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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03. 2017

#76. 넌 어쩌다 홀로 남겨졌니

지하철 역 8번 출구 계단 앞에 떨어진 머리끈

온몸이 찌뿌드드하다. 요즘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해서다. 심적 불안은 결국 불면증으로 나를 내몰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고민이 내 머리속에 둥둥 떠다닌다. 하수처리장 위에 오물처럼.


지하철을 타고 간다. 한참을 간다. 되도록 휴대폰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사람들을 관찰한다. 사람이 없을땐 포켓몬고를 한다.


게임을 끊은 지 꽤 됐지만 포켓몬고는 마케팅 차원에서 모니터 중이다. 주객전도 되긴 했다. 포켓스톱만 보면 화면을 미친 사람처럼 돌려대고 있으니 말이다.


목적지가 다왔다. 오늘은 별 탈 없이 잘 내렸다. 개찰구를 나와 익숙한 방향으로 걸었다. 8번 출구로 가야 하는데 발길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늘 반대인 1번 출구로 날 보낸다.


사실 최근 한 달 동안 가끔은 지하철을 거꾸로 타기도 하고 목적지와 반대로 걷기도 했다. '정신을 놓고 사는구나'란 한심함이 밀려오는 때이기도 하다.


8번 출구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땅바닥을 보며 걷고 있다. 이유는 모른다. 그게 습관일지도...


그러다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동그란 머리끈을 발견했다. 갑자기 슬퍼졌다. 마음이 심히 동요됐다.


"넌 어쩌다 이렇게 됐니? 너를 아끼던 이는 어디로 갔니?"


나도 모르게 미친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발걸음은 멈춘 체...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머리끈을 잃어버린 이는 알까? 그에겐 찾아볼 정도의 가치도 없는 물건이었을까? 이 머리끈은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텐데...'


감정이입을 심하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의인화라니... 역시 오지라퍼(참견쟁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시계를 봤다. 벌써 10시 3분이었다. 약속 시간에 늦었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계속 떠돌아다니는 것이 있었다...


'얼마나 외로울까...'란 마음의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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