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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an 14. 2024

자녀교육, “정해진 길”은 없다.

미래 교육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소망은 아이가 마라톤처럼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 본인의 인생이 아닌, 아이를 가르치는 문제에 다루려고 하니 조금 다른 예를 들어보면 더 좋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에 비유해볼 수도 있겠죠. 


 우리의 목표는 아이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목적이죠, 되도록이면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그 여행길은 못해도 20년이니 먼저 차량의 내구성이 문제가 되겠네요. 그 다음으론 길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 여행 중간 중간에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운전자 본인이 운전에 어느 정도 능숙해야 한다는 점 들이 우리의 고민이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제법 아이교육이 아이를 태우고 하는 여행과 비슷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교통체증이라는 문제와 도로의 통행료 문제를 생각해보면 교육과 여행이 더욱 비슷해보이면서도, 앞날이 조금 걱정이 되는 점이 있지요. 우리가 먼저 지나온 길을 되짚어볼까요. 우리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인도에 따라 여행을 왔는데, 길이 막히네요? 그냥 적당히만 막히면 상관이 없는데 좁은 도로에 너도 나도 꽉 차서 조금도 차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처음, 차를 몰고 나와 속도를 내며 달리던 시간과는 비교도 안되는 짜증과 고민이 밀어닥칩니다.      


 왜들, 다들 이 좁은 길로 와 있는 거지? 

 이렇게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이 길을 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사람은 많고 길은 좁아?     


 어찌어찌 여행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를 먹어 청소년이 되고, 어린 시절처럼 공부를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도로에 차가 줄긴 커녕 길이 더욱 더 좁아지기만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앞으로 가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에 참아봅니다. 그러나 인내심으로 견딜 수 있는 것도 한계는 찾아오죠.      

 정말 이 길이 맞나?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여행은 고통으로 가득 찹니다. 최악의 경우 우리는 차에서 내리길 택하죠. 물론 공부가 가장 쉽다는 말처럼, 부모님과 함께 하던 차에서 내려서 혼자 힘으로 길을 나서는 순간 더욱 큰 고민들은 밀어닥치게 됩니다. 그것을 알기에 부모님들은 아이를 어떻게든 차에 붙들기 위해 노력을 하죠. 그러나 그때 길에 대한 원망이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바뀌고, 싸움이 번집니다. 그럼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겠네요.     


 왜 이 긴 여행을 떠나고 있는 거지?

 이게 정말 우리 아이와의 삶으로 맞는 길이었을까?     


 교사로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실제로 이런 고민을 들어드리는 일이 학부모님들과의 상담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교육. 공부 없이 사회인으로 자라날 수도, 존중받는 직업을 택할 수도 없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에 가깝습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큽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들이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이죠. 반도체와 핸드폰, 영화와 드라마, 호텔리어나 전문요리사 같은 높은 부가가치의 서비스업은 다름 아닌 교육을 통하여 지식을 얻고, 해당 진로를 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걸었고, 우리가 앞으로 아이와 함께 가게 될 이 길, 아이를 교육하여 성공한 지식전문가로 만든다는 여행의 목표는 아주 명확합니다. 고된 일이라고 할지라도 인내하며 끝까지 해 나갈 가치가 있죠. 어떻게 하면 여행을 끝마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동원됩니다. 아이들의 시험 성적에 따라 선물을 주거나 용돈을 늘려주는 방법, 아이에게 칭찬을 듬뿍 해주는 방법, 하브루타 같은 좋은 교육방법을 찾아 어릴 적부터 아이에게 지적 자극을 충분히 주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가 공부를 했던 시절보다는 나아진 점들이 있죠. 여러 가지 교육법이 소개되고 그래서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두루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새로운 방법을 써보려고 합니다. 하나 하나 이 여행, 즉 아이를 교육하는 일에 자체에 대해서 알아보는 방법이죠.      


아이와 함께 하는 긴 여행 길그 길은 좁은 길


 비싼 수업료, 좁은 길에 밀려드는 경쟁자들로 인해 긴 시간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려는 이유는 그것이 아이의 성공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교육을 통한 성공과 차별을 몸으로 겪었고, 미래에도 이러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또한 작용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시대 때에 이미 학력 경쟁이 있었습니다. 과거 제도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니, 그만큼 너도 나도 자녀교육을 하려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조선이 계급사회이긴 했지만, 어린 아이가 글을 배우는 서당만은 백성들에게 상당히 친숙한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을 맞고, 경제발전을 겪으면서는 공부를 통한 성공 사례가 더욱 주변에 흔한 일이 됩니다. “개천에서 난 용”이 드물지 않던 시절, 10대에 공부를 열심히 해 20대에 대학입시와 취업에 성공하고, 30대부터 60대까지 충분히 돈을 모은 후 은퇴, 은퇴 뒤에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넉넉한 노년을 맞는 일이, 실제로 드물지 않았던 셈이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문제가 생겨납니다. 공부를 통해 성공한 증거들이 이렇게 많으니, 너도 나도 이 좁은 길에 몰려들게 된 것입니다. 


 어라 방금 “좁은 길”이라는 말을 썼나요?     

 

 그렇습니다. 공부를 통해 성공하는 일은, 지금 좁은 길, 혹은 외나무 사다리에 비유됩니다. 이건 한번 살펴볼만한 부분이군요. 어째서 이렇게 길이 좁아졌을까? 그리고 비싸졌을까? 


 길이라고 하는 것이 그냥 짠하고 생겨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 길을 닦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산을 오르고, 바위를 깎아놨겠죠. 그렇게 만들어진 길을 우리는 따라서 이용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란, 이처럼 공부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이 먼저 만들어낸 과정을 따라 걷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시절의 환경이 우리와 같지 않았습니다. 처음 길이 닦여질 땐 사람들이 도로가 생긴 지도 모르고 찾지도 않죠. 그러니까 길이 좁다고 느껴질 만큼, 학력경쟁이 고달프다고 생각할 만큼 공부를 통해 성공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1980년까지는 대학에 가는 학생들이 10명 중 3명을 넘지 않았으니까요. 대학에 가는 일은 고달플지 몰라도, 지금처럼 대학을 간 뒤에 취업을 위해 또다시 길고 긴 싸움을 해야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가서 성공을 하는 사람이 자꾸 자꾸 생겨나고 또 대학을 다녀온 세대가 부모가 되어 자녀를 기르게 되니, 이제 대학에 가는 일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므로 대학을 가기 위해 너도 나도 교육경쟁의 여행길에 아이와 함께 오르고, 그러니 자연스레 넓던 길은 좁아집니다. 교통체증이 시작되고, 누군가는 비싼 차를 몰고 오는군요. 교육 지출이 늘어납니다. 나중에는 아예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도 발생합니다. 억지로라도 다른 길을 택하라는 것이죠. 그렇게 가뜩이나 좁고 그래서 힘든 길을 걷는 여정은 더욱 고달파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앞서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러나 한번 생각을 해보죠. 이 길이 생겼다면 그 끝도 있지 않을까?     


과거와 현재그리고 미래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 길이 넓었다가 좁아지듯 상황에 따라 도로의 상태가 변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실의 길도 옆에 새로운 큰 도로가 생겨나면 버려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도로가 낡고 불편해서 버려지기도 하죠. 구불구불해지거나 말입니다. 


 우리가 택하게 될 일반적인 학교교육의 과정,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과목을 배운 다음 그 주요 과목들을 중심으로 입시경쟁을 차차 준비해서 중학교 입학 때 한번, 고둥학교 입학 때 한번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한 뒤, 그 선택들이 큰 영향을 미쳐 대학을 가는 것. 그 뒤에 취업까지 직행해서 큰 고민 없이 여생이 흘러가는 것. 이것이 2000년대까지의 우리의 교육에 대한 크나큰 믿음이었습니다. 여기에 2000년대 이후로는 대학 입시 이후의 취업 경쟁이 추가가 되었네요. 


 이 공식의 수명이 생각보다 짧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모아지겠군요. 10대에 집중적인 교육투자를 해서 남은 7,80년의 인생을 보장한다는 공식인데, 실제로 이게 존재한 바도 없습니다. 앞에서 한 말을 한번 반박해볼까요?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이 본격화되고 일자리가 확 늘어난 것이 1970년대 무렵입니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부터 경제성장이 느려지기 시작했으니, 실제로는 딱 20년 정도만 저 공식이 통용되었던 것입니다. 1990년대 이후로는 모두가 알다시피 교육 하나로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세상이 열렸죠. 


 아무리 경쟁이 심해졌어도 결국은 그 공식을 통해서 정규직이 되고, 돈을 모아 행복한 사람을 살게 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여행길이 자꾸만 좁아진다고 우리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초등학교 교실, 중학교 교실,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미래의 대학 입학에 대한 기대치는 자꾸만 낮아집니다. 초등학생 때는 모두에게 통용되던 공식이 고등학교 때쯤부터는 한 학급 25명의 아이들 중에서 서너명에만 적용된다고 한다면, 그 공식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을 해보아야 하겠지요.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아이의 인생은 100년인데 우리가 그리고 있는 이 인생의 성공 공식이 고작 20년에서 30년짜리 계획이라는 점이죠. 물론 그 나이면 성인이고, 그 뒤의 인생은 아이가 스스로 택하게 될 것입니다만 그 30년은 한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며 자기의 성품과 인식을 형성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 시기가 대학에 의해, 입시교육에 의해 이렇게 좁은 길을, 비싼 통행료를 내며 스트레스와 불안감 속에서 흘러가도 될까요? 그렇게 고통스럽게 지나온 길에서 아이는 무엇을 보게 되었으며, 남은 인생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갖게 될까요?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가 모두 과거 이 길을 뚫고 나온 사람들이란 것입니다. 즉 우리에겐 아주 든든한 과거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가르치면서 현재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 많은 관심들을 갖고 앞으로 배워나가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지식을 추가하면 되겠지요. 교육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관심을 종합하면 아이와 함께 앞으로 하게 될 여행이, 그렇게 힘든 일로 남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의 미래에 대해 고정된 어떤 계획에 의존하기보단, 변화 그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변화에 적응하며, 또 그 변화를 주도해나갈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미래교육에 대한 시선을 소개하도록 할까요.


4C+2C=Future

Communication 의사소통 능력 / Collaboration 협업 능력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 능력 / Creativty 창의력


 위의 네가지는 “21세기 핵심역량 4C”이라고 부르는 네가지 능력입니다. 미래를 대비하여 현재 학교교육에도 조금씩 적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차차 소개해나가겠지만, 여기에 두가지 C를 추가하려고 합니다. 


Change 변화 / Changeability 변화 탄력성


   미래에 달라져가는 산업사회, 지식사회에 대비하기 위하여 현재 각 지역 교육청에서는 “체인지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초등학생들부터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수업, 프로젝트활동까지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을 계획하고 자신만의 성과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죠. 쉽게 말하면 자기 스스로 삶과 교육의 긴 여행길을 설계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미리 익혀나가는 과정입니다. 


 그에 더하여 “변화탄력성”은, 아이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더하여 스스로의 감정과 지식을 확장하고 성장시켜나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위의 4C를 모두 포함하여 최종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죠. 아이는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분업과 협상 등을 터득하며, 비판적 사고를 통해 책과 영상 등을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창의력을 발휘해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나를 형성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것입니다. 


 이 4C와 2C를 마음에 꼭꼭 심어두고 아이와의 여행길을 떠나면 어떨까요? 그때부터는 자녀교육의 여정이, 비록 여전히 사교육비나 좁은 경쟁의 틈바구니로 인내심을 끝없이 요구하기는 하겠지만, 새로운 관점들이 열리게 됩니다. 창 밖의 세상의 변화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체득해나가고, 하늘의 구름을 보고 놀라운 상상력을 펼칠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도 이 여행길은 스스로 다시 정의내릴 수 있게 됩니다. 여행의 목적지가 아니라 시시각각 변해가는 아이의 모습이 우리의 핵심적인 관심사가 될 테니까요. 창밖의 사물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 아이와 나누는 대화, 아이와 우리가 함께 어떻게 힘을 합쳐 이 목적지에 당도하는지 말입니다. 그럼, 이 길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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