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Mar 24. 2024

관점을 바꾸면

내가 호의라고 한 일들이 상대에겐 이기적일 수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는 사자성어로, 상대편의 처지나 형편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뜻이다.


논어 15편 위영공편(衛靈公篇)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자공이 물었다. "평생을 지니고 다닐 한 마디가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子曰 “其恕乎!己所不欲、勿施於人。”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서(恕)이다. 네가 원하지 않는 바는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는 것이다."

* 서(恕): 남의 처지를 헤아리는 마음


꿈속에서 만난 한 커플


한 남성이 보인다. 20대 초반의 모습이다. 츄리닝을 입고 있다. 그 남자의 하루 일과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수험생이었다. 학교, 집, 독서실을 오고 가는 단순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어 보였다. 


시야가 흐려지고 이제는 한 여자가 보인다. 그 여자도 수험생이었는데 무척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온종일 실기 시험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부족한 실기비용을 마련하려 오전에는 샌드위치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다시 남자가 있는 독서실이다. 남자가 갑자기 독서실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광역버스를 탄다. 그리고 1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곳은 좀 전에 봤던 여자가 실기를 준비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여자는 열심히 실기를 준비하다가 남자를 맞이한다. 남자는 보고 싶어 찾아왔다 말하고 여자도 그런 남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남자는 다시 독서실로, 여자는 연습실로 향한다.


남자의 관점에서 봤던 모습


남자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 여자친구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 독서실에서 나왔다.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 자신의 시간을 쪼개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 꽃 피웠다. 


여자친구를 놀래켜주러 간다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잠시 후 버스가 남자 앞에 멈췄고 남자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1시간 여 걸리는 먼 거리를 여자친구를 위해 달려간다는 뿌듯함이 남자의 얼굴에 드러났다. 


남자는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는 그렇게 왕복 2시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해 여자친구를 보러 간다는 생각을, 마치 본인이 이런 긴 거리를 희생해서 찾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자신이 아니면 이렇게 여자친구를 보고 싶어 달려가는 남자는 없을 거란 자부심도 엿보였다. 


여자친구를 만나 부모님이 주신 카드로 저녁을 먹었다. 수험생이라 돈이 넉넉하지 않아 아주 좋은 식당에는 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밥을 샀다는 것만으로 그는 뿌듯해 보였다.


그는 1시간 여를 버스를 타고 그가 원래 있던 자리인 독서실로 돌아와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여자의 관점에서 봤던 모습


여자는 실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아침에 알바를 하다 보니 자신의 경쟁자인 이들보다 연습량이 부족하다는 부담감에 쫓기고 있는 듯 보였다. 오전에 놓친 시간이 아까워 쉬는 시간도 최소화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점심, 저녁 먹는 시간도 줄여가며 알바로 인해 놓친 연습 시간을 매워보려 열심히였다. 한창 집중하며 실기에 자신이 생기려는 순간, 남자의 연락이 왔다. 연습실 앞이라는 통보였다.


미리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 당황스러웠지만 먼 거리를 자신을 보러 왔다는 말을 들으니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들어 웃으며 반겼다. 


하지만 이제 막 탄력을 받아 연습에 더욱 집중이 되려는 찰나였는데, 흐름이 끊겨 아쉬운 마음도 들어 보였다. 몰입하던 것이 깨져 속상한 마음도 있었지만 나를 보러 먼 거리를 와 준 남자친구이기에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다시 연습실에 돌아와 실기연습을 하려고 하지만, 몰입이 잘 되지 않아 속상해 보였다.


꿈에서 깨어나
나 자신을 돌아봤다


어쩌면 꿈속에서 본 남자가 내 모습 같았다. 


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내 관점에서 해석하고, 상대가 알아주지 않으면 내가 한 행동이 상대에게 호의였음만 생각하고,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음만을 생각하며 상대가 야속하다 서운하다 생각하고...


요즘 내 행동에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가 보다. 그래서 하나님이 내게 이런 꿈을 통해 나만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한 발 더 물러나 상대의 관점에서도 생각하고 판단하길 바라시는 듯하다.


오늘은 주일이다. 기도해야겠다. 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상대에게 강요하는 일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앞으로 내 삶 속에서 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대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 살아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매 순간을 고민하여 살아가야겠다.


꿈에서 깨어나 여운이 깊었다. 꿈에서 깼지만 끊임없이 되뇌었다. '관점을 바꾸니 내가 한 행동이 정말 나만 생각하고, 나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이기적인 것들이었구나'


머리를 쎄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머리가 얼얼했다. 꿈속에서 겪은 일이지만, 너무도 생생해 오늘의 깨달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글을 쓴다.
2024.03.24.일요일 광화문덕 씀
이전 21화 생기충전이 필요한 날에 바스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