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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31. 2016

#64. 나는 어떤 선배일까

스부, 스게, 멍부, 멍게 중 최고는 멍게

요즘 고민이다. '난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로 비칠까에 대해서 자꾸 돌이켜보곤 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 그건 후배들만이 알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겪은 이들을 되새겨봤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선배를 모셔봤다. 다양한 회사에서. 대충 세어보니 수백 명 정도가 된다. 


나도 이제 8년 차가 됐고, 선배란 이야기를 듣는 위치가 됐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선배의 모습을 정리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경험에 근거한 것이므로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다. 


선배들의 유형을 분류해봤다. 크게 4가지로 나뉘었다. 기준은 일 잘하는 선배와 일 못 하는 선배다. 그리고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서 자질을 가진 선배와 그렇지 못한 선배가 있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정리해보니 

스부 (스마트하고 부지런한 선배) 

스게 (스마트한데 게으른 선배)

멍부 (멍청한데 부지런한 선배)

멍게 (멍청하고 게으른 선배)

이렇게 분류됐다.

선배를 분류하는데 멍청하다는 저급한 표현을 쓰는 것이 죄송하지만, 이런 분류는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히 통용되는 것이기에 그대로 차용했다.
스게

후배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업무 파악이 탁월하다. 인사이트도 깊다. 같이 일해보면 참 배울 점이 많다. 대충 사는 것 같은데 업무 지시는 날카롭다. 넋 놓고 있는 것 같지만, 어쩌면 그게 머릿속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후배를 과도하게 쪼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의 역량이 훌륭하다 보니 발제를 후배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후배는 선배가 던져주는 아이템을 받아 취재만 잘하면 된다.


업무 보상도 확실하다. 게으른 덕택에 후배들이 충분히 재충전할 기회가 많다. 스게 선배에게 찍히지만 않으면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할 수 있다. 이런 선배를 모실 때에는 능동적으로 선배를 백업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팀워크를 잘 맞추면 좋은 기사를 다량 생산할 수 있다. 마치 좋은 기획자와 역량 있는 실무자의 조합이라고 할까. 


스부

후배 입장에서 맞추기 좀 피곤할 수 있다. 하지만 헛발질할 확률이 낮아 업무효율이 굉장히 높다. 본인 스스로도 부지런하게 뛰니 후배가 퍼질 시간이 없다. 


오버버닝할 확률이 높은 것이 단점이다. 후배는 선배의 지시를 어느 정도 커트할 수 있는 배짱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나중에는 뻗어버릴 수 있다. 과도한 업무 지시에 허우적거리며 일에 질릴 수 있다.

멍부

엄청 피곤한 스타일이다. 가장 같이 일하기 싫은 선배다. 후배는 늘 헛발질을 하고 다닌다. 멍청한 지시 때문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부지런하기만 하니 답답하다. 


이 경우 주변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경우는 더 최악이다. 자신의 열등감을 후배들에게 해소한다. 후배는 죽을 맛이다. 


권위적이기까지 하면 이건 뭐 똥 밟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열등감과 권위적인 태도가 만나면 독재자의 모습으로 표출된다. 후배들에게 폭언은 물론, 저질스러운 행동을 보인다. 

멍게

최고의 선배다. 모든 권한을 후배에게 위임한다. 자신은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 후배는 멍게가 체면치레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을 해주면 된다. 


후배의 활약에 만족하게 되면 멍게는 후배에게 자율성도 보장해준다. 성과 보상을 확실히 해주는 스타일이다. 


후배는 독립적이 되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일할 수 있다. 굉장히 즐겁게.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 쉽게 인정하고 후배에게 묻는다. 후배의 말에 경청한다는 뜻이다. 후배 입장에서는 소통이 잘되니 또한 기쁘다. 즐겁게 일할 수 있으니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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