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돌 무렵 남편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약 일 년 만에 투자금 회수도 못하고 망했다.
그때부터 내가 재취업을 하는 건 지금까지 와의 문제와 다른 생존이 걸린문제가 되었다.
"내편은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어머님이 부르면 달려가는 존재로, 내 아이의 엄마 시어머니 며느리 남편의 부인일뿐 나는 없는 존재가 되긴 싫어!" 의 문제보다 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먹고 살아야 한다가 된것이다.
시어머니에게 말한 적이 없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임용공부를 한다는 사실을 어찌 아시고 어머님이 찾아왔다.
방을 구석구석 돌아보더니 내가 공부하던 책상을 흘낏보더니 남편이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을 주워 드셨다. 지금도 궁금한건, 본인 아들이 자기 손으로 자켓하나 제자리에 걸도록 교육시키지 못했으면서 왜 그 화를 나에게 풀었는지 모르겠다.
어머님은 " 너는 왜 이리 게으르냐 니 남편 가다마이 하나 제자리에 걸어둘 줄 모르고 아무렇게 바닥에 뒹굴게 하냐?" 하며 첫 포문을 여셨다.
시:네가 게을러서 애 보기 싫다고 그 어린아이를 내돌린다. 뭐 잘난 공부를 한다고 애엄마가 애는 안보고 공부를 한다고 그러냐?
나: 아니다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다 공부한다 민간 기업에 재취업하기 힘들어서 선생님 되려고 임용고시 준비한다. 이건 남편도 동의한 결정이다. 내가 일을 해야 당신 아들도 편히 산다. 당신 아들이 힘들어한다.
시: 네가 나가서 벌면 얼마나 번다고 그까짓 거 해서 돈을 얼마나 번다고 애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돈다는 거냐? 까불지 말고 내 손주 네살될때까지 어린이집 같은데 돌리지 말고 니가 키워라
대충 이런 대화가 오갔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날 나는 남편과 크게 싸웠는데, 그때 내린 결론은 남편을 잡는다고 변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시부모에게서 멀어져야겠다. 이 악물고 공부해서 다른 시 교육청으로 시험을 보고 그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결심했다.
강한 엄마에게서 자라난 아들의 특성답게 그때도 지금도 남편은 그저 나의 결정에 따랐다. 엄마의 결정에 따라 살았듯이 남편은 부인의 결정에도 따라 산다. 그에게는 더 강한 사람 뒤에 서는 눈치는 발달했지만 스스로 결정을 하고 그걸 추진해 나갈 힘은 없다. 인생에서 다음단계로 나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은 스스로 이룬 작은 성취인데 남편은 성인이 된 이후부터 스스로 결정해서 이룬 작은 성취라는 것이 없었다.
지식 내외가 합의해 결정한 미래의 중요한 사항을 시어머니가 무슨 권리로 참견을 하느냐면, 그 당시 시어머니는 자식의 내외의 미래도 자기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렇다.
그렇다면 자식 내외의 미래까지 책임질만한 부를 불려주거나 든든한 사업을 물려줄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장성해서 일가까지 이룬 아들 둘을 지척에 끼고 살며 본인 가게 물려주려고 본점 분점까지 내었지만 다 잘 안 됐다. 시어머니 본인은 손맛도 있고 능력도 있던 분이셨지만 그 능력으로 그냥 본인의 생만 잘 사셨으면 어땠을까?
왜 한 가정의 가장이 돼버린 장성한 아들의 삶에 그리 깊숙이 관여하고 싶어 했을까? 아들들에게 사업장도 내주고 이런저런 사업 코칭까지 했지만 아들들이 진짜로 원했던 건 스스로의 생을 살아가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들들까지는 모르겠다. 그들은 부모가 시키는데로 사는게 좋다고 오랫동안 길들여진 사람들이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원했던 건 나 스스로의 생을 사는 것이었다. 시부모와 상관없는 그냥 내 인생. 그의 아들을 선택하긴 했지만 시부모를 선택한 건 아닌데 왜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셨을까?
왜 어머님은 툭하면 며느리들에게 전화해서 어느 정수기를 쓰라, 니 동서는 애한테 이거 사서 먹이던데 너도 그거 먹여라 니 형님은 애한테 이 책 읽히던데 너도 그거 읽혀라 까지 관여하고 싶어 하셨을까? 어머님은 며느리들을 은근히 경쟁을 시켰는데 그 경쟁의 미끼는 나에게 더 잘하는 자식에게 돈을 주겠다. 이것였다. 결국 돈으로 사람을 조종하고 지배하려 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 시어머니는 본인 노후도 책임질 수 없다. 한때 자산을 이루시긴 했지만 다 소비해 버리셨다. 자식에게 물려주기 전에 돌아가신 시부가 다 탕진하셨다. 그 당시 그렇게 애를 쓰던 둘째 동서네는 결국 미리 어머님께 건물 한 채를 받긴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그 자산을 지키지 못하고 쉽게 탕진하였다. 지금은 집한칸 없이 산다.
자식과 며느리 모두를 쥐고 흔들며 그들의 삶까지 결정할 수 있다고 여기던 시부모님. 자식들은 서서히 그들의 삶에서 벗어나길 원했고 무리를 해서 먼저 자산을 물려받은 둘째네는 건물을 받자마자 인연을 끊었다가 살던 아파트까지 다 팔아 쓰고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시부모에게 돌아왔다. 그때는 이미 시부모도 가세가 기울고 하던 식당 사업도 많이 쇠락해졌으며 큰아들에게 물려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건물도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가있던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