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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03. 2024

걸어서 20분보다 대중교통 2시간이 더 좋아

출근길 길어졌지만 그 속에서 깨닫는 것들이 더 많아

지난해에는 출근시간이 걸어서 20분 정도였어. 그래서 늘 느긋하게 8시쯤 일어나서 느긋하게 씻고 동네 산책하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걸어 출근했지.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면 또 느긋하게 걸어서 집으로 갔어. 근무지가 집 근처이니 외부 점심이나 저녁 약속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었어.


아무리 내가 의지가 있어도 시내까지 나가는데 시간이 걸리니 내 몸이 자꾸 '그냥 이대로 이 환경에 맞춰 살고 싶다. 그냥 이렇게 늙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생기더라.


그러다 안주하게 될 때쯤 운이 좋아 파견을 나오게 됐고 그 회사는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시간이 약 2시간쯤 걸려.


새벽 5시 30분쯤 일어나서 6시~6시 15분쯤 집에서 나오면 버스 타고 지하철로 환승하고 다시 한번 더 지하철 환승하고 그리고 회사까지 또 걸어.


다들 내게 물어. 출근길 힘들지 않으냐고. 그런데 난 지금이 더 감사한 일들이 많아.


출퇴근길에 나만의 시간이 4시간이나 생겼어. 너무도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이야.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 난 회사가 멀어진 덕택에 하루 내 삶의 4시간이나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듯한 기분이야.


왕복 4시간 동안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어졌어. 그러다 문득 마흔 살에 내 마음속 깊은 인생의 감동을 주었던, 인생의 깊은 깨달음을 주었던 삼국지가 읽고 싶어졌어. 10 회독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3 회독에 그쳤었거든. 그래서 4 회독을 시작하자 결심했어. 매일 출퇴근 길에 읽으며 깨달은 삼국지 속 소중한 조각들도 곧 올려볼까 해.


읽다가 잠시 지치면 생명의 말씀사 블로그에 들어가 하루하루 올라온 하나님 말씀도 묵상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찬찬히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곤 해. 이런 시간을 아침마다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해.


퇴근할 때도 삼국지를 읽어. 그리고 아침묵상 대신 오늘 하루를 리뷰하면서 오늘 내가 산 하루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간들이었는지 반문하곤 해.


감사한 일은 또 있어. 다시 소중한 인연들과 저녁자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거야.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시청이든 강남이든 어디든 들렀다 갈 수 있거든. 그렇다 보니 어디든 집으로 가는 길목이야. 저녁일정을 잡는 것도 부담이 없어졌어.


그뿐 아니야. 회사에서 퇴근해서 집으로 바로 가도 8시~9시이고 저녁 먹고 가도 9시~10시이니 저녁 먹고 가도 집에서 이해해줘서 감사해.


정말 정말 감사한 것은 아침에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겨서 저녁 술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게 됐다는 거야.


늘 술이 술을 마시는 술버릇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회사가 멀어져서 신경을 쓰면서 살다 보니 술을 자제하는 근육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음이 느껴져. 정말 너무 감사한 날들이야.


그렇게 두 달 여가 되어가는 지금 난 다시 매일매일 삶의 기운을 느끼고 살아있음에 감사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


물론 그와 함께 지난날 나의 과오, 철없음으로 인한, 나의 어두웠던 시절에 누군가에게 상춰줬던 날들이 떠오르기도 해. 그럴 때면 회개하고 그분들의 상처가 덧나지 않고 잘 아물길... 그리고 무엇보다 그분의 오늘과 앞으로의 날들이 마음건강한 날들도 충만해지길 기도해.


지난해 집 근처로 근무지가 바뀌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셔서 감사했고, 지금은 집에서 너무 먼 곳으로 근무지가 바뀌어서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그 또한 감사한 날들이야. 그 모두가 내게 애정 어린 관심이니 말야.


인생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부정적으로 보려면 끝도 없이 모든 게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긍정적으로 보려고 애쓰면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감사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거든.


내가 과거 깊은 어둠 속 터널을 지날 때엔 몰랐어. 끝이 없는 이 캄캄한 터널에 과연 끝이란 게 있을까, 내 생명의 불씨가 이 칡흙 같은 어둠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두렵고 무서웠어.


정말로 삶의 끝자락에서 내 모든 삶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느꼈던 그 순간들을 버티다 만나게 된 빛. 모든 게 내 잘못이었고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란 걸 깨닫게 된 순간 어둠 속에서 조금씩 작은 빛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난 아직도 그때 그 느낌을 잊지 못해. 그 긴 어둠 속 터널 속을 지나다 만난 빛을 계기로 내겐 이젠 강한 믿음이란 게 생겼어.


어둠을 버티면 반드시 새벽이 온다는 거야. 많이 두렵고 힘들지내게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면, 좌절과 절망으로 가득한 날들이 내게 주어졌다면 난 생각해.


'다 이유가 있겠지. 내가 또 경솔하고 거만했구나'라고.


그리고 기도해. 내가 알고 저지른 경솔함, 거만함. 내가 나도 모르게 저지른 경솔함과 거만함을 용서해 달라고.


그리고 나 스스로를 다독여.


버티다 보면 반드시 빛이 보일 거라고. 그날이 언제든. 어둠 속이 춥고 외롭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고 깨달음을 찾아내야 한다고.


난 내 삶의 가장 멋진 날이 오늘이 되길 간절히 바라.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지금 이 순간이길 간절히 바라. 나이가 드는 게 두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게 오늘이 더 소중한 거라 생각해.


오늘은 이 이야기를 내 삶의 기억해야 할 소중한 조각들로 남기고 싶었어. 내게 힘든 시간이 찾아왔는데 지금처럼 내가 그 속에서 빛을 찾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헤매는 날이 올까 봐 겁나기도 해서야. 그래서 오늘의 나를 기억하고 싶어 기록으로 남겨.


2024년 2월 3일 토요일.

지독한 감기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휩쓸며 코로나 이후 마스크 쓰는 게 마음이 편하다 느끼는 요즘. 이 마스크가 마음건강도 지켜줄 거라 믿고 사는 요즘.

- 광화문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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