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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22. 2024

마흔 중반이 되니 보이는 것들...

할 수 있는 것 vs 해야 하는 것 vs 하고 싶은 것

삼십 대 때 기자시절에는 내가 열심히 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리석었다. 오만함이었다. 착각이었다.


마흔이 되니 내 젊음이 사라진 것 같았고 내 삶이 곧 끝날 것 같다는 두려움에 빠져 어둠 속을 헤맸다. 어리석었다. 편협함이었다. 망상이었다.


마흔 중반이 되니 현재 내가 해야 할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 눈이 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다시 살아남을 느낀다. 기록해서 두고두고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브런치를 열었다.


할 수 있는 것


내가 서른 살 처음 기자가 되어 하고 싶었던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것이었해야 하는 것은 취재현장을 누비며 나만의 시각으로 날카로우면서 논리적으로 탄탄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삼십 대를 보내고 나니 내게 해야 하는 것할 수 있는 것이 됐다.

하고 싶은 것


마흔 중반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60대 이후의 삶에 대한 것들이다. 통유리로 된 카페를 하나 열고 나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 내가 보고 싶은 분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이 주는 사계절 기운을 느끼며 오래된 나의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살면서 느낀 마음속 조각들을 기록하며 내 글을 읽는 이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사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해야 하는 것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은 가장으로서, 월급쟁이로서 주어진 역할과 임무에 최선의 노력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급여를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애써야 하고 아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돌봐야 한다. 아빠로서 아들이 나의 빈자리로 결핍이 생기게 해서는 안된다. 일도 중요하고 가정도 중요하다. 난 슈퍼맨이 돼야 한다.

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주변에 내가 그동안 해야 하는 일들을 해내며 습득한 할 수 있게 된 능력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 나누는 것이다. 재능기부가 될 수도 있고 단발성 협업이 될 수도 있다.


마흔 중반이 되니 이 세 가지를 늘 마음에 새기며 그때그때 바뀌는 해야 하는 것을 잘 수행해 나가고, 해야 하는 것을 통해 새롭게 습득한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하고 싶은 것들은 나중에 60세가 지나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면 그때 해도 늦지 않을까 싶은 마음다. 하지만 이것도 나중에 내가 나이가 더 들어하고 싶은 것이 해야 했었던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후회는 없다.


지금 마흔 중반인 내가 한 의사결정을, 내 소신을 믿어서다. 난 늘 오늘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아껴 쓰려고 애쓰며 살고 있다. 오늘이 내게 주어진 최고의 날이라 믿고 있다.


난 10대에는 나의 20살의 모습이 궁금했다. 20대에는 30대의 내가 궁금했다. 지금 40대가 된 나는 나의 50대가 두렵지만 기대된다. 60대가 된 내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의 시간이, 내 모습이 지금 여기에서 멈췄으면 좋겠다.


50대를 준비하고 60대 70대를 준비하며 하루하루 해야 하는 것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며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난 두렵다. 무섭다. 나이가 들어가는, 늙어가는 모습이...


60대에 나는 마흔 중반인 오늘의 나의 기록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 2040년은 네가 생각했던 내 모습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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