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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May 24. 2024

流: 인생의 기다림

: 자기다운 기다림

글/그림: 케빈 헹크스 옮김: 문혜진, 『조금만 기다려 봐』(비룡소, 2016)     




창틀 위에 있는 장식품들이 창밖의 세상을 동경하면서 각자만의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등장한 고양이 인형으로 인해 이들은 ‘각자의 기다림’에서 ‘함께 하는 기다림’으로 바뀌게 되었다. 각자 달, 비, 바람, 눈 등 자신이 원하던 것을 기다렸던 그들이 별 토끼와 고양이 인형과 함께 모여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 일어나기를 함께 기다리게 되었다.



점박이 올빼미는 밤에 뜨는 달을 기다리고, 우산 쓴 돼지는 비를 기다리고, 연을 든 아기 곰은 바람을 기다리고, 썰매 탄 강아지는 함박눈을 기다린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자신이 헤쳐나갈 수 있는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



이 인형들은 창문 밖에서 자신들이 기다렸던 상황이 이루어질 때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

‘이제 때가 되었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실 밤이 되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온다고 해도 이들에게는 실제로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은 모두 실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다림 끝에 그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기뻤을 것이다. 동시에 자신감과 안도감도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창밖의 풍경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별 토끼와 고양이 인형은 특정한 어떤 때를 기다리지 않았고 있다.



별 토끼는 몸이 스프링처럼 접혀 있어서 움직일 수 있는 인형이었다. 그래서 별 토끼는 자신 앞에 펼쳐진 풍경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움직여서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화려한 장식을 하고 찾아온 코끼리 장식품이 창틀에서 떨어졌을 때도 별 토끼는 몸을 구부려 부서진 코끼리 아저씨의 마지막을 볼 수 있었다.  



또, 고양이 인형은 큰 인형 안에 작은 인형이 여러 개 들어 있는 러시아의 전통인형 마트료시카였다. 자신 안에 점점 작아지는 또 다른 고양이 인형은 자신의 다양한 내면의 모습일 수도 있고, 자신과 항상 함께 있는 친구들일 수도 있다. 그 모습이 무엇이든지 간에 고양이 인형은 다양한 것들을 이미 가지고 있어서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별 토끼와 고양이 인형은 어느 상황에서든지 자신이 의미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 맞는 상황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의 즐거움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처럼 삶에서 보여주는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창문 밖의 세상을 그저 바라보면서 행복한 순간을 느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은 것 같다.



그 인생에서 별 토끼나 고양이 인형처럼 자신을 잘 아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능동적으로 이끌고, 특별한 무언가를 기다리기보다 매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을 찾아서 능동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점박이 올빼미, 우산 쓴 돼지, 연을 든 아기 곰, 썰매 탄 강아지처럼 자신이 기다리는 시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현재가 힘들더라도 인생이란 조금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찬란한 시간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틀 위의 열 개의 인형들이 함께 꽃이 핀 나뭇가지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색색의 나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인생의 어떤 순간도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창밖의 어떤 장면이든지 간에 그 순간은 누군가에게는 기다렸던 선택의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일상 같은 기다림의 시간일 것이다. 인생에서 보여주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고, 선택을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것도 선택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며,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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