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연습 #14
귀는 두 개이고, 입이 한 개인 이유는 더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뜻이 아니다. 많이 듣고, 충분히 생각한 후에 적당히 말하라는 뜻이다.
“귀는 두 개이고, 입이 한 개인 이유는 더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뜻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진리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진리가 되기도 한다. 이 격언대로 행동하지 않고, 반대로 행동해서 손해 보는 지인이 있다.
그는 듣는 귀보다 말하는 입이 발달해 있다. 상대가 한 마디 하면 그는 두세 마디 아니 서너 마디 말한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다. 한두 마디만 하고 말을 그치면 불편해한다. 말을 더 하지 못했으니까. 상대가 말하는 동안에는 안절부절못한다.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얼른 내뱉어야 하니까.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 상대가 말하는 중간에 자꾸 치고 들어간다. 그럼 결국 상대는 말을 제대로 못 끝낼뿐더러, 점점 말을 줄인다. 말을 하면 또 옆구리를 맞을 테니까.
그가 말을 많이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정적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말이 계속 이어지기도 하지만, 한순간 뚝 끊길 때도 있다. 갑자기 말이 끊기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지인은 그걸 못 견딘다. 잠깐만 가만히 있으면 말이 다시 이어질 텐데, 말을 다시 이으면 되는데 그 잠깐의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너무 어색해하고, 불편해한다. 그래서 어색함을 없애려고 아무 말이나 쏟아낸다.
그가 왜 말을 많이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혼잣말을 하는 게 아니니까. 대화란 너와 내가 함께 하는 것이므로 그와 대화하는 상대가 어떻게 느끼냐가 중요하다. 그가 내게 이런 하소연을 했다.
“사람들이 나랑 얘기할 때 말을 별로 안 해. 친한 사람은 말 좀 조금만 하라고까지 해. 내가 말이 그렇게 많아?”
그는 상대방이 자신과 대화할 때 어떤 기분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상대방이 어떤 기분일지, 대화체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어. 말 많지. 정말 많아. 얼마나 많냐면, 말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은 네가 얘기할 때면 그저 듣기만 해. 왜냐, 한 마디 하면 너는 열 마디를 하니까.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는데 네가 중간에 끊어버리니까 아예 말을 하지 않아. 그저 듣기만 하지. 게다가 속 깊은 얘기를 할라치면, 너는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네 속 얘기만 하니까 누구도 너에게는 속 얘기를 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너에게 말 좀 조금만 하라고 하는 거야.”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말을 많이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말실수를 하게 된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막 하다 보면 실수할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막 쏟아내다 보면 아무 말 잔치를 하게 된다. 할 말 못 할 말이 다 쏟아져 나오니 실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지인은 말이 많아서 말실수를 자주 하고, 오해도 많이 산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두에서 인용한, “귀는 두 개이고, 입이 한 개인 이유”를 나는 이렇게 바꾸고 싶다. “많이 듣고, 충분히 생각한 후 적당히 말하라”는 뜻이라고 말이다.
더 많이 듣고 적게 말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지인과 나는 극과 극이다. 그는 말이 너무 많고, 나는 말이 너무 없다. 그가 말을 많이 해서 손해를 본다면 반대로 나는 말을 너무 안 해서 손해를 본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단 둘이 대화하면야 곧잘 말하지만 세 명 이상 모이면 ‘전혀’라고 해도 될 만큼 말을 하지 않는다. 더 많이 듣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듣는다. 그래서 지인이 들은 말과 정확히 반대되는 말을 종종 듣는다.
“기분 안 좋은 일 있어?”
“너는 하고 싶은 말 없어? 할 말 있으면 해.”
사람들은 나를 자꾸만 의식하고 가끔 불편한 내색을 비춘다.
말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말을 너무 많이 해도, 반대로 너무 적게 해도 괜한 오해가 생기니 말이다. 그러니 말은 적당히 하는 게 좋다.
말을 적당히 하려면 우선 상대의 말을 많이 듣고, 말을 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충분히’라는 말을 오해하면 안 된다. 생각을 한참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생각을 너무 해서 상대가 말을 열 마디하는 동안 겨우 한 마디만 하면 안 된다. 말은 많이 듣되, 생각은 빨리 해야 한다.
너무 깊고 넓게 생각하면, 그 사이 대화의 주제가 바뀐다. 생각해둔 말을 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말은 못 하고, 계속 듣기만 하게 된다. 그러니 대화 주제를 귀로 머릿속에 집어넣어 뇌를 최대한 빨리 돌려서 할 말을 만들고, 적당한 시점에서 입으로 결과물을 출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쨌거나 뭐든지 너무 과하거나 부족하면 문제가 된다. 뭐든 적당히가 좋다. 말도 그렇다. 말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생기고, 적어도 문제가 생긴다. 적당히 해야 중간은 간다.
Key Issues
1. 귀는 들으라고 있다. 입은 말하라고 있다.
2.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너무 듣기만 해도 문제고, 말을 많이 해도 문제다.
3. 많이 듣고, 적당히 말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