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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28. 2024

출근길에 만난 따뜻한 마음

노트에 담긴 마음이 따뜻해서 답장을 보내요

오늘도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머나먼 출근길 여정을 떠난다.


집에서 나와 버스정거장에 10분째 서 있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버스가 안 다. 그러다 알게 서울 시내버스 파업 소식....


'아..... 시내버스 파업....... ㅠ_ㅠ'


지하철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다. 택시를 잡으려 두리번거려 보지만 오늘따라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모처럼 눈앞에 나타난 택시마저 길을 건너오기 전 다른 승객을 태우곤 내 앞을 스쳐 지나간다.


택시를 잡으려는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난 이렇게 서서 택시를 마냥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시간낭비처럼 느껴져 걷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다. 걷다가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멈춰서 있는데 내 앞에 빨갛게 '빈차'란 LED가 밝게 빛나는 택시가 멈춰 섰다. 난 택시를 놓칠세라 뒷좌석 문을 열고 "지하철 역으로 가주세요"라며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씀드렸다.


정말 어렵게 잡은 택시였다. 택시에 오르니 안도감이 들어 몸을 축 늘어뜨렸다.


택시가 출발하려는데 택시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하철 역으로 가시는 거예요?"


아무래도 시내버스 파업으로 출근 시간이 촉박했거나 지금 이 택시를 타지 못하면 회사에 늦으실 것처럼 보였다.


"기사님 저도 지하철역으로 가니 동행해도 좋을 것 같아요"


기사님께 말씀드리자, 기사님도 출근길 직장인들의 모습이 딱하셨는지 흔쾌히 동승을 허락해 주셨다.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200미터 정도 남았고 택시비는 5,300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동석하신 분이 택시비를 내시려고 준비하시고 계셨다.


아마 내가 그분이었어도 택시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말씀드렸다.


"제가 택시를 타고 가려고 한 것이니 제가 결제할게요. 편히 타고 가세요~"


"아... 감사합니다"


그러자 조금 전과는 달리 고민거리가 해결되신 듯 편안해 보이셨다.


기사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택시비는 5,900원이 나왔다. 동석하신 분은 택시에서 내려 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가셨다.


택시에서 내리니 내 마음엔 5,900원 이상의 따뜻함이 스며들어 출근길이 너무도 포근했다.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가는 2시간여 동안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었지만, 내 마음속엔 감사한 마음이 싹텄다.


'지하철 파업을 했더라면 난 정말 출근을 포기해야 했을 텐데 정밀 다행이야'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지하철이 파업을 하게 되면, 모두가 차를 가지고 출근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도로는 막히게 될 것이고... 머나먼 출근길 여정을 가야 하는 나는 3시간 이상을 도로에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겁부터 났다.

 

이번 역은
구로디지털단지역입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내린다. 출구로 향하는 길에는 항상 사람들로 빼곡하다.


출구 앞에 정장을 입으신 한 분이 메모장 같은 노트를 나눠주고 계셨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


호기심이 일어 노트를 받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노트를 나눠주시게 된 사연이 담긴 편지(?)가 적혀있었다.


마음이 담긴
우선순위 플래너


하루하루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하게 되면 업무효율성이 높아지게 되는데 그걸 규격화해서 노트로 만든 상품이었다.


나 역시도 아침에 출근하면 같이 일하는 과장님과 아침 회의를 하면서 오늘 해야 할 일과 우선순위를 같이 의논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래야 하루 업무효율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좋아진다.


'이걸 노트로 만들어서 상품화를 하실 생각을 하셨구나'란 생각이 들어 멋진 아이디어 노트 같았다.


그리고 노트 사이에 꼽혀있던 종이 한 장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종이에는 왜 오늘 노트를 나눠주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이 담겨있었다. 지처럼 쓰여진 글에는 쓴 분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어 글을 읽고 나니 내 마음이 더욱 포근해졌다.

마케팅 차원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자사몰과 스마트스토어를 홍보하기 위해 나눠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했다면 내게 이 노트가 지금처럼 의미 있는 노트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노트를 더 많이 팔고자 쓴 글이었다면, 상업적으로 화려하고 추상적인 단어들의 조합이었다면 나의 일기장 같은 공간인 브런치스토리에 이렇게 글을 남기고 싶지 않았을 테니.


우선순위 플래너
메종에파밀


이심전심이란 말이 있다. 마음을 담아 쓴 글은 마음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마음을 나눠주신 사장님의 그 따뜻함이 많은 분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답편지를 쓰듯 글을 쓰고 싶어 이렇게 한 편의 글을 띄운다.


"사장님 대박 나세요"

오늘 내가 느낀 따뜻한 마음들이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마음속에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 광화문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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