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존 Aug 07. 2021

영월, Check out

#Story 06. 아침 8시에 영월을 떠나며

"바깥양반. 영월을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까."

"슬로우."

"세 단어로 해보자."

"음...자연친화적인 느낌?"

"그린. 하나만 더 하자면?"

"음.......돌아감?"


슬로우

 영월을 소개하는 많은 책자에서 한적하고 느적한 그 독특한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차가 빨리 달릴래야, 달릴 수가 없다. 평야가 없어서 일을 급하게 할래야 할 수도 없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 사람이 없어서 물멍, 구름멍, 하늘멍 때리다 보면 시간은 마냥 잘 흐른다.

 영월 펜션에서는 애완동물들을 많이 기르는데, 애완동물이 투어 가이드를 하는 경우도 있단다. 아침 맑은 공기에 홀리듯이 끌려나와, 길을 따라 몽상처럼 걷다보면 멀리서 강아지가 따라오더니, 발가락을 몇번 냄새를 맡고는 이내 앞장서 달려간다. 그 녀석을 따르다가 적당히 발길을 돌리면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을 강아지들이 앞장선다. 

 티 없이 말은 하늘을 바라볼 때도, 물소리를 들으며 폰을 할 때도, 침대에 엎드려 책을 볼 때도 영월은 영월이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린

 무릉면이 그렇게 좋다는데 이번 체류 기간 동안에 가보지 못했다. 우리가 발견한 스위스 지형은 김삿갓면. 깎아지를듯한 절벽이 좁은 계곡과 맞닿아 독특한 정취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곳 말고도 영월 곳곳에 이런 지형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공간이 하나하나 정말 각별한 풍경이 될 텐데, 이 밖에도 선돌이나 한반도 지형, 동굴 등 자연경관 자체가 관광상품으로 값이 높은 지역이다. 

 더 좋은 것은 이런 풍광들이 대개 때묻지 않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 워낙 인구밀도가 낮은데다 관광지로서 개발된 역사도 매우 짧다. 근래 들어서 새로운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있는데, 그것이 읍내에 몰려있고 구석구석 관광지는 자연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개발되고 있다. 결정적으로 아파트가 거의 없다. 어딜 가나 파란 하늘, 녹색 삼림, 그 아래 투명한 강물을 만날 수 있다. 


돌아감

 최근 영월에서 국내 최대의 한옥 호텔을 개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영월의 특성을 잘 살린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이 든다. 산이면 산, 계곡이면 계곡 차를 조금만 몰고 들어가면 한적한 시골집에서 옛날 생활방식 그대로의 불편함과 노동을 즐겨볼 수 있다. <라디오 스타>로 유명한 청록다방이 필수 관광코스인 것이나, 산골초가 같은 민박들이 성업하고 있는 것이나, 영월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과거의 생활을 체험해보는 것일 터. 특이하게도 그런 농촌체험형 관광이 또 쾌적하게 리모델링되고 있는듯도 하다. 영월이 청년의 귀농에 적극적 지원을 하는 지자체라서 가능한 것. 

 그런 점에서,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올 수도 있고 차를 몰고 수도권에서 세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이 매우 유익하게 작용한다. 이를 테면 가깝고 쾌적한 오지랄까. 서울 사람의 입장에선 강원도의 관문 같은 위치다 보니 부담없이 찾아 시골마을에 박히기 딱인 곳이다. 


"어떠냐."

"응 잘 정리한 것 같아."


 아침 8시에 읍내의 모텔에서 짐을 다시 챙겨 나왔다. 비가 오기 시작한다. 6박 7일의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날인데 완도에 2시까지 도착해야 배를 탈 수 있다. 8시. 아침부터 바깥양반이 배가 고프다며 어제 이화에 월백하고 사장님께서 챙겨주신 옥수수를 꺼내 먹는다. 나는 긴 거리, 비오는 날씨, 이른 시간 등에 긴장하며 차를 몰았다. 


 떠나는 날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이게 되니 아쉬움이 크다. 한 10시쯤에라도 출발을 했다면 중부내륙에 가서 따끈한 라떼 한잔 테이크아웃할 수 있었을 건데. 전날, 일미닭강정에 가서 친한 형에게 택배를 부치려고 했더니 여름엔 닭강정이 상할 수 있어 택배를 하지 않는단다. 이런 이런. 아쉬움 가득한 작별이다. 살롱드림은 토요일 저녁에 먹어두길 잘했다. 


 앞으론 아이가 여행과 관광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바깥양반은 가는 곳마다 어린 아이가 보이면 뚫어져라 쳐다를 본다. 아이를 위해서도 우리의 일주일의 추억을 위해서라도 영월엔 언제고 다시 찾아오기로 했다. 밤과 감이 익어가는 가을에 직접 뜰에서 풀과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와도 될 것이고 장작불 앞에서 고양이의 배를 문질러도 좋을 것이고, 곶감이 주렁주렁 달린 처마 아래에서 따듯한 차를 마셔도 좋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아이는 차츰 걸음마를 떼고, 뛸 수도 있게 될 것이고, 스스로 홍시를 들고 빨아먹을 수도 있게 될 테지. 그러나 그때가 되어도 영월의 고즈넉함과 한적스러움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게 된다. 이 하늘이 그대로일 것이고 동강과 한강, 산맥과 습지도 그대로일 터. 


 그래도 여행은 삶을 따라 이어진다. 

 체크인, 

 체크아웃. 


 다행히 우린 폭우를 퍼붓던 하늘로부터 벗어나, 다시 화창하게 갠 완도의 하늘을 보며 제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이전 07화 비와 우리의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