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양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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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레벨 업?!

2024.05.13 / 5.20km

by 히로 Feb 11. 2025

그동안의 '나'를 생각해 보면 지금처럼 즐겁게 달리는 내 모습이 매우 낯설다. 천천히 흥미를 붙이고 있는 시점이라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취미가 생겼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상쾌한 세상이 열린 것이다. 퇴근 후 약속이 없으면 달릴 계획을 세웠고, 약속을 잡을까 해도 달릴 계획에 망설였다. 오늘도 퇴근 후 달릴 생각을 하니 회사에서의 하루가 어찌나 느리게 가던지. 이런 마음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42.195km보다 길게 느껴지던 근무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왠지 오늘은 지난번 러닝보다 더 오래 뛸 수 있을 것만 같은 근자감에 사로잡혔다. 5km, 음 5km?! 한번 해볼까. 초반 2km까지는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페이스 조절하면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5분 50초 페이스를 목표로 달려보자. 간단히 몸을 풀고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뭐지? 몸이 가볍다. 분명 천천히 뛰려고 했는데 1km 구간에서 그동안의 랩과는 다른 기록이 나왔다. 5분 21초. 나 혹시 레벨 업 한 건가?


레벨 업은 무슨, 크나큰 착각이었다. 2km에 가까워지는 지점부터 점점 발이 무거워지고 숨이 가빠지더니 5분 53초, 6분 5초, 6분 14초... 페이스는 이미 망가졌지만 4km를 돌파한 이상 5km까지는 가고 싶었다. 아니 달려야 했다. 귓가에 퍼지는 아이돌 음악 비트에 맞춰 호흡을 가다듬고 발을 움직이며 5km 알림이 오기를 기다렸다. "5km 경과" 드디어 들려오는 구원의 AI 목소리. 그렇게 천천히 발걸음 속도를 낮추며 러닝을 마무리했다. 어찌 됐든 5km를 달성했다! 비록 원하는 모든 걸 이루지는 못했지만 어떠하리. 그저 첫 5km를 달렸다는 생각에 온몸이 상쾌해지며 뛰는 동안의 고통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또 한 번 러닝이 즐거운 순간. 그래, 1 정도는 레벨 업했다고 스스로 인정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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