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먹는 본능
먹기 위해 사는 욕망
인간이 인간다운 건 이 때문이야
그래서 호모 쿡피엔스가 등장한 건 아닐까?
살기 위해 먹는 것을 본능이라고 한다면,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욕망이라 할 수 있겠지. 동물적 본능과 인간적 욕망을 가르는 경계선에 요리가 있는 셈이지. 특히 지구 생명체 중에서 불을 이용해 요리하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어. 지지고, 볶고, 삶고, 데치며 온갖 기술을 구사해 맛난 요리를 만드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다는 이야기지.
가만히 따지고 보면,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맞아. 그렇다고 다 불을 이용해서 요리하는 건 아니잖아. 물론 라면을 끓일 수 있지만, 그걸 요리라고 하기에는 조금 뭣하지 않을까.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 가운에서도 특별히 불을 이용해 요리하는 존재를 호모 큭피엔스(Homo Cookpiense)라고 따로 부르면 어떨지 싶어.
그렇다고 요리 못하는 사람은 인간도 아니냐고? 그런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야. 우리는 인간종, 즉 호모 사피엔스야. 그중에서도 따로 요리 잘하는 사람을 호모 쿡피엔스라고 부르자는 게 내 제안이야. 물론, 이걸 학문적으로 그렇게 분류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생활 속의 작은 이야기로 만들자는 거야.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빌 필요가 없다는 말로 이해해 주면 좋겠어.
나도 호모 쿡피엔스를 향한 진화를 시작했어. 아직 진화의 초기라 요리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없지만,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어. 된장찌개도 끓여봤고, 돼지고기 김치찌개, 고등어 김치찌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폭찹 소스 바비큐, 타르타르 소스, 감자전 등 몇가지 요리를 만들기도 했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요리를 잘하는데, 내 입맛은 마구잡이 수준이라 그게 걱정이긴 해.
일요일 아침은 요리를 하는 편이야. 오늘은 아내가 손질해 둔 부추가 눈에 꽂혔어. 부추와 양파, 매운 고추가 들어간 부추전을 부쳤어. 남은 부추로는 계란옷을 입혀 전을 만들었어. 이름하여 부추전과 계란부추전이지. 부침가루가 없어서 밀가루와 튀김가루를 반반 섞어서 부추전을 구웠어. 그런데 부추전 굽는 걸 감히 요리한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어.
계란 부추전은 나름 잘 구워졌다고 생각해. 부추전을 두 장 부쳤는데, 한 장은 그런대로 봐줄 만해. 다른 한 장은 부추를 얇게 펴야 하는데 조금 두꺼웠고, 밀가루가 너무 뭉쳐져서 식감이 조금 떨어지긴 했어.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진화가 뭐 그리 거창한 일인가. 이제 호모 쿡피엔스의 길에 갓 들었으니,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제법 요리다운 요리를 만들 날 오겠지. 생각보다 요리하는 일이 재미있어.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은 늘 집중과 몰입을 요구해. 그 순간만큼은 머리가 단순해지고, 비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