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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 마르 Dec 11. 2024

우리는 계속 읽을 것이다

어떤 어른, 소년이 온다


< 어떤 어른 151p >  김소영, 사계절 출판사


이제는 날씨가 제법 추워졌습니다. 책방으로 출근하는 길에 귀가 시려 목도리로 머리와 귀까지 감싸고 지하철 역까지 걸었습니다. 바지까지 내의를 입은 덕에 저번만큼 추위에 떨진 않았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기에 한국의 추위에 유독 어떤 날은 몸이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이 아리기도 합니다.

책방을 오픈하고 정갈하게 정리를 하고 차분한 음악을 틀어놓았습니다.

뜨거운 커피도 한잔 내렸습니다.


책방 베스트셀러를 적은 리스트가 눈에 들어오네요.

한강 작가의 책이 상위권에 주르륵 있습니다. (다른 온 &오프라인 서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노벨문학상의 여파는 대단했죠.

한동안 품절로 들렸다가 발길을 돌린 손님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재고가 넉넉히 있습니다.지금쯤은 열기가 떨어질만했는데 다시 어떤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날 밤에 잠들려고 준비를 하는데 벨소리가 날카롭게 침묵을 깼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이 뉴스를 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급하게 온라인 뉴스를 트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불안해서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하셨고 저는 일단 눈을 붙이고 다음날이 되어 모든 것이 해결되길 빌며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날 출근해서 <소년이 온다>를 구매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한강 작가의 책에 대한 강한 이미지가 쉽게 그녀의 책을 읽진 못하게 했었습니다.

수상 후에도 그제야 처음 접한 책은 <흰>이었습니다.

태어난지 2시간만에 죽은 한강의 친언니를 생각하며 ,과거 나치가 쓸어간 폴란드의 바르샤바라는 죽음이 지나간 도시에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 정적이고 섬세한 글에 빠져들었습니다. ‘흰’이 순백의 하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잿가루의 색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한강 작가의 어떤 책을 읽을까 하던 중에 <소년이 온다>를 짚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한 트위터 유저가 어떻게 국가에 의해 학살당한 소설을 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과 계엄령이 한해에 터질 수 있는지 아이러니하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2024년에 일어난 일인지 꿈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만 그 꿈이 악몽이라는 게 문제였습니다.


평화는 공기와 같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위협을 받으면 생존과 연결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정지척 성향은 상관이 없게 됩니다. 목숨은 정치적 이념 위의 단계입니다.

저도 정치적 성향이 있지만 누가 나라를 위해서 일하게 되든, 결국에 국민들이 불안감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거기에 만족을 느낍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쟁은 물론 국가가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집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거나 방공호로 대피해야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국가가 나를 지키는 존재가 아닌 한낱 희생양으로 대한다는 걸 알았을때 버려진 기분과 함께 무력감과 슬픔에 잠시 잠식되었습니다.

몇 달 전 용산에 있었을 때 국군의 날에 열릴 에어쇼 준비로 1시간 정도 굉음과 함께 엄청난 전투기들이 뽐내듯 아주 가까이 눈앞에서 연습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제 팔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전쟁이란 이런 것이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오감이 느꼈던 공포가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우리 집 어린이가 어느 날은 밖에서 집에 돌아올 때 선물이라고 떨어진 어여쁜 낙엽들을 가져왔습니다. 김소영 작가의 신작 <어떤 어른> 사이 사이에 껴놓았어요. <어떤 어른> 책에서 '아름다운 것'에 대해 저자의 독서교실에서 아이들과 적은 대목이 생각나 언젠가 카페에 아이와 갔을 때 아이도 저도 아름다운 것에 대한 것들을 적는 시간을 가졌고 낙엽을 가져다준 날 잠들기 전에 누워 함께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에겐 아름다운 것이 A4용지 한 바닥을 채울 정도로 가득히 있다는 게 저에겐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함께 누워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평화로운 시간에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평화가 중요합니다.

이런 기쁨은 모두 평화에 기인하다는 걸 아니깐요.



이런 암울하고 경악스러운 상황을 더욱더 잘 알기 위해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어둡고 잔인할까 봐, 이미 지난 일이라고 치부하며 어리석게 굴며 미뤄두었던 책들을 읽으려고 합니다. <소년이 온다>를 끝내고 <작별하지 않는다>도 읽을 것입니다. 책방에서도 다시금 <소년이 온다>를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현 시국과 맞물려 한국 근현대사에 벌어진 아픔을 읽기 위해서 입니다.


몸이 아린 추위 속에 저번 주말에 국민들이 모여 한 소리를 냈습니다. tv와 라이브 방송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함께 해야 하는데...라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함께 집에서 염원했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거리가 멀어 함께 가는 것은 무리이지만 장기전이 된 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주말에 나서보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 어린이들도 지금 시대의 목격자로 행동하는 어른들을 보며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바른 시대로 가려는 움직임을요.  지금 이 시대의 어린이들, 젊은이들 그리고 어른들까지 모두 안전과 평화 속에 함께 존중하며 살기를 바라봅니다. 2025년이 다시금 그 시작을 알리는 해이길 바랍니다.


< 어떤 어른 132p > 김소영, 사계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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