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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ul 28. 2021

Check in : 영월 온도감각 도자기 체험공방

#Place 02. 오늘도 나의 예술혼은 불타오르고


온도감각

- 1인당 3만원, 90분

- 기본적으로 체험자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게 오픈해주고 케어해주심

- 체험이 끝난 후 구워서 한달 뒤에 택배로 배송


 "Check-in 영월"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여행일 1일당 1개의 유료관광지 및 체험프로그램을 참여하고 그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어제 별마로 천문대에 이어 오늘은 도자기공방에 체험을 왔는데, 좋은 점은 영월읍내 한가운데 있다는 점이다. 영월읍내가 워낙 작아 다 거기서 거기인 터라, 일미닭강정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보다 유명한 스팟인 청록다방에서는 길 한번 건너서 1분만 걸으면 된다.


 게다가 도자기 체험공방이라길래 나이 지긋한 도공이 계시고 뭔가 어려운 분위기일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은 작업실에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가득하고 공방 주인 선생님께서도 친절하고 젊은 분이셨다. 그래서 나같이 제멋대로인 성향에 딱 알맞았는데, 90분 내에 적잖이 복잡한 도자기인형을 만들려는 내 심산을 말리지 않으셨고, 시작한 뒤엔 친절히 도와주셨다.


 그런 점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아담한 공방이라는 점. 점심과 저녁 사이에 시간을 보내기도 딱 좋다.

 처음에 자리는 이렇게 세팅되어 있다. 그리고 작품을 뭘로 할지에 따라 여러가지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주셨다. 바깥양반은 동백이가 나중에 시리얼을 먹을 그릇을 만들기로.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들어가서 뭘 만들지 하며 휘 둘러보다가 도자기인형이 여럿 눈에 띄었다.


"저렇게 인형도 만들 수 있어요?"

"네~ 하고 싶은대로 하시면 돼요."

"어...체험시간이 얼마나 돼죠?"

"1시간 반이요."

"음...조금 복잡하게 할 수도 있는데..."

"네 잠시만요...그럼 저정도 사이즈는 만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공방선생님께서는 종이컵 크기의 인형을 하나 샘플로 하라며 지정해주셨다. 그래. 일단 해보지. 하며 나와 바깥양반은 각자 본격적인 체험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았다. 남미 문명의 층층이 동물탑처럼, 아니 그거랑은 상당히 다르게, 내가(곰이) 바깥양뱐을(수달이를) 백허그 하고, 바깥양반은 다시 동백이를(소띠라서 소) 백허그하는 모양인데, 요철이 많으니 처음에 큰 덩어리 하나를 잡고 주무르며 모양을 잡아가려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 5분만에 상황을 파악하고 빠르게 계획을 수정했다. 파내면서 모양을 잡는 것보단, 붙이기가 쉽다.


"이거 잘못 붙이면 구울 때 떨어지나요?"

"작은 기포는 생겨도 괜찮아요. 붙이실 때 물만 잘 묻혀서 붙여주세요."


 다행히 훨씬 쉽다. 귀 두개를 붙이고, 다듬고. 곰 주둥이를 붙인 다음, 내 품에 안긴 수달이의 머리를 반죽 밖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곰 몸을 다듬고, 다시 수달의 귀와 주둥이를 붙인다. 두번째까진 쉬웠다.


 문제는 동백이 캐릭터인 소다.

 소는 뿔이 있기 때문에 요철이 귀까지 합해 넷이다. 일단 머리를 반죽 밖으로 밀어내 다듬고...거기에 요철을 넷을 붙인다. 게다가 가장 작은 사이즈라, 장미 가시 보다 약간 큰 수준의 반죽을 붙이려니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그 요철이 소를 안은 수달이의 몸통이나 얼굴 부분과 떡지지 않게...


"와 러시아인형 같아요."

"오 귀엽다 허허허."

"제가 원래 미술 꿈나무라..."


 성실히 그릇을 함께 만들던 바깥양반과 공방선생님이 내 인형을 보고 칭찬을 하신다. 으쓱. 시계를 보니 40분 가량, 우선 대강이나마 모양이 잡혔다. 이제...내 팔과 수달이의 팔을 붙일 차례. 또 다시 반죽을 굴려 양쪽에 달아준다. 내 팔이 수달이를, 그리고 수달이가 동백이를.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다듬기다. 인형이기 때문에 아래를 파내서 속을 비워야 하는데, 그것을 얼추 하자 선생님이 반죽을 받아서 다듬어주셨다. 딱 이 정도 선에서 최소한으로만,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마무리와 다듬기를 해주시니 딱 알맞다.


"얘는 정말 잘 구워지면 좋겠네요 진짜."


 그러게요!

 다듬기까지 마무리가 되었다. 채색을 할 차례. 구워지면 베이지색이 나온다고 한다. 바깥양반은 테두리에 타이프 도장을 찍고, 테두리를 칠한 뒤 동백꽃을 하나 그렸다.


"저 그린 거 괜찮아요?"

"아- 두개만 더 그리면 딱 좋을 것 같아요."

"네."


 먼저 채색을 시작한 바깥양반이 열심히 집중해서 붓을 놀린다. 동백꽃 하나를 보고 검사를 받자, 공방선생님이 두 송이를 더 주문. 그런데 바깥양반의 그림이 퍽 괜찮게 나왔다. 실력이 많이 늘었어.

 내 것은 받아보시더니, 바깥양반의 눈에 광택이나 볼터치를 추가할 것을 주문하신다. 그림을 그릴 때 같았으면 빠트리지 않는 구성요소들인데, 온 신경을 집중해서 모양이나 표면 다듬기를 하다보니 그런 디테일은 놓치고 있었다. 그래서 눈에 광택도 넣어주고, 볼터치도 넣었다.


"어 오빠 볼터치가 색이 왜 이래?"

"응? 아니 검은색...으로 통일..."

"아하 제가 지워드릴게요."


 볼터치를 보더니 바깥양반이 타박을 한다. 당연히 볼터치는 핑크색이 아니냐며. 맞다. 그렇지. 내가 근데 지금 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볼터치까지 온통 검정색. 분명 눈 앞에 여러색 물감이 있었는데도.

그래도, 그렇게 도자기는 두개 다 완성! 그래도 대강 마무리가 되고 나서는 나도 바깥양반도, 공방선생님도 모두 긴장이 좀 풀려, 그때부터는 영월 맛집이며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두루 했다. 흔한 여행팜플렛이 아니라,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진 매거진 스타일의 영월 소책자도 하나 받았다. 두루 두루 여러가지로 도움을 받았다.


“그럼 태명이 뭐예요?”

“동백이요 겨울에 생겨서.”

“어머나 예뻐라-.”


 영월 주민과 이렇게 오래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점. 예를 들어 영월에서 외식을 할 땐 어지간하면 미리 전화로 예약은 하고 간다고 한다. 그게 상례라고. 그리고 탕수육 덕후 바깥양반을 위한 맛집도 하나 추천받았다.


 체험을 모두 마치고 짐을 정리해 나왔을 때는, 정말 딱 귀신같이 90분이 채워져있었다. 초집중해서 한시간반을 이렇게 알차게 보내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각자의 작품에 당연하듯 동백이가 중심이 되고 있는 것에, 이렇게 변해가는 우리의 삶이 차곡차곡 쌓이는것 같기도 하고.


 정말 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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