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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Oct 01. 2024

홍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홍보담당자를 뽑고 싶다는 대표님과 본부장님들께 난 묻곤 한다

현재 나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과 운영을 고민하는 팀을 맡고 있다.


팀명 기업가치Upgrade팀은 대표님께서 제안해주셨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업가치Upgrade라는 단어가 경영자 입장에서는 정말 직관적이고 역할이 분명한 팀명인 것을 깨닫게 됐다.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한다. 그게 기업의 숙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기업은 지속될 수 없다.


이윤은 곧 매출에서 원가를 뺀 값이다. 이윤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출 자체를 높이는 것이다. 말이 쉽지 영업이란 게 경기가 좋을 때에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경기가 안좋을 때 경영자들은 원가를 최적화해 이익을 높이곤 한다.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활동을 주주/고객 등에게 알리는 것이다. 우리가 주주가치를 실현하고 우리의 상품을 소비하는 고객들의 만족도 향상을 애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대외 소통을 통해 시너지, 다시 말해 주주와 우리 회사의 고객들이 내가 있는 기업에 대해 더욱 신뢰하고, 기업 가치 측면에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식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내부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내부 부서 간 장벽을 제거하고 원활한 소통을 통한 더 나은 협업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외, 대내 소통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애쓰는 것이 바로 지금 내가 기업가치Upgrade팀장으로서 하는 일이다.


사실 전문경영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술영역에서 기업가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 홍보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브런치를 열었다.



주변에서 홍보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해서 상담이 필요하다는 분들이 있어 전화통화를 해드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난 묻는다.


홍보담당자가 왜 필요하실까요?


"혹시 홍보담당자는 어떤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실까요?"


그러면 10명 중에 9명은 '기사'를 내기 위함이라고 내게 말한다.


그럼 난 묻는다.


"기사를 내서 대표님이 계신 회사에 뭐가 좋아질까요?"라고.


그러면 기사가 나오면 우리 회사가 유명해지니 좋아지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신다.


그럼 다시 난 묻는다.


"회사가 유명해지면 매출이 늘고 수익이 증대되나요?"


대부분의 대표님이나 본부장님들은 여기서부터 목소리가 작아지시고 당황하신다.


수익 증대를 위해서는 필요한 건
마케팅 담당자 아닐까요?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마케팅 담당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기존 마케팅 담당자의 역량을 점검해 보는 걸 추천해 드린다.


가끔은 회사를 상장시켜야 해서 기업공개(IPO)를 위해 전략적으로 홍보를 해보려고 한다는 분들도 있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기업이미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매출 증대란 관련이 없이 '브랜딩'을 해보고자 한다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난 다시 묻는다.


"대표님네 회사에서 홍보담당자 뽑았다고 대표님이 원하시는 매체에서 기사를 실어 드릴까요? 홍보담당자만 뽑아 놓으면 기사가 저절로 나올까요?"


그런데 의아한 것은 이 질문에 너무 쉽게 "네"라고 답하시는 대표님, 본부장님들이 너무도 많다.


결국 홍보란 세계가 어쩌면 언론사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이들만의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사업이나 경영 쪽에서 커리어를 쌓은 분들에게는 쉽게 보이는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내 대답은 "No"다.


언론사에서는 소위 얘기되지 않는 건 쓰지 않는다. 정확히 얘기하면 쓸 시간이 없다.


보도자료를 쓰는 건 기자의 업무가 아니라 가외영역이다. 기자의 정확한 명칭은 취재기자다. 말 그대로 발로 뛰며 취재를 사실을 기사형태로 담아내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다.


보도자료는 업체가 자신들의 성과, 상품 등을 알리기 위해 기사 형태로 작성해 기자에게 전달하는 자료인데, 내 경우 기자 시절 오전 9시에 메일함을 열면 200통 이상의 보도자료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다시 말해, 수많은 이들이 보도자료를 발송하며 기자에게 보도자료는 스팸과도 같이 쌓여있는 게 현실이다.


기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당신이 기자라면 그 수백 개의 보도자료를 일일이 하나하나 읽어볼 시간과 에너지가 있겠는가?'


언론사를 이용하겠다는 생각
버리셔야 해요


내가 홍보 담당자를 뽑고 싶다는 분들께 상담을 마무리하면서 늘 해드리는 말씀이다. 홍보는 언론사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기사를 내는 그런 단순한 업무를 하는 직종이 아니다.


홍보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기업의 리스크 매니지먼트(RM)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내부 문제를 외부에서 인지하기 전에 내부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요 경영상황들이나 내부의 중요한 성과 등을 잘 정리해서 외부의 고객, 주주 등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이것을 위해 홍보담당자를 뽑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홍보담당자는 자신이 언론사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아이템을 선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소위 얘기 안 되는 것들을 가지고 기자와 만나게 되면 기자 입장에서는 너무도 피곤한 시간이 되어, 해당 홍보담당자를 피하게 된다.


글 잘 쓰고 취재력 좋은 기자들에게는 하루에도 수백 통의 연락이 온다. 보도자료 보냈으니 잘 써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기자를 관리하려는 기업들 홍보담당자도 넘쳐난다. 그 안에서 내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결국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밥 사줄 사람이 아니라, 좋은 기사아이템을 던져주는 사람이다.


그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자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은데, 기업의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써주지 않는다. 광고비를 태우면 가능한 일일 수 있겠지만...


밸류체인을 이해하면 명쾌해진다


경영자에게 밸류체인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수익을 내기 위해 중요한 활동들은 구매, 생산, 물류, 영업(Sales&Marketing), CS(Customer Service)로 이뤄진다.


이미지 출처: 전자책 '경영전략 프레임워크'(강동현, CAREERNERS)

상품을 팔아야 이윤을 남길 수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재료를 구매해야 하고,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만든 상품을 소비자한테까지 전달할 수 있는 배송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내가 만든 물건, 상품을 구매할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내 물건을 구매한 이들의 재구매를 유도하고, 물건의 하자, 유지보수 등을 통해 물건에 대한 평판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상품이 팔릴 수 있도록 고객을 관리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한 밸류체인의 과정이다.


홍보담당자는 작은 기업의 경우 경영지원팀에 속한다. 경영기획팀과 경영지원팀으로 분리된 곳이 있다면 경영기획팀에 홍보담당자는 배속된다.


홍보팀이 아닌 홍보담당자만으로 기업홍보가 원하는 만큼 잘 진행될까에 대한 부분은 또 다른 얘기다.


스태프


홍보는 기업의 이윤 추구에 있어 중요한 활동인 구매, 생산, 물류, 영업, CS를 지원하는 스태프다.


상품이 좋고 매력적인데 살 사람이 적다면 마케팅을 통해서 매출 증대를 일으키면 된다.


홍보해서 기사가 나오면 매출이 증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물론 홍보담당자가 유능해서 매출 증대를 위해 홍보전략을 꾀하는 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홍보담당자로서 홍보전략 능력까지 가진이를 뽑으려면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활동이 탄탄해져야 한다. 상품이 경쟁력이 없는데 홍보를 통해서 기업 브랜딩만 하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기사를 보고 해당 제품을 샀는데 고객이 실망한다면, 결국 그것은 감당할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모래성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니 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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