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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Oct 25. 2024

(인정의 단계) 나도 고양이야!

: ‘다르다’고 ‘아닌’ 것은 아냐!

젤라, 『나는 그렇고 그런 고양이가 아니야!』(뜨인돌어린이, 2024)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듯한 노란 고양이가 있다. 이 고양이는 자신을 ‘그렇고 그런’ 고양이가 아니라고 소개한다.



우아한 자태 때문인지 이 고양이가 말하는 ‘그렇고 그런’은 ‘시시하지 않다’는 뜻인 것 같다. 마치 다른 고양이들보다 뛰어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라고 자신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자신감 있는 그의 표정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이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과 달랐다. 넓은 수영장에서 혼자서 수영을 하면서 자유를 느끼고, 고양이들이 먹을만한 고기, 생선, 우유 대신 과일을 즐겨 먹고, 어둠 속에서는 무엇도 볼 수가 없고, 낮잠도 자지 않고, 점프도 못하고, 상자 안을 갑갑하게 느끼고, 유연하지도 않았다.



이 노란 고양이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싫어했고, 잘하는 것은 잘하지 못했다. 이 노란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과 다른 것은 분명했다.



이 노란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보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뛰어나다’는 것은 최소한 남들이 하는 것을 잘 해낼 뿐 아니라, 그 밖에 다른 부분에 대한 능력도 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노란 고양이는 ‘그렇고 그런’이라는 것이 ‘뛰어나다’고 말한 적은 없다. 오히려 다른 고양이들이 노란 고양이에게 ‘고양이는 그렇고 그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말하는 ‘그렇고 그런’이라는 말은 ‘일반적’이라는 말이었다. ‘일반적’이라는 것은 전체에 걸쳐져 있는 것을 뜻한다. 소수가 아닌 다수 쪽에 속해 있어야 ‘그렇고 그런’ 무엇인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란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닐까? 노란 고양이는 자신을 지적하는 고양이들을 향해 능청스럽게 반문한다.



내가 뭘로 보여?”



노란 꽃 주위를 돌고 있는 파란 나비를 가로채기 위해 노란 고양이가 뛰었다. 노란 고양이에게도 고양이의 본능이 있다.



노란 고양이도 고양이였다.





노란 고양이가 쓰고 있던 파란 선글라스가 휙 벗겨졌다. 파란 눈을 가진 노란 고양이의 선글라스도 파란색이었다. 세상을 자신의 시선으로 보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자신의 눈동자색과 같은 파란색의 선글라스로 대변한 것 같다.



지금까지 노란 고양이가 바라본 다른 고양이들이 전부 파란 고양이었다. 실제로는 그들도 그들만의 색이 있었을 것이다. 파란 선글라스를 낀 노란 고양이가 자신을 바라본 색깔도 파란색이었을 것이다. 노란 고양이가 바라보는 자신과 다른 고양이들은 다를 것이 없었다.



파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파란 눈의 고양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파랗게 보일 것이다. 온통 파란 세상에 굳이 자기를 비교하며 살기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즐기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며 사는 그 마음이 자신감 있게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노란 고양이로 만들어준 것 같다.



세상에는 ‘그렇고 그런’ 존재는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렇고 그런’ 시선만이 있을 뿐이다. 주변이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본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에 확신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먼저 알고, 그것에 집중하고 즐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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