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Feb 09. 2019

#49.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날

들어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탱고

토요일엔 수영을...

토요일인 오늘은 아침 일찍 수영장으로 향했다. 마음이 요동치기 전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다. 어젯밤부터 설 연휴 동안 질러놨던 택배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질러 놓은 비용을 어찌 감당해야 할까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나 자신에게 너무도 소홀했기에 이 정도는 질러도 괜찮다는 자기합리화도 해본다.


새로 산 수영복도 있다. 8년 전에 산 수영복 허리 밴드가 너무 낡아서 수영하는데 엉덩이가 보일 것 같아서 구매했다.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팔짝' 노래가 머릿속으로 흘러나오는 아침이다.


다행히 집에서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수영장이 있다.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시설도 나름 괜찮다. 주차 시설도 넉넉해도 좋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30분 정도까지 장장 5시간 정도를 정신없이 수영에 몰두한 것 같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오늘 오후가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오늘도 탱고책을 펼쳐 들었다.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르헨티나 사회는 변화되어 갔다.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열악한 처지와 낮은 사회적 위치에 만족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열심히 일했다. 그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은 2세들의 장래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식들을 학교에 진학시키고 대학 교육을 받도록 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2세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자 했다.
<<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시공사, 박종호 저)>>

그들도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구나. 우리도 교육을 통하여 신분상승을 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어지는 아르헨티나의 1930년대에 대한 설명들은 참으로 안타까운 역사였다.


잠시 정리해보자면

1930년 아르헨티나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났고 1916년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초 민주선거로 뽑힌 입헌 정부가 무너졌다. 그리고 경제공항으로 아르헨티나 농업 분야는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됐고 도시로 대규모 이농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도시에서는 대규모 실업 사태가 나타나고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됐다. 당연히 문화 활동도 위축되었으며 탱고 분야 활동도 함께. 공연에 대한 각종 지원은 끊겼고 음악인들은 음악을 할 자리를 잃게 됐다.
역사 속 씁쓸함

경제적 부흥기 유럽 각 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이주를 오던 모습, 그리고 그와 함께 자연 발생하게 된 문화예술인 탱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르헨티나의 사회, 경제적 몰락의 역사를 주욱 읽어나가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조만간 아르헨티나의 역사서를 하나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아르헨티나에 대해서 말이다.


책을 덮고

탱고가 듣고 싶어졌다. 오늘은 어떤 노래를 들어볼지 유튜브에 '탱고'를 검색해 본다. 여러 가지 음악이 나왔다. 거르지 않고 들어본다. 그러다 가사는 알지 못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곡을 발견했다.


바로 '엘 디아 퀴에 메 퀴에라스'(El día que me quieras). 우리나라 말로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날'이다.


이 곡에 대해서 좀 검색해보니 이 곡은 아르헨티나 탱고 국민 가수이자 '탱고의 왕', 탱고의 카루소'로 불리는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기 직전 출연한 마지막 영화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날' 의 주제곡으로 쓰였다고 한다.


우선 노래 부터 들어보자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날에
(El día que me quieras)

노랫말을 음미해보자.

나의 꿈을 어루만져 주세요
당신의 부드러운 속삭임의 호흡으로...

만일 당신의 까만 눈이
나를 보기를 원하면
인생은 미소짓지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듯
당신의 갸냘픈 미소가
만일 나의 도피처라면...

그녀는 나의 상처를 아물고
모든 것을 잊게하지요

나를 사랑하는 날엔
이쁘게 치장한 장미가
가장 멋진 색으로 파티옷을 입을거예요
그리고 종소리는 바람에게
당신은 나의 것이라고 속삭일거고요
그리고 샘물은 그들의 사랑을 이야기 할 거예요

나를 사랑하는 밤엔
파란 하늘에서 시샘 하는 별들이
우리를 바라볼 거예요
그리고 신비스러운 번개가
당신의 머리카락에 둥지를 틀 거예요
호기심 많은 반딧불이 볼거에요
당신은 나의 위로임을...
듣다보면 미소가 지어지는 노래

오래된 멜로디가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노랫말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며 들어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곡이다.


이 노랫말을 음미하며 노래를 듣는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차근차근 적어내려가 본다.

나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고 
나의 아픔, 그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나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밤이라면 
별들의 시샘조차 사랑으로 느껴질 것이다.
신비로운 번개가 만든 둥지, 호기심 많은 반딧불.
표현 하나하나가 시적이라서 더 매력적이다.
나를 위로해주는 이가 있다면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행복해야 한다는 집착은 내려놓게 됐다. 다행이도. 이제는 행복해지자는 강박관념은 없다. 그저 내가 숨쉬는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전 17화 #47. 간 발의 차이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