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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r 20. 2024

생기충전이 필요한 날에 바스티

팔에 상처가 생긴 것조차 모르고 오늘을 살았구나

몸과 마음이 지친 하루다


오늘은 내 몸속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듯 기운이 없다. 퇴근길 마음이 무거워짐이 느껴져 유튜브를 열고 검색했다.


내게 위로가 필요한 날에 듣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 봄날은 간다(김윤아)

- 사랑한 후에(전인권)

- 스물다섯 스물하나(김윤아)

- 오블리비언(아스트로 피아졸라)


모두 음원이 다 차분하면서도 짙게 깔리는 음악이라 좋아한다.


촤악하고 가라앉은 내 마음 아래로 짙게 깔리며 거친 바닥 위 놓인 내 마음 아래로 포근한 페트가 놓여지는 느낌이랄까.


평소 출퇴근 시간에 '삼국지'를 읽으며 가지만, 이럴 땐 갤럭시 버즈를 끼고, 내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는 선율에 몸을 맡기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간다.

 

집에 도착해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했다


저녁 자리에서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려 애썼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저녁 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았다. 그리고 사놓은 바스티를 살폈다.


'생기충전'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로즈마리가 필요한 날이구나'


요즘 내 삶에 또 하나의 행복이 있다면 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바스티가 있다는 것이다.


바스티를 알게 돼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다.


여기는 어디서 다친거지?


반신욕을 하다 왼쪽 팔이 가려워 쳐다봤다. 그리고 놀랐다.


날카로운 걸로 긁힌 자국이 여러 곳에 있었다. 그것도 아주 길게 긁혀있었다. 상처가 깊진 않았지만 꽤 따가웠다.


'이렇게 상처가 났는데도 난 알지 못하고 있었다니....'


사실 정말 많이 놀랐다.


반팔티를 입고 돌아다닌 것도 아니고 난 늘 긴팔을 입고 다녔다. 거기에 추위를 못 견뎌해서 외투도 한 겹 더 입고 다녔다. 그런데도 이런 상처가 났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이정도로 상처가 났는데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정말 내가 요즘 무슨 정신으로 사는 건지 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통증을 느끼는 피부에 난 상처도
못 느낄 정도였다니


오늘 내가 보낸 하루는 그런 하루였다. 마음이 너무도 지쳐 피부에 어디서 상처가 났는지도 모를 그런 하루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상처가 난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내 마음이 걱정됐다.


마음은 팔의 상처처럼 드러나지가 않다.


마음의 감기를 앓기 전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오늘 마음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 많이 지쳤다고.


예전엔 몰랐지만 지금은 마음이 내게 말을 걸어오면 귀를 기울인다. 아무리 바빠도 모든 것을 일단 내려놓고 마음의 소리에 집중한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그건 마음이 내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을 거는 것이라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요즘 마음에게 미안한 날들이다


더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하고 정신없이 바쁘다는 핑계만 대서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퇴근하고 들어와 밤 10시가 넘어,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바스티를 넣어 '생기충전' 액기스를 우려내고, 그 안에 내 마음을 올려놓았다.


마음속 상처가 뜨거운 욕조 안에서 위로받는 느낌이다. 콧속으로 은은한 로즈마리 향이 들어와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느낌이다.


'그래 마음아 오늘도 정말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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