님 오늘 우연히 찾은 공간이지만,
정말 맛있는 커피와 샌드위치,
그리고 치즈파이 잘 먹고 가요!
늘 건강하시구요.
이 가게도 더더욱 번성하시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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