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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Apr 07. 2020

연극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연극의 4요소(3) 배우

연극적 기법은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연극코칭(Play Coaching)이란 연극적 개념과 기법을 활용한 코칭이다. 즉 '초목표', '메소드 연기', '이중적 현존' 개념과 '희곡 창작 기법', '무대 연출 기법', '배우의 연기 기법', '작품을 매개로 한 관객과의 소통 기법'을 활용한 코칭이다.


연극코칭에 활용되는 연극적 기법을 살펴본다. 연극적 기법은 '연극적 요소를 연극 공연에 적용하는 기술 및 방법'을 의미한다. 따라서 연극적 기법은 연극적 요소와 직결된다. 연극적 요소 역시 연극적 개념처럼 매우 다양하며 몇 가지로 제한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희곡, 무대, 배우, 관객을 연극의 4요소라고 한다. 따라서 연극적 기법이란 희곡, 무대, 배우, 관객을 연극 공연에 적용하는 기술 및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희곡은 극작을 통해 적용되고, 무대는 연출을 통해 적용되며, 배우는 연기를 통해서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관객은 연극이라는 공연을 매개로 하여 소통하는 대상으로 적용된다. 이렇듯 연극의 4요소가 갖는 역할과 의미에 초점을 두고 각각 극작, 연출, 연기, 소통으로 연결하여 정의할 수 있다. 연극코칭에서 말하는 연극적 기법은 '희곡 창작 기법, 무대 연출 기법, 배우의 연기 기법, 작품을 매개로 관객과 소통하는 기법’을 뜻한다. 




'배우의 연기 기법'을 삶에 적용한다면?



배우에게 배우자!


배우의 연기 기법이란, '상연되는 작품의 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맡은 역할의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인지적 기술, 화술, 동작술'을 말한다. 인지적 기술은 배우가 감각한 것을 지각하고,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고, 기억하고, 배우고, 사고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배우의 인식과 관련된 모든 정신적, 의식적 활동을 총칭해서 '생각하는 기술'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한편, 화술은 작가의 글을 말로 표현하는 기술이며 동작술은 비언어적 요소로 움직임(動)을 만드는(作) 기술이다. 작가는 극작(劇作)하고, 배우는 동작(動作)한다. 배우의 연기 기법은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는 기술이다.


여기서 잠깐 '연극의 4요소(1) 희곡'으로 돌아가 보자. 즉흥극이나 마임극 같이 특이한 형태의 공연을 제외하면 연극에는 희곡이 있다. 희곡, 즉 대본은 작가가 창조하고 싶은 인물의 말과 행동을 글로 옮겨놓은 것이다. 드라마의 어원을 고려해서 '행동하기 위한 기본이 되는 글'을 대본이라고 했다. 배우는 작가의 대본에 생명을 불어넣고 인물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는 기술이 통합적으로 발휘된다.




배우는 대본에 나와있는 극 중 인물의 말을 통해서 성격을 분석할 수도 있다. 자신의 대사를 한마디 한마디 따져가며 '이 말을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실제 성격 연구 분야에서도 인간의 말을 탐구하면서 지금의 이론을 정립했다. 영국의 인류학자인 프랜시스 골턴 경(Sir Francis Galton)은 인간의 언어를 연구하면 포괄적인 성격 유형을 만들 수 있다는 가설로 성격 연구에 크게 기여한 사람이다. 이른바 '어휘 가설(lexical hypothesis)'은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에 성격이 녹아있다고 본다. 인간의 말과 성격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대본에 쓰여있는 말을 통해서 인물을 탐구하는 인지적 기술은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과 직결된다. 배우가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생각하는 기술이 곧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이다. 결국 배우는 극중 인물을 이해한 만큼 무대 위에서 말하고 움직일 수 있다. 자신이 이해한 인물의 깊이와 폭 안에 존재한다. 인물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발휘되는 화술과 동작술은 자칫 공허할 수 있다.


배우는 대본에 쓰여있는 배역의 말을 경청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배우가 대본의 글을 통해서 배역을 이해하는 것은 실제 상대의 말을 통해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본에 쓰여 있는 글이든 실제 상대의 말이든 방식은 같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이해의 깊이와 폭이 달라진다. 코칭이나 상담에서는 '딱 지 꼬라지만큼 한다'는 말이 있다. 같은 대본도 해석하는 배우에 따라 수준이 달라지듯이 코칭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말도 코치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꼭 코치나 상담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일상에서 상대의 말을 듣는다. 각자 딱 자기 수준으로 말이다.


베네딕트 컴버 배치 (Benedict Cumberbatch), 연극 햄릿 중에서, 출처: www.nytimes.com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말을 하는 햄릿의 성격은 어떨까? 혹시 어디선가 햄릿은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럴까? 만약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저 말을 하는 걸 듣고도 우유부단하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지금 저 말을 한다면 심정이 어떨까? 또 누군가 나에게 우유부단하다고 하면 어떨까? 더 살아야 할지 죽어야 할지 고민하는 말을 단순히 우유부단함으로 해석한다면 그 사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배우가 바뀌면 작품이 바뀐다. 같은 대본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본의 글이 '배우'라는 필터를 통과하면서 그 배우의 말과 움직임으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배우'라는 필터가 바뀌면 '말과 움직임'도 바뀔 수밖에 없다. 텍스트(text)에 숨은 서브텍스트(subtext), 작품 전체에 깔린 콘텍스트(context)를 읽는 힘도 배우에게 배울 수 있다.



인물 창조는 행동 창조로 시작된다


그리고 행동 창조로 완성된다. 엄밀히 말해 배우가 창조하는 것은 '인물'이 아니라 '인물의 행동'이다. 행동(action)이 연기(acting)다. 배우는 대본의 글을 말로 창조하며 동시에 움직임도 창조한다. 배우는 대본의 지문(地文, stage direction)에도 없는 행동을 창조해내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장면의 목표를 달성하고, 역할의 목표를 달성하며 궁극적으로 작품의 초목표를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


'상연되는 작품의 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맡은 역할의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인지적 기술, 화술, 동작술'을 삶에 적용시켜보자. '상연되는 작품'은 '인생'이라는 연극이다. 작품의 초목표는 인생의 초목표다. 맡은 역할은 삶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고, 구체적인 목표는 인생초목표로 부터 나오는 역할 별 목표다. 배우의 연기 기법은 인생의 초목표 실현을 위해서 삶에서 맡고 있는 역할의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인지적 기술, 화술, 동작술로 적용된다.


누구나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꿈꾼다. 현재에 만족하더라도 적어도 그 수준이 지속되길 바랄 것이다. 누구도 불행해지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할 때가 있다. 지금과 다른 사람으로 새롭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불가능하지 않다. 배우가 인물의 행동을 창조하는 것으로 시작하듯 우리도 새로운 행동을 실천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실천한 행동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변화는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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