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목) 사춘기다!
엄마 뱃속에 있던 아이의 생명줄이었던 탯줄이 잘렸다.
아이가 세상으로 나오는 첫 단계다.
아이는 자신의 울음소리로 세상에 자신이 온 것을 알렸다.
그 울음소리에 엄마는 한숨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엄마는 새로운 탯줄로 아이와 자신을 묶었다.
엄마 눈에만 보이는 새로운 탯줄이다.
엄마의 모든 영양이 아이에게 가는 탯줄에서
엄마와 아이의 모든 기운이 서로 오가는 탯줄이 되었다.
그 탯줄로 엄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넣어주려고 한다.
그런데,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그 탯줄로 들어오는 것을 모두 밀어내려고 한다.
사춘기다.
탯줄이 점점 길어진다.
그리고 느슨해진다.
엄마는 자신의 달라진 탯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졌다가를 수도 없이 반복하게 된다.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는 엄마에게 받은 새로운 탯줄로 자신의 세상을 만든다.
점점 커지는 아이의 세상에 탯줄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힘든 순간 붙잡을 생명줄이다.
엄마와 아이가 새로 만든 탯줄의 모양이 변하기 시작하는 시기.
그 시간이 바로
사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