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팅하는 아이들

by Henry

프롬프팅 하는 아이들

얼마 전,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조카가 숙제를 하는 모습을 봤다. 수학 문제를 ChatGPT에게 물어보고, 답을 받아 적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더니 조카가 되레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선생님이 모르는 건 AI한테 물어보래요. 그런데 왜 답을 베끼면 안 되는지 설명은 해줘야 한대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고민하는 "AI 시대 교육"은 이미 현실이 됐다. 문제는 우리 어른들이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교육계는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이 검색만 하고 암기를 안 한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기우였다. 검색 능력은 오히려 필수 역량이 됐고,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검색하느냐"와 "검색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였다.


지금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다. 구글링에서 프롬프팅으로 진화했다. 프롬프팅은 AI에게 적절한 질문과 지시를 입력해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는 기술이다. 키워드 중심의 검색과 달리, 맥락과 구체적 요구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AI의 답변 품질이 달라진다. 좋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능력이 AI 시대의 새로운 문해력이 되고 있다.


티칭에서 코칭으로

초등학교 교사인 후배는 최근 수업 방식을 티칭에서 코칭으로 완전히 바꿨다고 한다. 과학 시간에 "광합성이 뭐야?"라고 묻는 대신, "ChatGPT에게 광합성을 물어보고, 답이 맞는지 검증해 봐"라고 한다. 아이들은 AI의 답을 교과서와 비교하고, 틀린 부분을 찾아내고, 왜 틀렸는지 토론한다.


한 아이는 ChatGPT가 "식물은 밤에 광합성을 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는데, "그럼 밤에도 빛이 있으면 광합성을 할 수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AI가 "네, 인공조명 아래에서는 가능합니다"라고 답하자, 아이는 "그럼 처음 답은 틀렸네요"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한 게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의 성인은 학교 다닐 때 연도를 외우고, 공식을 외웠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그런 암기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서울의 한 혁신학교는 이미 시험 문제에 ChatGPT 사용을 허용한다. 대신 문제가 바뀌었다. "임진왜란은 언제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임진왜란에 대해 AI에게 물어보고, 그 답을 바탕으로 만약 네가 선조 왕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설명하시오"가 된다.


한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ChatGPT는 임진왜란이 1592년에 시작됐고, 조선이 명나라의 도움으로 승리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명나라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먼저 백성들을 피난시키고, 의병을 조직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AI는 결과만 알려주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백성이 죽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은 AI를 도구로 사용했지만, AI가 줄 수 없는 것—공감과 상상력—을 더했다. 이것이 AI 시대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코딩보다 사고력

많은 부모가 "AI 시대니까 코딩을 배워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코딩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컴퓨팅 사고력이다. 복잡한 문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고, 패턴을 찾아내고, 알고리즘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이다. 코딩 언어를 몰라도 이런 사고방식은 배울 수 있다.


2025년 현재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같은 AI 코딩 도구는 이미 개발자들의 코드 작성 속도를 크게 향상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아이들이 코딩 문법을 외울 필요조차 없을 수 있다. "이런 기능을 만들고 싶어"라고 AI에게 말하면, AI가 코드를 작성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창의력과 "그것이 왜 필요한가"라는 문제의식이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을 3명씩 팀으로 묶되, 네 번째 팀원으로 AI를 포함시키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3명의 학생과 AI가 한 팀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똑똑한 AI라 해도 학생들의 지시를 받아야만 움직인다. 팀원이 어떻게 지시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가 갈린다.


각 팀은 특정한 주제를 지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역할을 나눠 AI에게 각기 다른 질문을 던지고, AI가 제안한 해결책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한다. 그리고 최종 발표에서 AI의 역할에 대해 말한다. AI는 다른 팀원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가 현실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학생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것이 미래 직장에서 필요한 능력이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초안을 작성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것을 채택할 것인지 말지 최종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 현명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업무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것

"AI가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는데, 우리 아이가 예술을 배워야 할 이유가 있나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나는 되물었다. "AI가 그린 그림에 네 아이의 슬픔이 담길 수 있나요? AI가 쓴 시에 첫사랑의 떨림이 있나요?"

AI는 데이터를 학습해서 패턴을 재현한다. 하지만 창의력은 경험에서 나온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진 고통, 친구와 싸우고 화해한 기억, 할머니 손을 잡았을 때의 온기—이런 경험이 쌓여서 독창적인 표현이 된다.


의료 AI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서 노벨상을 받았지만, 그 기술로 어떤 질병을 먼저 치료할지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AI가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해도, 사고가 났을 때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윤리의 문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움을 멈추지 않는 태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학생들이 미래에 가질 직업의 상당수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명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특정 지식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이다.


암기 대신 탐구, 정답 대신 과정, 경쟁 대신 협력. 아이들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AI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구로 활용하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생각하고, 공감하고, 창조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조카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너는 앞으로 뭘 배우고 싶니?" 조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AI는 답을 알려줘요. 근데 왜 그게 답인지, 다른 답은 없는지는 제가 생각해야 해요. 그러니까 저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그 순간, 나는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시대 교육의 핵심은 간단하다. AI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것은 더 많이 아는 인간이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따뜻하게 공감하며, 끊임없이 배우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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