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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28. 2024

출근길 지하철 속 데자뷔

몸이 구져진 채 버티다 보면 목적지는 나타난다

오늘도 출근한다.


많은 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 안에도 지하철 승강장에도.


이른 아침시간임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러, 정확히는 돈을 벌러 일터로 출근한다.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매번 느끼게 해주는 생생한 삶의 현장 풍경이다.


지하철을 탔다
밀고 들어오는 이들로 끼였다


아침 지하철은 만원이다. 끼여있으면 다양한 사람들 속 날것의 인성을 만나곤 한다.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버티고 서서 휴대폰을 보며 공간을 많이 확보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등과 등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이 작은 공간에서도 굳이 자신의 입지를 과시하려 애쓰는 이들도 있다.


난 끼여있을 땐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생각을 하곤 한다.


지하철이 멈출 때마다
사람들은 계속 타고
내가 설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신경전을 벌이던 사람들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여기저기 '윽'하는 소리들이 새어 나온다. 


자신의 영역을 과시하려는 이들은 더욱 힘을 주며 스마트폰 볼 공간을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이러다 납작 오징어가 되겠구나'란 생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숨 막히는 순간도 사라지겠지? 어디선가에서는 이 많은 이들이 내리게 될 테니. 아니면 내가 먼저 내릴 수도 있을 테고'


지금 이 지하철이란 공간이
내가 지금 처한 직장인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해야 한다. 내부 직원도 있고 외부 협력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끼여서 눈치 보기도 하고 내 자리를 지키려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협업이란 단어를 무시하고 오직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일처리를 하며 조직의 목표와 성과와는 무관하게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번 정거장은 건대입구역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린다. 이제 좀 구겨진 몸을 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신경전을 벌이던 사람들도 없고 '윽'하는 신음소리도 사라졌다.


다른 칸에는 여유로울 수도 있고 유독 내가 탄 지하철 칸이 복잡할 수 있다. 그건 내가 여기에 서서 지하철을 타겠다고 한 내 선택한 결과다.


버티듯 지하철 안에서 있다 보면,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누군가는 내린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한다. 내가 가고자 했던 목적지까지 무사히.


그리고 지하철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끼여서 힘겨웠던 순간을 잊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며 목적지까지 가는 모습이다.


살다 보면 사람에 치여
힘겨운 날들이 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 수도 있다. 내가 처한 상황이 그럴 수도 있고, 나의 행동이 그런 상황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음해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회사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목적지에 도착해 떠나가기도 하고 상처를 받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나도 너무 힘들어 지하철에서 다른 칸으로 이동하기 위해 내리듯, 회사에서 내린 적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오늘을 살아간다. 그것이 인생이다.


모두에게
삶의 목적지가 있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몸을 싣고 목적지로 이동하듯, 우리도 우리가 추가하는 삶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오늘 하루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늘 조심해야 한다. 늘 경계해야 한다.


내 마음속 평온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타인에게 불필요한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된다.


사람들에 치이고 끼이고 때론 등뒤에서 나를 밀치며 신경질적으로 나와도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마음속 평온함을 유지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내가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에서 부대끼기도 하고 힘겹게 끼여서 가기도 여유롭게 책을 보면서 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내가 해야 하는 건 내가 내려야 할 곳까지 잘 도착하는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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