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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 라 Jul 25. 2024

심미안: 행복의 기술

물질의 소유에서는 자유로워지고, 일상에서는 더 큰 행복을 누리는 비결

물질적 소유와 상관없이, 가진 것이 없어도 항상 행복할 수 있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소유하는 기술, 심미안이다.


신이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준 행복이 있다면, 바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과 거기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마음’ 일 것이다. 바로 심미안이다. 이것은 물질의 소유와 상관없어, 가난한 자도 부자도, 오직 마음의 눈으로 발견하며, 마음으로 누리는 행복의 세계이다.


모든 것이 그 절정에서는, 결국 아름다움으로 그 승패를 가른다. 일상의 소품들도 기능이 갖춰지면 최종 선택은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과학도, 철학도, 예술도 결국 모든 것은, 궁극의 목적지인 아름다움이라는 지점에서 모두 만나진다.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누리는 자가 결국 모든 것을 가진 자가 된다. 아름다운 미술품과 예술작품에 값을 매길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심미안은 한자어로 ‘아름다움을 자세히 살피는 눈’이란 뜻이다. 마음에서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발견하며, 감상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에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일상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인식한다. 심미안의 눈을 뜰수록, 우리의 일상에서 더 많은 아름다움과 행복을 발견하고 누린다.


심미안은 결국 같은 일상이지만, 더 높은 삶의 만족도와, 더 많은 행복감을 누리게 하는 기술이다.


프랑스인의 높은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의 비결을 나는 심미안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우리의 MZ세대들이 추구하는 삶의 만족도 또한 심미안의 맥락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물질적 소유를 비교한다면, 프랑스인보다 사실 한국인들이 더 부자라 할 수 있다. 자동차만 해도, 많은 프랑스인이 자동차가 없거나, 있어도 작은 소형차 정도의 소유가 일반적이다. 냉장고를 비교해도 그렇다. 한국인이 소유하는 냉장고는 평균 800리터가 기본이라면, 프랑스 가정의 냉장고는 500리터 이하가 평균적이다. 옷의 소유를 비교하면 프랑스인은 옷장하나면 충분하다.


프랑스 공산품의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행복과 삶의 가치를 물질적 소유에 크게 두지 않는 만큼, 물질의 소유도 상대적으로 적어지듯하다.


좋은 옷 때문에 당한 망신


유학초기, 소르본느 대학에서 크게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파리에 도착해 한 달도 되지 않아 시작된 어학연수, 아이들을 학교에 적응시키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가끔 수업을 빠지게 되었다. 이렇게 몇 번의 결석이 있은 후, 학교에 갔다.


조금 엄격한 프랑스 여 교수님의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갑자기 나를 보며, 차라리 등록금으로 입생 로랑 옷을 사 입지 왜 수업을 등록했느냐고 나무랐다. 황당한 발언에, 나뿐 아니라 모두가 인종차별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하지만 수업에 불성실했던 것이 사실이었기에, 나는 조용히 꾸지람을 받아들였다.


사실 나의 유학생활에서 가장 충격이 되었던 발언이긴 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자꾸 빠지니, 교수님은 그런 내가 무책임하게 보였을 것이다. 또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내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은 상상도 못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내가 입고 다니던 옷에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막 한국에서 도착했던 나의 옷은 한국에서 가져온 옷들이었는데, 한국 옷들의 품질은 프랑스에서는 라파예트나 쁘렝탕 백화점에서나 살 수 있는 그런 좋은 원단과 품질이었다. 아마 파리에서 ZARA나 H&M 매장을 방문해 보면 원단의 차이를 바로 느끼게 될 것이다. 당시 나의 옷이 정장 스타일에 비싸 보이는 옷들이다 보니 (한국에선 평범한 옷이었으나) 교수님은 옷자랑이나 하는 속물로 나를 오해하시고 비꼬셨던 것이다.


물질주의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행복을 키워나가는 지혜


이후 나는 프랑스인들의 옷차림이, 한국인의 기준에서 허름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보풀이 난 옷은 기본이고, 옷장에는 계절별로 필요한 옷 한 두벌이 전부이다.


학생들이 사는 곳은, 주로 스튜디오라 부르는 우리나라의 원룸인데 정말 작다. 우리나라는 원룸이라도 큰 싱크대와 여러 대의 찬장이 벽에 설치되어 있지만, 프랑스의 스튜디오는 찬장은 하나 없이, 작은 개수대가 있는 싱크대 하나만 달랑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둘 물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어떤 면에서 물질주의로부터 프랑스를 지켜 나감으로, 세계에서 예술과 철학의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철학과 문학과 예술로부터 나오는, 사상과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것을, 물질을 소유하는 것보다 가치 있게 여긴다. 프랑스의 자부심이며, 프랑스인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또한 가진 것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낭만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러다 보면 물건을 소유하는데 시간과 돈을 쓰기보다는, 아름다움과 행복을 누리는데 시간과 돈을 더 투자한다. 물질적 소유에서 찾던 만족을, 아름다움과 행복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소유에서 키워 나간다.


물질에 대한 소비가 줄고, 불필요한 생산에 투자하는 시간도 줄어든다. 대신 행복과 아름다움을 누리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행복감과 만족감이 커져간다.


점점 마음으로 소유하는 미와 행복의 가치는 더해가고 작은 물건이라도, 적은 소유라도, 기능뿐 아니라 미적가치를 더해주는 물건, 내게 의미가 있는 믈건들을 선호하게 된다.


어느덧 나의 삶이 이렇게 바뀌어 갔고, 나의 자녀 세대인 MG 세대의 삶에서 이런 새로운 삶의 모드를 발견해 간다.


이를 겨냥하여 아마 한국 가전제품들도 ‘오브제’(Objet, 프랑스어로 일상적인 물건을 예술작품으로 승격시키는 것을 의미, 평범한 사물에서 예술적 영감을 발견하게 한다)라는 이름으로, 일상에서의 미적 가치의 중요성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누릴 때 더 커지는 일상의 행복


언제부터인지 인테리어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관에 있는 작품보다는, 우리가 매일 먹고 자는, 우리의 일상이 있는 곳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 작품을 소유하지 않아도, 내가 매일 먹는 그릇을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고, 내가 매일 앉는 의자, 나의 시선이 매일 머무르는 냉장고, 이런 것들에 미적요소가 더하여 있다면, 바로 나의 집이 미술관이 된다. 그런 공간에서 우리의 삶도 매일 작품이 된다.


 디자인이 꿈꾸는 길이며, 디자인이 우리의 삶에 들어오는 길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더 의미 있게 한다.


우리나라에는 장인 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차이를 구별해 내며, 아름다움과 기능을 추구하는 정신이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오래전부터 심미안이 발달한 민족이다.


경제 발전이 무엇보다 시급했던 상황에서, 보다 많은 공산품을 생산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했고, 그 공산품들을 최대한 소비함으로 경제를 돌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온갖 마케팅의 역할이 필요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우리는 물질주의에 세뇌되고, 거기에 녹아들고, 그 속에 살아왔다.


나의 막내아들은 MZ세대이다. 아들 집에는 커피 잔에서부터 커피포트, 식탁, 의자, 소파, 테이블 등 모든 일상에 필요한 도구 하나하나가 특별하다. 그가 원하는 기능, 디자인이 완성된 일상의 도구들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하나하나 선택해 간다. 그의 이미지가 묻어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그의 집은 바로 그다.


많은 물건을 함부로 소유하지도 않는다. 꼭 필요하면서도, 자신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 더해져야, 비로소 그에게 의미 있는 물건이 되어, 그와 함께 살 자격을 얻는다.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제 MZ 세대에서 다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 눈에 보이는 물질을, 물질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과의 연결고리 속에 의미를 찾아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안에 있는 가치를 발견해 가며, 자기 만의 세계, 즉 자신의 마음속에서 미와 행복의 세계를 발견해가며 구축해 나간다.

 

물질적 소유와 상관없이, 가진 것이 없어도 항상 행복할 수 있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소유하는 기술, 심미안을 누리는 것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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