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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광화문덕
Nov 27. 2024
퇴근 길, 허공 속에 부서진 맥주 거품
나는 오늘 밤의 허기를 상상으로만 채웠다
늦가을, 퇴근길의 공기는 싸늘하지만 어딘가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붉게 물든 나뭇잎들은 가로등 아래 금빛으로 반짝이고, 거리에는 바람이 흩뿌려 놓은 낙엽의 부스럭거림이 들려온다.
하루의 끝자락, 그 고요한 순간에 문득 생각난다. 치킨 한 마리와 시원한 맥주 한 잔. 그 짜릿한 첫 모금이 입안에 맴돌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기분이 그리워지는 저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상상은 언제나 현실보다 더 달콤하다.
실제로 치킨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한 모금 마신 뒤,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기대했던 그 맛이 아니야.’
차갑게 목을 타고 넘어가지만, 마음 한구석엔 허전함이 남는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왜 이렇게도 다른 걸까.
그래서일까. 요즘은 차라리 그 갈증을 상상 속에서만 해소하곤 한다. 상상 속에서는 모든 게 완벽하니까. 맥주는 늘 알맞게 차갑고, 치킨의 바삭함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딱 그 한 잔이 좋을 것 같은 밤, 고독은 종종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또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
누군가와 나누면 더 좋지 않을까?'
하지만 이내 체념하곤 한다.
단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위해 누군가를 부르기엔 저녁 자리가 너무 길어질까 두려워서다.
'
그 길어진 자리에서 나는 자꾸만 더 마시게 될까 봐, 혹은 말이 너무 많아져 말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공허함만이 더해질까 두렵다'
늦가을의 저녁은 그래서 조용히 퇴근해 집으로 향한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들고, 내가 상상한 맥주의 거품은 손에 닿지도 않은 채 허공에서 부서진다.
집으로 가는 길,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깊은 남색으로 물든 하늘 아래 달빛이 흘러내리고, 별은 몇 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계절이 한 발자국 더 겨울로 걸어가고 있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낙엽이 쌓인 길가에 앉아본다. 손을 뻗어 바람에 날리던 잎 하나를 잡아본다.
부서질 듯 바삭거리는 촉감이 손끝에 닿는다.
'
그래, 맥주도 치킨도, 그리고 함께할 누군가도 지금은 필요 없을지 모른다'
이 늦가을 밤의 정취가 그 모든 갈증을 채워준다. 공기 속엔 사라져버린 늦가을의 향기와 다가올 초겨울의 냉기가 교차한다.
집으로 들어와
내 방 서재에 앉아 조용히 브런치를 열고 글을 쓴다.
'치킨 한 마리와 맥주 한 잔에 대한 갈망은 어쩌면 그저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이 계절, 이 순간의 고독 속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었을지도
'
그렇게 나는 오늘 밤의 허기를 상상으로
채웠다. 현실보다 더 맛있는 그 환상을 안주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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