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크리스마스 선물 카탈로그
: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문하세요!
『믿기 어려운 크리스마스 선물 44가지』(2009)
: 나탈리 슈, 만다나 사다트, 레미 사이아르, (바람의아이들)
종교를 떠나서 12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하루라도 인생의 짐을 내려놓아도 되는 날인 것 같다. 긴장된 근육도 좁았던 마음도 느슨하게 풀어내야 할 것 같다. 어른도 아이 같은 마음을 갖고 현실 속에서 동화 같은 상상 속의 세계로 흘러 들어갈 수도 있는 날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따뜻한 음악이 흐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 한 끼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그 시간 자체로도 선물이 되지만 실제로 주고받는 선물 때문에도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들이 1년 동안 ‘착하게’ 살아온 것에 대해 산타의 선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선물을 받기 위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더 착해지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산타가 진짜로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선물을 발견하는 순간 산타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어른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한 해를 잘 살아냈다는 토닥거림이 되어준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선물은 선물을 준비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고민하는데 들이는 에너지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선물에 마음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 과정은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나 그 사람의 취향을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반면, 마트에서 살 수 없는 선물은 준비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선물 받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알아가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 사람에게 맞는 선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있기에 그 선물을 받는다면, 감동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런데 『믿기 어려운 크리스마스 선물 44가지』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보면서는 받는 사람이 감동을 받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이 그림책에 왜 ‘믿기 어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 등장하는 선물들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짜증이 아니라 웃음이 났다.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을지를 걱정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어떤 것을 고를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세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왼쪽에 써 놓은 선물의 내용을 오른쪽에는 그것에 해당되는 그림을 자기만의 개성으로 그려놨다. 세상에 이런 선물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게 만드는 44가지의 선물 목록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보이고, 작가들의 재치가 느껴졌다.
이 목록을 살펴보면,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사물 앞에 상상력으로 더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선물들이 있다.
1. 진짜 나무인데 ‘사탕이 열리는’ 진짜 나무
2. 미끄럼봉인데 ‘아래층으로 단숨에 내려올 수 있는’ 미끄럼봉
3. 엄청 큰 개인데 ‘타고 다닐 수 있는’ 엄청 큰 개
4. 반지인데 ‘어떤 옷을 입을지 미리 알 수 있도록 날씨에 따라 변하는’ 반지
5. 장대인데 ‘거인처럼 성큼성큼 걸어갈 수 있는’ 장대
6. 회전목마 입장권인데, ‘평생 쓸 수 있는’ 회전목마 입장권
7. 앵무새인데 ‘재미있는 말을 해 주는’ 앵무새,
8. 사전인데 ‘물고기, 코끼리, 개미, 젖소들과 이야기할 때 필요한’ 사전
9. 드레스와 보석인데 ‘진짜 꽃으로 만든’ 드레스와 ‘꽃으로 된’ 보석
10. 만년필인데 ‘모르는 게 없어 시험 볼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척척박사’ 만년필
11. 베개랑 이불인데 ‘구름을 넣어 만든’ 베개랑 이불
12. 신발인데 ‘벽이나 천장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신발
13. 물감인데 ‘손에 안 묻으며 생쥐들이 깨끗하게 청소까지 해 주는’ 물감
14. 옷장인데 ‘야생동물들이 있는 거대한 정원으로 통하는’ 옷장
15. 물약인데 ‘어떤 음식이든지 사탕 맛이 나게 해 주는’ 물약
16. 물약인데 ‘자기가 원하는 나이가 하루 동안 되게 해 주는’ 물약
17. 뱀인데 ‘나 빼고 모두 다 무서워하는 착한’ 뱀
18. 탁자인데 ‘괴물들을 잡아먹는’ 침대맡 탁자
19. 지휘봉인데 ‘새들의 합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휘봉
20. 비옷인데 ‘웅덩이 속에서 뒹굴기 좋은 완전 개구리 모양’ 비옷
21. 찰흙인데 ‘먹어도 되는 모양’ 찰흙
22. ‘온갖 나라의’ 드레스 천 벌,
23. 무전기인데 ‘외계인을 불러주는’ 무전기
24. 특수 안경인데 ‘두꺼비를 보면 멋진 왕자로 변신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있는’ 특수 안경
25. 기타인데 ‘태풍, 번개, 천둥소리를 연주하는’ 기타
이것들 중에 나는 ‘자기가 원하는 나이가 하루 동안 되게 해 주는 물약’을 선물을 받고 싶다. 그 물약을 선물로 받는다면 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로 가고 싶다. 나를 많이 사랑해 주셨던 외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너무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장례식장에서 할머니 영정 사진 앞에서 모두가 모여 예배를 드렸는데, 그때 나는 환청처럼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다독이는 할머니의 그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놓고 서럽게 울었는지 모두가 놀랐다. 그때처럼 내가 그렇게 오열한 적이 아직까지도 없다. 외할머니가 떠나시기 전에 꼭 나는 외할머니께 감사했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또, 이 목록 중에는 현실을 벗어나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만 살아나는 선물들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25. 어떤 벽에나 다 맞는 비밀통로
26. 소꿉에다 요리할 수 있는 난쟁이들
27. 착한 해적들이 매일 아침 등교시켜주는 해적선
28. 산타 할아버지와 산타 집과 작업장에 들러서 돌아오는 썰매 한 바퀴
29. 도토리를 하나 먹을 때마다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 요술 도토리 자루
30. 불꽃이 터지고 나면 수백 개의 선물이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는 선물 폭죽
31.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고, 학교에 데려가도 아무 말이나 하지 않고 작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말하는 생쥐
32. 공룡이나 중세 시대 등 가고 싶은 시대로 갈 수 있는 하루 여행
33. 돗자리를 접으면 모래 한 알 남지 않고 깜쪽같이 사라지는 휴대용 모래밭
34, 커다란 구멍
35. 제일 친한 친구와 장난감 가게에서 하룻밤 갇혀 보는 것
아이들은 비밀통로를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자신의 비밀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기도 하고, 위안도 받고 싶어 한다. 일상을 벗어나 마치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기도 한다.
한편, 모두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이룰 수 있는 선물도 있다.
36. 하늘을 날 수 있는 스케이트
37. 가끔 인형을 태우고 우주 나들이를 할 수 있는 2인용 미니 우주선
38. 자동차인데 ‘하늘에 던지면 비행기가 되고, 욕조에 넣으면 배가 되고, 땅에다 굴리면 자동차가 되는 똑똑한’ 자동차
39. 로봇인데 어질러진 방을 치워주는 로봇,
40. 날게 해 주는 날개, 헤엄칠 수 있게 해 주는 지느러미
41. 축구공인데 부딪혀도 아무것도 깨지지 않는 실내용 축구공
42. 타고 다니면서 눈싸움을 할 수 있는 기구
43. 바퀴로 구를 수도 있고, 나는 엔진이 달린 스케이트
43. 감자튀김을 할 줄 아는 로봇 요리사
아이들에게는 불가능할 것 같은 것들이 과학이라는 마법을 만나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이러한 상상 속의 것들 중에 현실에 등장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상상의 이야기는 아이가 성장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아이들은 마스크 벗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놀고, 분식집에서 떡볶이도 함께 먹고, 편의점에서 라면도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을 선물로 바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상상의 이야기를 부모와 함께 나누는 시간조차 선물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담담히 지나치기보다는 아이가 하는 그 상상 속에서 함께 웃으면서 또 다른 상상을 함께 하면서 아이를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아이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부모도 현실을 떠난 동심의 세계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매체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한 줄 평>
아이들만의 생각인 것 같다. 내가 진짜 이 선물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우주 나들이를 할 수 있는 2인용 미니 우주선을 받고 싶다. 내가 화가 날 때, 친구와 함께 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잠깐 나갔다가 마음이 안정이 되면 돌아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