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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pr 08. 2016

#46. 어디선가 인연...

기사 속 주인공...강씨와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앗!!! 드디어 뵙네요

저녁 7시 홍대 상상마당 인근. 깐부치킨과 박명수 족발의 명수 너머로 데일리 파티(Daily Party)란 간판이 눈에 띈다. 뭔가 이국적인 느낌의 간판이다. 지하로 내려갔다.


영업을 준비하던 한 남성이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마치 오래된 벗을 만난 것처럼.


사실 이 남성과 알고 지낸 것은 3년이 넘었다. 참 오랜 기간 알고는 지냈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3년 전

당시 난 사회부 기자였다. 내가 맡은 라인은 영등포 라인이었다. 이른 새벽 영등포 경찰서로 출근해 조간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홍대 인근에서 성폭행 미수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홍대는 마포라인이었다.


사회부 기자에게 라인은 경찰서 4개 정도를 구역별로 묶어놓은 명칭이다. 예를 들어 영등포라인 기자면 영등포경찰서, 구로경찰서, 양천경찰서, 강서경찰서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커버해야 한다.

마포라인의 성폭행범 검거 소식은 영등포경찰서까지 술렁이게 했다. 오랜만에 들려온 훈훈한 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사건 내용을 듣고 난 그 남성이 궁금해졌다. 어찌 보면 의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 생명을 구했으니 말이다. 취재 끝에 그 남성의 페이스북을 찾아냈고 친구 신청했다. 이후 좋아요를 누르며, 페이스북을 통해 교류를 이어갔다.

그때 그 사람

그때 그 남성이 바로 오늘 만난 사장님이다. 사장님은 나보다 2살 많다. 하지만 외모는 상당히 동안이어서 내 일행은 놀라는 눈치였다................


성추행범을 잡았을 당시 내 기억 속 남성은 날렵하고 배우 뺨치는 외모였는데, 지난 3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날렵했던 모습은 푸근한 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처음 뵙지만 오랜 친구 같네요

사장님이 날 보고 꺼낸 말이다. 나 역시도 공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몇 년간 교류하다 보니 처음 만났지만, 상당히 친근한 느낌이었다. 이게 SNS의 힘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보드카 한 병 주세요

사장님은 상당히 놀라 했다. 무제한 맥주도 있고 1잔에 3천 원 하는 보드카 샷도 있으니 그런 거 시켜먹어도 된다며 나를 만류했다. 참 정직한 사장님이란 생각이 들었다.


"밥을 아직 안 드셨으면 밖에서 음식 사 오셔서 드셔도 돼요!"


사장님은 넉살 좋게 웃으며 내게 권했다. 보드카와 크랜베리 주스, 토닉워터가 서비스로 나왔다. 여기에 칵테일 2잔도 무료로 주셨다. 여기에 1만 원짜리 감자튀김을 주시며 서비스라고 했다. 무료로 받은 감자튀김은 밖에서 사 온 치킨보다 맛있었다.


요즘 참...

오랜 벗처럼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일행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인품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회사 생활도 해봤고, 꿈을 위해 연기도 해봤다고 했다. 하지만 밀려오는 빚더미에 허덕이다가 시작한 게 바로 이 일이라고 했다. 연기자의 삶은 너무도 힘들다고 했다. 일류, 이류, 삼류, 사류....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파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만 되도 버텨보겠는데, 20년을 버텨도 제대로 된 배역을 따는 게 힘들다고 했다.


사장님의 말들이 귓가를 맴돌았다.

또 올게요

기분 좋을 만큼 취한 뒤 나왔다. 참 많이 먹은 것 같았는데 서비스로 주신 게 너무 많아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한숨을 내쉬면서도 오랜만에 만난 벗을 위해 온갖 서비스를 주시는 모습에서 인간의 정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인연이란 이런 것 아닐까...

사람에 실망하고 사람을 보고 다시 희망을 품고... 그런 것이 인연이란 이름의 단어 아닐까...


은은한 달빛이 참 고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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