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에 낙은 오니까
펑-
이런. 역시 생각대로는 안되는구나. 기름에 튀겨진 떡이 내부의 공기와 수분에 의해 폭발하며 튀어올라, 냄비 뚜껑을 밀어재낀 자리에 그대로 탁 걸쳐져 있다. 나는 부추를 손질하다가 대강 물기를 털어내고 황급히 불을 줄인 다음에 뚜껑을 열-
펑- 파바박-
이런. 손에 물기가 남아있던 것이 냄비 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기름이 튀었다. 유리뚜껑을 들고 있는 손에 꽤 굵은 기름방울이 튀어올라 달라붙었다. 뜨겁다. 뚜껑을 내려놓으며 행주에 대강 닦고 떡을 한번 뒤집어준다. 그 바람에 또 기름이 몇방울 튀더니 안경에까지 한방울 튄다. 손목이 꽤 쓰라린데. 떡은 그 덕분에 거의 다 구워진 모양이다. 이쯤이면 되겠지. 나는 뚜껑을 다시 닫고 싱크대로 돌아와 남은 부추를 우선 손질했다. 도마 위에 반듯하게 부추를 모아놓은 다음에야, 냄비에서 떡을 건져내 일단 후라이팬에 올려서 손으로 꼬치를 끼울 수 있을 때까지 식혀두기로 하고, 다시 부추로 돌아간다. 손목이 따갑다. 찬물로 손목의 화상을 한번 식힌 다음에 다시 칼을 잡고 부추를 썬다.
- 떡꼬치 해줄 수 있어요?
- 떡꼬치? 떡꼬치가 먹고 싶어?
- 응 요즘 파는 데가 잘 없어 땡기는데.
언제나처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 것인데, 바깥양반이 뜬금없이 떡꼬치를 먹고 싶다고. 최근에 배달음식은 거의 시켜먹지 않고 매일 이것저것 요리를 하고 있는데...떡꼬치를 주문할 줄은 몰랐다. 그러더니 잠시 뒤엔
- 아 내일은 떡꼬치랑 김밥을 먹으면 되겠네!
라고 혼자 제멋대로 결정까지. 아니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떡꼬치가 김밥이랑 보통 같이 먹...니? 하는 생각.
그러나 오늘은 떡꼬치와는 별개로 이틀 전에 바깥양반이 배송주문한 곱창이 도착한 참이다. 떡꼬치를 먹고 싶다고 찜을 해놓은 상태에서, 바깥양반의 페이버릿한 메뉴인 곱창을, 더위와 만삭과 코로나라는 겹겹의 문제로 인해 식당에서 제대로 즐긴지가 또 좀 제법이 된 상태. 그러니까 저녁에 함께 쉬고 있다가, 떡꼬치와 함께 이런 저런 저녁 메뉴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어떻게 곱창 이야기가 나왔는데, 500그램에 2만4천원! 아. 저렴하지 않다. 그런데 아. 한우곱창이면 어차피 가격의 탄력성은 그리 있을 수가 없구나. 자주 가는 동네 곱창 맛집이 200그램에 1만8천원이던가. 대강 500그램이면 2만원이 절감, 1키로그램을 샀으니 4만원 가량 싸게 샀다. 잘했어 바깥양반!
그래서 오늘, 곱창이 배송되어 왔는데, 당연히, 곱창에 떡을 넣을 수는 있었지. 문제는 떡볶이가 땡기는 바깥양반에게 떡볶이의 대용식을 얼마나 버라이어티하게 만들어주느냐의 문제다. 닭갈비를 만들어서 먹을 때 떡볶이를 넣으면 그거야 말로 안성맞춤. 곱창도 마찬가지다. 감자는 필수에 떡볶이는 선택이랄까. 쌀떡을 사다가 곱창에 함께 구우면 딱일 것이고.
그런데, 그러나,
떡꼬치의 경우엔 그렇다. 곱창을 할 때 넣어도 그만이지만, 또 떡꼬치 정도 간단한 요리를 따로 조금 한다 한들 그게 뭐 대수일까. 하면 되는 거지. 몇일 전에 간단하게 육개장 비슷하게 끓여놓은 것도 있다. 그러니까 곱창에. 국물도 좀 내도 될 텐데 그건 이미 해 놨고. 어차피 곱창에 넣을 떡을 살 거라면. 튀기는 것도. 그리고 이왕이면 떡꼬치를 하기로 했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붉은색의 화룡점정이.
그렇게 해서 떡은 튀겨진 것이다. 단돈 5백원을 주고 산 산적꼬치 한묶음에서 단 두개를 뽑아, 12개의 떡을, 적당히 식은 참에 하나 하나. 잠깐 그 전에 우선 부추를 썰어낸 것을 양념을 해야지. 참기름 많이, 간장과 식초 대충, 고춧가루랑 설탕에 다시다 깨소금 대충. 숟가락으로 대강 뒤집고 뒤집어서 부추무침을 만든다. 역시 단돈 500원을 주고 산 한단의 신선한 부추가, 곱창이 익는 긴 시간동안에 조금이라도 풀은 죽어주면 좋을 것이다.
떡을 튀긴 솥은 감자를 초벌로 살짝 굽는데 재활용. 부추무침을 만드는 사이에 식어서 꿰어진 떡꼬치는 오갈데가 없어서 잠시 부추무침 위에서 대기. 가뜩이나 요리를 해먹을 때마다 설거짓거리가 한사발씩은 나오니까 어떻게든 이런식으로 접시 하나라도 줄여야 한다. 감자를 초벌하며 몇번 뒤집어주는 동안 파와 양파를 손질해서 후라이팬에 올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곱창까지 올리면, 우선 어려운 일은 다 끝난 셈이다. 뚜껑을 닫고 한번 가열을 한 뒤에 감자를 옮긴다. 떡꼬치를 따로 만들긴 했지만, 그래도 곱창에 들어가는 떡은 또 다른 맛이니 떡도 넉넉히 쏟아버린다. 감자를 튀겨낸 냄비가 다시 빈솥이 되었다. 거기에 떡꼬치 소스를 만들면 딱이겠다.
떡꼬치 소스라니. 어릴 때 집에서 엄마가 양념통닭 흉내 내던 시절에 한번쯤은 맛본 맛이다. 물엿에 설탕에 고추장에 케찹을 기초로 대강 비율을 봐가며 한소끔 끓여내면, 파는 수준은 안되더라도 집에서 대강 흉내는 낼 수 있는 맛은 나온다.
이게 참. 알뜰하게 한다고 했는데도 싱크대를 보니 난리도 아니다. 양파껍질에 감자껍질에 손질한 부추하며. 선반 위에도 부추무침은 그대로이고 떡 봉지에 고춧가루에 고추장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으니 누가 매번 해 먹고 살까.
바깥양반이랑 결혼생활이 길어지면서 주변 다른 부부들을 보면 원래도 많이 차려먹지 않는 집들이 많다고 하고, 그 와중에 애라도 생기면 더욱 사먹는 일이 많아지고, 지금 출산 3개월 정도 된 친한 친구네 집도 그렇다. 차려먹고 사는 게 여간하지 않은 집도 많고, 또 매번 끼니마다 이렇게 일을 벌이는 것도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이렇게 안하더라도 예쁘게 잘 먹고는 살 텐데. 바로 저번달까지처럼, 한국의 우수한 배달 서비스를 마음껏 누리며.
그런데 또 밥상을 차리면서 드는 생각은, 고단은 하더라도 내가 차려서 먹으면 끼니마다 많이도 먹을 수 있고, 내가 꾸미고픈대로 꾸밀수도 있으니까. 특히, 오늘의 경우 떡꼬치가 그러하다. 바깥양반이 곱창이 도착했다며, 반드시 부추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만들어진 저녁 차림상의 비주얼은 이런 것이다. 노릇하게 구워진 곱창에 감자에 양파에...그 위에 처억 올라간 부추무침. 우리가 곱창집에 가서 늘 보게 되는 그림이다. 그러니까, 여기에 이렇게,
떡꼬치만 이렇게 추가만 해도, 얼마나 재미가 있어.
"바깥양반 얼른 와라."
"응-."
나는 떡꼬치를 한손에 잡고 숟가락으로 소스를 살살 발라서 마지막으로 팬 위에 올렸다. 이 그림 한장을 위해서 그만 기름으로 지져지고 만 나의 손목이여.
"맛있어?"
"응 근데 좀 딱딱해."
"근데 이거봐라-?"
"응? 어디?"
"여기 셋. 화상. 떡 튀길 때."
"허얼 약 발라!"
온도 조절을 잘못했다. 부추를 손질하는 사이에 너무 오랫동안 가열이 되어서 떡이 퍼질만큼, 딱딱해졌다. 그러는 바람에 상처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깥양반은 이 두줄 떡볶이를 모두 다 드셨다. 그리고 나서는 잘 구워진 감자에 양파에 대파에 부추에 곱창을, 한참 먹고서 배가 불러 둘 모두 숟가락을 놓았다. 보람은 있네.
밥솥에는 볶음밥으로 쓸 분량의 밥도 있는데 택도 없이 배가 부르다. 남은 음식들을 용기에 담아 또 다른 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한시간 내내 이어진 주방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나는 싱크대로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