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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28. 2021

Check in : 별마로 천문대

#Place 01. 예약 필수


별마로 천문대

- 영월읍내에서 차로 20분 가량 언덕과 산길을 차로 달려야함. 게다가 야간에 올라가야 해서 운전 난이도 매우 높음.

- 체험 프로그램 예약필수. 예약 안하고 방문하면 그냥 전망대에서 야경보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음. 2주 전에는 예약을 확정하는 것이 좋음.

- 체험 프로그램은 성인 7천원으로, 1시간 가량 실내 프로그램과 천체망원경 프로그램으로 구성.



 은하수를 처음 알아본 날을 기억한다. 당연히 군대였다. 매일 밤 10시 취침, 그 전에 9시 30분 넘어서 내무실 별로 청소와 전투화 손질 등을 마쳐야 하는데, 그 시간대면 강원도 산속에는 불빛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시간마다 하늘을 바라보면 청명한 검은빛 속으로 소금을 뿌린듯한 별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고, 매일 같이 한줄기 긴 구름이 그 자리에 못박힌 것처럼 콕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러 차례, 구름인 줄만 알았는데, 알았는데,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 저게 바로 은하수구나. 이걸 내가 군대 체육복을 입고 슬리퍼를 보고 빡빡머리를 하고 보고 있다니.

 

 그러나 좋았다. GOP 축선을 밤마다 거니는 초병으로 1년 2개월을 더 살고 전역하였는데, 달이 숨어든 그믐날이면 늘 은하수는 그 신비로운 자락을 하늘에 깔아주었다. 바깥양반은 은하수를 본 적이 없다고 하니, 겸사 겸사 오늘 운이 좋길 바라지만.

 천문대를 예약하기로 한 날에 이미 6박 7일 우리 일정 안에서 방문이 가능한 날은 첫날 딱 하루였다. 코로나로 인해 체험인원을 어느정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밤 10시에 오기로 했고, 우리 펜션에선 50분 길이다. 바깥양반은 나에게 괜찮겠냐고 물었지만 뭐 어려울 것은 없다. 영월은 너무 넓어서 체험 프로그램을 다니자면 군 내에서 왕복 2시간 정도는 예삿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다.


 원래 우리의 여행 스타일로는 동선이 이리 저리 꼬이는 것은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뭐어 받아들여야. 여름밤에는 이런 일도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모든 체험프로그램 일정이 꽉 차있어서 아예 못가는 것보단 훨씬 나은 일이니까.

 그렇게 체험프로그램 시작시간보다 20분 정도 먼저 도착한 별마로 천문대는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있다. 야간에도 운영을 하는 카페에서는 여러가지 마그넷을 팔고 있다. 어린왕자 마그넷 중에 "별마로"라고 쓰여져있는 유일한 제품을 골라 계산을 하고, 실내를 잠깐 구경하고 밖에 전망대로 나왔다.


 천문대 안은 그리 넓지가 않아서 건물 내에 30명 정도의 관람객이 적당해보인다. 카페도 테이블이 여남은개 정도로 매우 작다. "시민천문대"라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전문적인 시설이라기보단 영월의 자연과 함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7천원으로 1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정도라면 딱 괜찮다. 은하수라던지 날씨와 구름이라던지, 천문대에 방문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은 몇가지 더 있겠지만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그런 날에 방문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전망대에서는 영월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덥지 않은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어 밤하늘의 더위를 식히기에 딱이다. 이 부근까진 모기도 잘 올라올 것 같지가 않아서, 체험프로그램 앞뒤로 시간이 넉넉할 때는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해서 앉아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혹은, 강원도 산골의 노을을 보기에 딱인 장소다. 영월정도 지형이면 운이 좋다면 내셔널지오그래피 수준의 노을도 이따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기대가 가능한 것이,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는 이유일 것이고.


 전망대를 빠져나와 실내를 좀 더 구경하니 VR 체험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아이가 보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바깥양반은 패러글라이딩을 함께 할 수 없음을 늘 아쉬워하는데, VR로라도 해보라고 내가 등을 아무리 떠밀어도 거부하고 있다. 에힝. 어쩔 수 없지. 뱃속의 아이와 15년쯤 뒤에나 해볼 수 있겠다싶다.

 체험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은 특성상, 10살 이하 아이들이 40%정도는 되어보였다. 저마다 별자리를 배우기 위해 여기까지 왔을 테지만,


"라떼는 말이여...<별자리 이야기>가 집집마다아아..."

"난 잘 몰라."

"라떼는...우리는...다아아 별자리를...근데 바깥양반 때는 그만 H.O.T라는 물건이 빵 터져버렸지."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문화컨텐츠의 측면에서, 83년인 내 세대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하늘을 보며 즐길 수 있는 별자리 이야기가 꽤나 인기있는 소재였다. 그래서 두가지 책을 모두 읽는 초등학생들이 꽤 많았다. 게다가 그때는 서울만 벗어나면 곳곳에서 밤하늘 가득 별을 볼 수 있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돌 산업이나 영화 산업의 발달은 별자리 같은 취향을 시시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황사와 미세먼지, 광공해는 밤하늘의 별이라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을 완전히 앗아가버렸다. 이제 도시의 아이들은 별을 보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 되었고, 별자리는 어불성설이다.


 그런 세대유감적 시선으로 30분의 실내 프로그램, 30분의 천체관측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은, 오랜만에 밤하늘의 낭만을 제대로 느끼는 일이기도 했다.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딱 좋은 친절한 실내프로그램은 은하수를 감상하기 좋은 필리핀의 하늘과 우리나라 하늘을 비교해서 보여주기도 했고, 별의 일주궤도까지 감상하고 촬영할 수 있게 해줬다.


"은하수가 진짜 저래. 눈으로 보면 멋있어."

"응."


 은하수를 본 적 없는 바깥양반에게, 그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망망한 하늘을 가로지르는 그 뽀얗고 투명한 빛무리를. 이어서 4층에서는 관측대 천장을 개방하고 그날의 일기와 계절에 따라 여러 천체를 관측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달, 데네브(백조자리의 머리 부분 별), 목성과 토성, 또 하나가...까먹었다. 어쨌든 이렇게 다섯개의 천체를 망원경으로 실측할 수 있었다.


 목성은 가니메데 등 위성과 목성의 띠를 확연히 볼 수 있었고, 그보다 훨씬 멀고 작은 토성은 고리까지 제대로 볼 순 있었지만, 선명하진 못했다. 막상 토성을 관측했을 때는 "에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이 또릿하지 않지만, 아니다. 그렇지 않다. 토성을 고리까지 망원경으로 실측한다는 것은...굉장히 굉장한 일이다. 그것도 단돈 7천원에!


 그 밖에, 보름을 3일 정도 넘겨 살짝 기울기 시작하는 달의 관측은 토끼모양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조정되어 있어서 아이들에게 유익할듯 싶었다. 우리가 달토끼로 인지하는 무늬를 좌우반전시킨 다음 각도를 조금 조정해놨다. 토끼의 두 귀와 절구까지, 매우 큰 모양으로 디테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평생 서울에서만 살아 달무늬도 잘 인식하지 못했던 바깥양반에게 그런 점을 설명하고 절구모양까지 확인시켜줬다.  


 그렇게, 한시간의 체험이 모두 끝났다. 충분히 천체관측까지 하고 나니 시간은 밤 11시.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해, 계속 서 있으면 추위를 느낄 지경이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다시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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